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이 보이는 게임
펠월드는 게임이 공개된 순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게임입니다.
포켓몬을 닮은 캐릭터가 나와 상상도 못 한 공격을 펼치는 블랙조크 가득한 세상을 게이머로서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요?
일단 저는 못참습니다.
그래서 펠월드가 얼리억세스로 나오기 무섭게 게임을 시작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실망했습니다. 처음 시작의 동굴을 나와 게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이랬습니다.
아, 이 게임은 생각보다 오래 못하겠구나.
어둠으로 가려진 지도와 지역별로 있는 보스 펠, 어마어마한 노가다가 보이는 테크트리와 빌딩 컨텐츠, 어디서 본 듯한 시스템들의 향연과 메인 스토리의 부재까지.
펠월드는 게임을 시작하기 무섭게 저를 질리게 만들었습니다. 얼리억세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낮은 완성도는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지만 그저 유저를 세상에 던져놓는 플레이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이유가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정도면 적당히 플레이하다 환불이나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친 코어 메카닉
게임에서 코어 메카닉이라 하면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슈팅 게임에서는 슈팅 메커니즘을 포함하여 적과의 교전 플로우가 될 것이고, 퍼즐 게임에서는 퍼즐을 풀어내는 핵심적인 시스템이 될 겁니다. RPG 게임에서는 성장 과정이 될 것이고, 전략 게임에서는 승리를 위한 빌드업 요소가 될 겁니다.
펠월드 개발자들은 자기들이 만든 게임의 코어 메카닉을 명확히 이해하고 다뤘습니다. 무엇이 재미있는지, 무엇이 재미없는지,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지를 알고 적절하게 게임 속에 녹여냈으며 제대로 된 스토리 하나 없는 게임을 오직 순수 재미 하나로 유저의 멱살을 잡고 천국으로 던졌습니다.
자원을 채집하고, 펠을 잡고, 집에 가두고, 꾸미고, 더 많은 자원을 얻고, 더 좋은 무기를 만들고, 더 멋있는 펠을 잡고...
도대체 펠월드가 어떻길래 이렇게 재미있을까요?
사실 테이밍 요소가 들어간 생존 크래프팅 게임은 펠월드 외에도 꽤 많이 튀어나온 장르입니다. 대표적으로 아크 서바이벌이 있습니다. 유저들이 평가하기를 펠월드가 시스템을 그대로 베낀 게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힘을 생각하면 아크는 카피캣인 펠월드에게 압살당할 정도입니다.
다음으로는 포켓몬 시리즈가 있습니다. 펠월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포켓몬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켓몬을 따라하는 게임들은 펠월드 이전에도 무수히 많았고 모두 대차게 말아먹었습니다. 단순히 포켓몬 장르를 카피한 것이 승리의 열쇠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합치면 어떻게 될까요?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이 탄생했습니다.
일단 포켓몬을 닮은 펠은 저마다 개성이 명확하며 아주 귀엽습니다. 또 어떤 것들은 멋있습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개성있는 펠은 너무나 쉽게 유저들의 거리감을 뚫어버렸고 호감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들은 캐릭터성을 잡았습니다.
다음으로 유저는 펠을 잡아서 같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냥 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기지를 함께 만들고 잠자리와 밥을 제공하며 함께 싸우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펠들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단순 트로피가 아닌 의미 있는 위치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저 스포츠카를 모으듯 수집만 반복하는 테이밍 게임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횡보입니다.
- 수집형 게임을 이해하는 수준이 높다. 보법이 다르다. -
이렇게 유저가 게임 속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스템과 컨텐츠는 매력적인 펠과 합쳐져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었고...
포켓몬 유저들은 이걸 원했습니다.
단순히 볼 안에 쑤셔박고 돌아다니면서 전투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원했고 펠월드는 이것을 생존 크래프팅 장르와 엮어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덤으로 멀티플레이를 제공하고 유저가 직접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디테일까지 빼먹지 않았습니다.
펠월드는 아직 부족한게 많습니다. 하지만 게임 자체는 완성되었습니다.
개발사 포켓페어는 얼리억세스 한방으로 펠월드라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어떤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완전한 플레이가 가능한 코어메카닉 갖춘 펠월드는 어쩌면 얼리억세스가 추구해야 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보통 카피캣 게임이 돈을 벌고 성공하기 시작하면 개발사가 욕을 먹습니다.
- 대표적으로 미호요의 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펠월드는 개발 역전 세계라도 되어버린 것마냥, 펠월드 개발사 포켓페어가 아니라 포켓몬 개발사인 게임프리크가 대차게 욕을 먹었습니다.
너네는 이런 거 안만들고 뭐했냐?
같은 의견이 대다수였고 저 역시도 포켓몬에게 펠월드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추가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펠월드의 흥행이 굉장히 흥미진진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 압도적인 재미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
펠월드는 얼리억세스 게임이기에 평가하기 모호한 부분이 많지만 펠월드가 초기에 보여주었던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정식 출시가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펠월드의 코어메카닉은 완성된 상태고 실적으로 증명했기에 방향성만 뒤집어지지 않는다면 컨텐츠를 확장하는 일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은 장기적인 견인력이 지나치게 부족한 상태입니다.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게임은 유저에게 무언가를 시키지 않습니다. 부탁하지도 않습니다. 시나리오는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고 게임 플레이는 반복된 패턴 속에서 점점 지루해집니다.
초반부는 잘 만들어진 코어메카닉으로 순수 재미를 구현하여 많은 사람들을 몰입시켰지만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이제 뭘 하지 같은 상황들이 은근히 자주 발생합니다.
어린이를 고려한 포켓몬과 달리 펠월드는 성인을 타겟으로 만들어 블랙조크 가득한 가차없는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몬스터볼에 쑤셔넣을 수도 있고 귀여운 펠을 로켓 런처에 집어넣고 쏠 수도 있습니다.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지만 실상을 자세히 보면 강제노역이나 다름없고 펠과 친구가 되려면 두들겨 패서 볼 안에 구겨 넣어야 합니다. 어떤 펠들의 설명을 읽어보면 콩트나 다름없는 내용이 들어있기도 하고 기술을 올리면 총을 난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펠월드를 플레이하는 것을 고민하거나 후회할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얼리억세스를 감안해도 그 가격에 이 정도 구성이면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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