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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Story/History Story27

권력의 상징 - 레갈리아 우리는 늑대의 겉모습만 보고 무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인간 역시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사람은 모두 평등합니다. 사람들의 장신구와 옷을 모두 벗겨 한 자리에 세워 놓는다면 빈자나 부자나, 시민이나 정치인이나, 군인이나 종교인이나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각자의 역할이 있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무리를 이루고 공동체를 구성하며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적어도 인간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알릴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설명하는 것보다 어떠한 상징을 두르고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누구인.. 2023. 3. 26.
유럽과 아시아의 갈림길 우리는 역사에 기록된 사건들을 살펴보며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옛 사람들을 공과에 따라 평가하곤 합니다. 조선의 부흥기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그렇고 전국토가 유린당하던 시절의 선조와 인조가 그렇습니다. 공과로 과거의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공과는 분명하며 당대인들이 기록한 문건과 후인들이 평가한 글귀가 우리가 알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뿐인 역사를 보다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 시대를 기준삼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그들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고민해 보는 겁니다. 인과(因果)라는 말처럼 모든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과 결과에는 비롯되는 원인이 존재합니다. 그들이 어떠한 생각과 환경에서 그러한 판단을 했는지 생각한다면 .. 2022. 11. 14.
인간이라 불리는 사냥꾼 농경조차 없었던 아주 먼 시대부터 선조들의 삶 속에 각인된 사냥에 대한 열정은 무수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들의 핏속에 남아 흔적을 드러내곤 합니다.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사냥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사냥은 지금 시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행위가 되었지만 때때로 우리는 사냥과 유사한 행동을 보여줍니다. 목표를 쓰러트리고 수확하기 위해 준비하고 인내하며 때로는 생사를 걸고 부딪힙니다. 필요하다면 하늘과 땅, 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종을 사냥하며 작디작은 벌레부터 맹수 호랑이와 육상 동물의 최강자인 코끼리까지 빠짐없이 인간의 손에 쓰러졌습니다. 어떤 종은 인간의 무지와 욕심으로 너무 많은 사냥이 벌어진 나머지 멸종되기도 했으며 하나의 종이 다른 종을 의도적으로 말살한다는 결과 자체가 인간이 지구.. 2022. 9. 12.
벌레가 부르는 재앙 - 황재(蝗災) 인류사에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수많은 재앙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한재(旱災),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수재(水災), 불로 모든 것들이 타오르는 화재(火災), 서리가 내려 곡식이 얼어붙는 상재(霜災) 등이 있습니다. 재앙들은 주로 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 하여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들을 이야기하며 인류사 모든 재앙은 정주민, 즉 농부와 자연의 대결로 표현됐습니다. 말이 대결이지만 그 피해는 일방적입니다. 인간들은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하고 파괴적이며 형태가 없는 것들과 마주하며 자신들에게 닥친 재난을 피하기 위해 신앙에 기대 제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가뭄을 대비하여 물을 저장하고, 수해를 대비해 제방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치수(治水)는 물론 지진의 피해를 줄이고자 특별한 시공법으로 건.. 2022. 8. 18.
침대 위 신발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끔 한국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집에 들어와 편히 쉬는 장면에서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신발을 신고 소파나 침대 위로 올라갑니다. 이 순간 우리 한국인들은 극도의 불안과 혼란,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며 좌식 문화가 스며든 한국 문화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문화권들이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위생 논쟁을 넘어 방금 구매한 깨끗한 신발을 신고 실내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문화가 만든 스테레오타입으로 인하여 그 자체로 불쾌한 감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사람의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다 떠나서 단순하게 신발을 벗는 행위와 바닥을 청소하는.. 2022. 8. 13.
성벽의 변화 성과 성벽은 단순히 방어적인 목적을 넘어서 인류사에 많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작은 부족 공동체가 둘러치기 시작한 울타리부터 민족이 쌓아 올린 거대한 담벼락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고 그 안에서 독립적인 문화와 사상을 발전시켰습니다. 성벽이 존재함으로 위협할 수 없는 하나의 민족이 완성되었고, 성벽이 존재함으로 침범할 수 없는 하나의 국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람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적어 도시 밖으로 추방시켰고, 중국에서는 성벽 안에 사는 이들을 진정한 시민으로 인정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성곽을 bourg라 불렀으며 이는 이후 성 안에 사는 사람들 부르주아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國 나라 국이라 불리는 한자 또한 성곽과 그 내부를 표현한 단어입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 2022. 4. 10.
