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교과서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장르의 교과서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덱 빌딩 요소와 로그라이크의 결합으로 각각의 요소가 지닌 장점을 최고의 시너지로 이끌어냈고 전략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피지컬 플레이를 구현했습니다.
일정한 규칙 하에 랜덤하게 리롤되는 던전 노드 속에서 보스까지 펼쳐진 길을 따라 전투, 휴식, 랜덤 이벤트와 상점, 보물 방들을 거쳐 내가 갈 길을 정하고 탐색하고 싸우고 보상을 얻는, 단기적인 목표를 끊임없이 재설정 가능한 환경은 탄탄한 몰입 구조를 만들었고 각 유닛마다 차별화된 덱과 플레이로 컨텐츠를 확장시켰습니다.
그 안에서 나만의 카드를 모으고, 불필요한 카드는 소거하며, 중요한 카드는 강화하는 선별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무수한 조합을 지닌 나만의 덱을 만드는 빌드업 플레이를 마련하였고
매 턴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덱을 전략적으로 사용하여 행위에 대한 모든 결과가 나의 실력 부족으로 연결되는 재미있는 플레이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덱이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적다고 좋은 것도 아닌 균형잡힌 플레이는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 이루어 낼 수 있는 폭발적인 시너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턴제 게임의 핵심을 지켜 나가며 누구나 쉽게 플레이하고 깊이를 파고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한두 줄의 설명으로 이해 가능한 카드의 기능, 암산으로 해결 가능한 직관적인 수치값, 한눈에 들어오는 인터페이스와 이해하기 쉬운 기호, 랜덤이라는 변수가 개입하지만 통제 가능한 환경까지.
개입 가능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몇 수 앞의 흐름을 내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은 순수하게 유저의 판단으로 게임의 결과가 판가름나는 환경을 만들어 끊임없는 도전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로그라이크와 덱 빌딩 장르의 교과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상적인 재미였습니다.
최소화된 운의 개입
슬더스를 하면서 놀란 점은 플레이에서 운의 개입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레벨디자인에서 맵의 리롤과 적을 알 수 없는 랜덤한 전투가 있지만 일정한 규칙 안에서 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순환하고 있으며, 이벤트의 내용과 전투 보상은 랜덤하게 발생하지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상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덱 빌딩이라는 요소에 포커싱하여 만들어진 방식은 굉장히 능동적인 플레이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랜덤 이벤트에 있어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환경을 제공함으로, 상황에 따라 유저 스스로 맵의 동선을 재고하고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었고 행동이 끝날 때마다 생각의 단초를 제시하여 새로운 몰입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운이 없어서 좋은 소득을 얻지 못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이벤트 내부에서도 수용과 거부라는 선택지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결과의 대한 책임을 온전히 유저에게 넘겼고, 유저는 무의식중에 방어기제를 발동하여 부정적인 경험을 덜어내기 때문입니다.
전투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최소화된 피해를 받고 최대한의 피해를 가한다는 본질에 집중하여 전투 자체는 역동적이고 치밀하게 짜여진 퍼즐 게임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랜덤한 요소는 오직 카드가 섞이는 셔플뿐이며, 심지어 이마저도 카드의 추가, 소거, 강화, 그리고 특정 카드에 따라 원하는 카드를 손패로 가져올 수 있는 유저의 개입이 가능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적의 다음 행동을 머리 위에 표시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유저가 적의 행동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플레이를 만들어 상대방의 턴 마저 유저의 플레이 영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테트리스에서 경험하던 몰입 구조를 로그라이크 장르에서 느낄 수 있었고 턴제 게임의 단점이었던 지루한 기다림이 재치 있게 사라지고 끝없는 전략 구상과 몰입 플레이만 남았습니다.
흔히 게임에서 변수를 만들기 위해 차용하는 확률 치명타도 슬더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유저의 실력 요소에 결판나는 전투 플레이를 위해 치명타는 단순히 막타를 치는 것을 의미하며 확률 회피 시스템 또한 존재하지 않아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방어적인 카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이제 슬더스에서 구체화됐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행운 요소를 집어넣고 수용과 거부라는 추가적인 선택지를 제시하여 결과에 따른 리스크와 리턴은 온전히 유저의 책임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가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동기부여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플레이의 흐름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 기대 이론(Expectancy theory)에 기반한 의견입니다. 노력하면 성과를 낼 수 있고, 성과를 내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 보상에 따라 선호하는 정도 등을 측정하여 동기부여를 만들 수 있다는 심리 이론입니다. -
이러한 심리 자극의 밸런스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몰입 구조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장르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남겨 주었습니다.
'Private Story > Game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스팟 게임 - 플레이 리뷰 (1) | 2024.01.27 |
---|---|
Wartales - 플레이 리뷰 (1) | 2023.05.07 |
데이브 더 다이버 - 플레이 리뷰 (0) | 2022.12.17 |
디비니티 : 오리지널 씬 2 - 플레이 리뷰 (0) | 2022.09.21 |
V Rising - 플레이 리뷰 (0) | 2022.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