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 기획8

잡템이 만드는 게임 플로우 발더스 게이트3를 마무리하고 커뮤니티를 살펴보며 다른 유저들의 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그중 제 시선을 사로잡은건 신성한 살라미 메타였습니다. 살라미는 음식 잡템으로 취급받지만 장비로도 쓸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입니다. 여기에 온갖 버프를 떡칠하여 무기로 사용하는 컨셉이었습니다. 무능할 정도의 낮은 스텟과 음식이라는 조합으로 예능이나 다름없는 살라미를 유저들이 게임 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드는 플레이가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살라미는 효율 측면에서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아이템입니다. 유저들이 살라미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는 지표를 가져와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용 빈도수가 낮고 아이템 자체가 없어도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살라미.. 2024. 4. 28.
입체적인 경험을 위한 환경 스토리텔링 저는 베데스다의 RPG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엘더스크롤과 폴아웃에서 보여주는 시나리오 미션들과 사이드 스토리는 직접 그 세계에 빠져들고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베데스다 게임의 강점과 매력을 이야기할 때 높은 자유도와 선택지를 이야기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세계관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과 몰입 과정은 단순히 자유로운 선택지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베데스다는 살아있는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유저가 온전히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것들에 공을 들였습니다. 유저의 시나리오 진행도에 따른 이슈를 언급하며 대화를 나누는 NPC들,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잠입 상태로 적에게 다가가는 플레이어, 타오르는 모닥불, 잠을 자는 적 NPC와 그.. 2023. 2. 12.
유저의 자기결정과 개입 게임의 컨텐츠를 구성할 때 기획자는 여러 고민을 하기 마련입니다. 왜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플레이를 했을 때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정리를 시작합니다. 필요와 환경에 따라 기획의 스케일이 달라지며 처음 의도하던 방향과 다르게 진행될 때도 있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서울에 왜 가나요? 아무리 크고, 화려하고, 깊이 있고, 열심히 만들었다 할지라도 유저가 해당 컨텐츠를 플레이할 동기가 없다면 게임은 병풍처럼 버려지고 유기되기 마련입니다. 최근 작업했던 던전이 그런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최상위 난이도를 지닌 최종 파밍 컨텐츠로서 고질적인 컨텐츠 부족 이슈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의도로 작업되었으나 실제 .. 2023. 1. 13.
턴제 게임의 약점과 균형 저는 느긋하게 진행하는 게임 플레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게임의 템포를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면 지루한 부분은 빠르게, 즐거운 부분은 천천히 즐기며 끊임없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턴제 방식의 게임도 좋아하는 편에 속합니다. 언제든 게임을 잠시 멈추고 동태를 살피며 상황을 파악하고 최선의 판단을 고민하는 과정은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진행되는 실시간 경쟁 게임도 좋아하지만 금세 진이 빠져 오래 붙잡고 플레이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모든 턴 게임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상대방의 플레이를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과 장기적인 플레이타임을 지닌 턴제 게임의.. 2022. 10. 21.
레벨디자인 접근 방식에 따른 유저의 패턴 인식 최근 중복되는 몹이 반복 등장하는 던전을 작업하며 플레이가 굉장히 단조롭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작업자가 느낄 정도라면 실제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도 그닥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 레벨디자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난이도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많습니다. 편리한 접근법이지만 단순 기믹의 어려움과 스텟 조절이 아닌 게임 디자인으로서 줄 수 있는 근본적인 경험에 포커싱을 맞춰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획자의 영역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어떻게 새롭고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게임을 디자인하며 매 판마다 새로운 컨셉의 던전, 새로운 몬스터, 새로운 패턴이 있다면 꽤 흥미로울지도 모르겠지만 유저 모드 개발이 오픈된 환경이 아니라면 실제로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개발이 .. 2022. 8. 28.
스트레스와 레벨디자인 모델에 대한 고찰 우리는 왜 게임 속에서 어려운 도전을 찾아 나서는 걸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게 재미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떤 게임들은 지나치게 어렵거나 문제가 많아 유저들이 서로 싸우고 욕하고 실패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승리의 쾌감을 잊지 못해 끊임없이 몰입하고, 도전하고,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슈로 분쟁이 생길 때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게임은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라 풀기 위해 하는거다.' 하지만 게임 기획자 관점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게임 플레이는 없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를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도전은 필연적으로 장애물을 지니고 있으며, 장애물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있어 스트레스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렇.. 2022. 6. 1.
몰입하는 게임 디자인의 방향 최근 새로 산 게임을 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유저는 게임의 어느 순간 몰입감이 사라지게 될까? 보통 게임에 몰입한다는 것은 그 게임이 미칠듯이 재미있어야 가능한 상황입니다. 제 경우에는 림월드, 문명, 크루세이더 킹즈, 마운트 앤 블레이드,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폴아웃 시리즈 등의 게임을 할 때 낮과 밤이 바뀌고 시간이 사라지는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닌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저마다 애정하는 게임을 하며 몰입을 경험한 적이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몰입했던 게임들도 어느 순간 멈추고 손에서 떠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소위 우리가 현타라고 부르는 그 상황이 언제 찾아오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재미를 느끼는 과정은 너무나 다양하지만, 흥미를 잃는 과정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 2022. 4. 29.
몬스터와 레벨 디자인의 고려 요소 최근 몬스터 기획이나 레벨 디자인을 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다시 고찰할 계기가 생겼습니다. -덧붙여 나 자신은 어떤 기획자인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획 업무를 하면서 지금의 환경에 매몰되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던 와중 본질적인 질문을 받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머릿속을 환기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솔직하게 게임 기획을 처음 시작했을때 재미있는 게임 기획이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추상적이라고 느껴 왔습니다. 재미를 느끼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고, 이해와 존중에 앞서 서로 다른 재미를 측량하는 것 자체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정말 그런가?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점은 내가 잘못된 접근 방식을 .. 202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