공성 병기와 패러다임 사람들은 무리를 이루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을 지킬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첫 시작으로 그들은 주위에 울타리를 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울타리는 담이 되었고, 담은 벽이 되었으며 벽은 도시를 빙 둘러싸는 요새가 되었습니다. 예리코와 바빌론, 트로이와 콘스탄티노플, 심지어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진시황의 만리장성까지 모든 성벽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성벽은 도시의 안과 밖을 나누었고 시민과 비시민을 구분했습니다. 공동체를 구분 짓는 민족 개념의 씨앗이 되었고 문화를 가르는 장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계를 뛰어넘는 발전과 성장은 항상 외부의 존재를 통해 시작됩니다. 고립되면 정체하기 마련이고, 정체하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성벽은 알의 껍데기 같은.. 2022. 3. 16.
방패 이야기 방패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입니다. 능동적으로 공격을 막을 수 있고 때로는 휘둘러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전투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뿐만이 아닌 상대방을 안전하게 제압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쉽게 방패는 사용자의 방어력을 증강시킵니다. 방어의 증강은 단순히 게임처럼 데미지를 덜 받는 것이 아닙니다. 방어는 공격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겁니다. 인간의 몸은 일격에 무력화될수도 있고 작은 상처에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살갖이 칼날에 베이면 근육과 신경은 끊어지고 정신력은 의미를 잃습니다. 그렇기에 싸우는 이들은 치명상을 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방어가 준비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는 두터운 장갑을 .. 2022. 1. 31.
중세 유럽의 군 편제 봉건제는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사회 시스템입니다. 왕과 신하는 수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으며 계약에 따라 움직였고 의무를 이행하는 기간이 아니리면 명령을 거부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는 일찍이 중앙 집권화된 동양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입니다. 서양 봉건제의 기틀을 세운 프랑크 제국(카롤링 왕조)의 통치 방식 때문인데 앞서 작성한 봉건제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명분이 갖춰지고 전쟁이 발발했을 때 왕은 의무를 이행할 신하들을 소집합니다. 소집령이 떨어지면 가신들은 자신들의 병사를 이끌고 소집에 응하거나 소집을 면제받을 수 있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비용을 스쿠타지(Scutage)라 하였습니다. 참전을 원하는 가신들은 자신의 영지에서 징집병과 사병을 이끌.. 2021. 11. 21.
롱소드 이야기 칼의 종류는 굉장히 많습니다. 글라디우스, 색스, 쵸퍼, 아밍 소드, 레이피어, 세이버 등 시대와 모양, 용도에 따라 다르게 불러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중세와 르네상스를 풍미한 롱소드라는 칼이 있습니다. 롱소드는 서양에서 사용하는 양손 장검을 의미하며 넓은 의미에서 길이가 긴 모든 검을 총칭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문 특이한 편에 속하는 무기입니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 정설처럼 굳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베기 위한 용도가 아닌 갑옷을 치기 위해 만들어졌다던지, 그 때문에 날이 뭉툭해서 날을 손으로 잡고 휘두를 수 있다(하프소딩)는 등의 정보들입니다. -실제로는 베는 것도 잘하고 찌르는 것도 잘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유튜브만 찾아봐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 2021. 11. 5.
빵 이야기 빵을 보면서 떠오르는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왜 서양 사람들은 밀로 밥을 지어먹지 않고 빵을 먹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쌀을 먹을 때는 껍질을 까는 도정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쌀은 크게 가장 겉껍질인 왕겨층, 중간 미강층, 내부 전분층이 있는데 도정은 여기서 미강층까지 벗겨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쌀은 마찰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껍질을 벗기고 제거 할 수 있지만 밀은 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밀알은 총 7겹의 외피로 구성되어 있어 껍질이 단단하고 밀알에는 글루텐 함유량이 높아 알맹이가 굉장히 부드러워 충격에 쉽게 부서집니다. 그렇기에 밀알을 먹기 위해서는 쌀알처럼 도정이 아닌 부수는 분식 과정을 거쳐 가루로 내어 먹게 됩니다. 밀알 껍질을 벗겨낼 수 없었던 과거에 빵을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이 .. 2021. 7. 25.
시간과 달력 시간은 의식하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1초... 2초... 멈추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있으며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1분... 2분... 끊임없이 흘러 지나갑니다. 그렇게 모인 시간은 낮과 밤, 하루와 주, 달과 해가 되어 차곡차곡 인간 역사에 층을 쌓아갑니다. 예수를 기점으로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누고 백년, 천년을 주기로 세기와 밀레니엄이라 부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 물론 답은 명확합니다. 그저 계속해서 흘러갈 겁니다. 하지만 이 명확한 답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각자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저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 보려.. 2021.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