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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템이 만드는 게임 플로우 발더스 게이트3를 마무리하고 커뮤니티를 살펴보며 다른 유저들의 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그중 제 시선을 사로잡은건 신성한 살라미 메타였습니다. 살라미는 음식 잡템으로 취급받지만 장비로도 쓸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입니다. 여기에 온갖 버프를 떡칠하여 무기로 사용하는 컨셉이었습니다. 무능할 정도의 낮은 스텟과 음식이라는 조합으로 예능이나 다름없는 살라미를 유저들이 게임 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드는 플레이가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살라미는 효율 측면에서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아이템입니다. 유저들이 살라미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는 지표를 가져와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용 빈도수가 낮고 아이템 자체가 없어도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살라미.. 2024. 4. 28.
펠 월드 - 플레이 리뷰 시작과 끝이 보이는 게임 펠월드는 게임이 공개된 순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게임입니다. 포켓몬을 닮은 캐릭터가 나와 상상도 못 한 공격을 펼치는 블랙조크 가득한 세상을 게이머로서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요? 일단 저는 못참습니다. 그래서 펠월드가 얼리억세스로 나오기 무섭게 게임을 시작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실망했습니다. 처음 시작의 동굴을 나와 게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이랬습니다. 아, 이 게임은 생각보다 오래 못하겠구나. 어둠으로 가려진 지도와 지역별로 있는 보스 펠, 어마어마한 노가다가 보이는 테크트리와 빌딩 컨텐츠, 어디서 본 듯한 시스템들의 향연과 메인 스토리의 부재까지. 펠월드는 게임을 시작하기 무섭게 저를 질리게 만들었습니다. 얼리억세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낮은 완성도는 어느정도 납득.. 2024. 3. 19.
발더스 게이트3 - 플레이 리뷰 장르의 새로운 신화 처음 접한 디엔디 세계관은 2023년 초에 개봉한 판타지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였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디엔디 세계관을 잘 몰랐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당연하게도 발더스 게이트 세계관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적당한 진지함, 틈틈이 빛을 발하는 유머,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꽤 즐거웠습니다. 지나친 클리셰 위주의 전개는 감동을 주지 못했지만 디엔디 세계관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발더스 게이트3를 플레이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내 눈에 올챙이를 들이밀다니!!! 충격적인 장면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추락 직전의 외계인 함선에서 깨어나는 .. 2024. 2. 17.
데스팟 게임 - 플레이 리뷰 던전을 왜 혼자서 돌지? 전통적인 로그라이크 장르나 RPG 게임들을 보면 괴물들이 가득한 던전을 공략할 때 솔로 플레이를 하거나 파티 플레이를 진행하는 것이 일종의 클리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데스팟 게임은 이러한 모습에 질문을 하나 던진게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게임은 옛날 플래쉬 게임에서나 보던 스틱맨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던전을 숫자로 밀어붙입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몬스터를 집단 린치하고 단체로 던전을 뚫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단순히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무식한 플레이를 가지고있진 않습니다. 스틱맨에게 장비를 장착시켜 무장하고, 경험치를 쌓아 성장시키며 전략 전술에 따라 진형을 만들고, 방을 이동할 때마다 음식을 소비하기 때문.. 2024. 1. 27.
턴제 게임의 전술과 전략 실시간 게임들은 플레이 과정 속에서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즉각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게임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턴 게임들은 정해진 결과값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두고 차례를 주고받습니다. 자신의 턴이 끝나면 상대방의 턴을 기다리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차례를 기다리는 일은 그닥 즐거운 경험이 아닙니다.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며 여기에 게임 특유의 복잡성이 더해지면서 턴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아마 턴 게임의 개발자들은 약점을 알고 이러한 고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내 차례가 끝나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상대방의 차례가 되어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정말.. 2023. 10. 6.
Wartales - 플레이 리뷰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험 워테일즈는 자신만의 용병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각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성장 분기와 다양한 스킬을 통한 캐릭터 빌드, 특별한 무기가 지닌 매력적인 효과와 추가적인 스킬들, 그리고 이러한 요소를 활용하여 펼쳐지는 전략적인 플레이까지 몰입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뒤섞어 아주 맛있는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단순히 전투만 잘 만든 것은 아닙니다. 워테일즈의 진미는 전투 밖에 있는 무수한 컨텐츠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전투직업과 생활직업이 구분되고 직업에 따라 각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집니다. 요리사는 용병대의 식사를 책임지고 땜장이는 모험에 필요한 잡동사니를 만듭니다. 대장장이는 모루에서 특별한 장비들을 만들어내고 광부와 나무꾼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 2023. 5. 7.
상상력이 만든 괴물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진화를 거치며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이한 속성을 얻었습니다.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내버려두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개념이나 현상, 사물과 서로를 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패턴을 찾습니다. 패턴을 찾고 대상을 이해하며 그것이 무해하고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지 가늠합니다. 불확실성은 이러한 패턴화된 접근과 이해를 방해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무해한지 알 수 없으며, 통제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사람에게 크고 작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인류가 생존했듯이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접하고 극복하면 우리 뇌는 문제 해결 패턴을 만들어 두려움에 적응하고 성취와 만족감을 보상으로 얻게 됩니다. -굴.. 2023. 4. 9.
권력의 상징 - 레갈리아 우리는 늑대의 겉모습만 보고 무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인간 역시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사람은 모두 평등합니다. 사람들의 장신구와 옷을 모두 벗겨 한 자리에 세워 놓는다면 빈자나 부자나, 시민이나 정치인이나, 군인이나 종교인이나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각자의 역할이 있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무리를 이루고 공동체를 구성하며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적어도 인간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알릴 방법이 필요해졌습니다.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설명하는 것보다 어떠한 상징을 두르고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누구인.. 2023. 3. 26.
Slay the Spire - 플레이 리뷰 장르의 교과서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장르의 교과서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덱 빌딩 요소와 로그라이크의 결합으로 각각의 요소가 지닌 장점을 최고의 시너지로 이끌어냈고 전략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피지컬 플레이를 구현했습니다. 일정한 규칙 하에 랜덤하게 리롤되는 던전 노드 속에서 보스까지 펼쳐진 길을 따라 전투, 휴식, 랜덤 이벤트와 상점, 보물 방들을 거쳐 내가 갈 길을 정하고 탐색하고 싸우고 보상을 얻는, 단기적인 목표를 끊임없이 재설정 가능한 환경은 탄탄한 몰입 구조를 만들었고 각 유닛마다 차별화된 덱과 플레이로 컨텐츠를 확장시켰습니다. 그 안에서 나만의 카드를 모으고, 불필요한 카드는 소거하며, 중요한 카드는 강화하는 선별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무수한 조합을 지닌 나만의 덱을 만드는 빌드업 .. 2023. 3. 15.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 전시 관람 저는 역사의 이야기가 담긴 전시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림이 되었든 조각이 되었든, 옛 사람들이 일상에 쓰이던 도구가 되었든 그 용도와 얽힌 이야기를 보고 당대의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이번에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빈 미술사 박물관과 협력하여 합스부르크 가문을 테마로 한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감사하게도 복제본이 아닌 진품을 전시했으며 합스부르크라 불리는 유럽사를 장식한 하나의 챕터를 가까운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합스부르크는 결혼 동맹을 바탕으로 600년의 세월 동안 유럽을 지배한 가문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하여 신성 로마 제국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명가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유럽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합스부르크 가문의 예술 작품들은 국경을 넘나.. 2023. 2. 20.
입체적인 경험을 위한 환경 스토리텔링 저는 베데스다의 RPG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엘더스크롤과 폴아웃에서 보여주는 시나리오 미션들과 사이드 스토리는 직접 그 세계에 빠져들고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베데스다 게임의 강점과 매력을 이야기할 때 높은 자유도와 선택지를 이야기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세계관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과 몰입 과정은 단순히 자유로운 선택지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베데스다는 살아있는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유저가 온전히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것들에 공을 들였습니다. 유저의 시나리오 진행도에 따른 이슈를 언급하며 대화를 나누는 NPC들,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잠입 상태로 적에게 다가가는 플레이어, 타오르는 모닥불, 잠을 자는 적 NPC와 그.. 2023. 2. 12.
유저의 자기결정과 개입 게임의 컨텐츠를 구성할 때 기획자는 여러 고민을 하기 마련입니다. 왜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플레이를 했을 때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정리를 시작합니다. 필요와 환경에 따라 기획의 스케일이 달라지며 처음 의도하던 방향과 다르게 진행될 때도 있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서울에 왜 가나요? 아무리 크고, 화려하고, 깊이 있고, 열심히 만들었다 할지라도 유저가 해당 컨텐츠를 플레이할 동기가 없다면 게임은 병풍처럼 버려지고 유기되기 마련입니다. 최근 작업했던 던전이 그런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최상위 난이도를 지닌 최종 파밍 컨텐츠로서 고질적인 컨텐츠 부족 이슈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의도로 작업되었으나 실제 .. 2023.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