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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Story/Game Play

디비니티 : 오리지널 씬 2 - 플레이 리뷰

by 늘상의 하루 2022. 9. 21.

방 한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디비니티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온 듯한 경험을 선물합니다.

 

도입부의 서사가 끝나면 당신은 이제 막 실험대에서 풀려나 정체불명의 선박을 살펴 나가게 됩니다. 감옥 같이 폐쇄적이고 위험해 보이는 지물들은 불안감을 자극하여 유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조사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을 보면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분위기의 위력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흔한 운명과 신탁 없이 공포라는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분위기로 유저를 움직이게 만들다니!

-정말 그것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긴장감을 만들어 행동을 재촉하는 분위기와 표현에 감탄했습니다.-

 

분위기를 통한 유저의 행동 유도는 게임 고유의 기조처럼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시체를 활용하여 분위기를 만들고 유저를 유인하는 방식은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이었고, TRPG 스타일의 지문과 판정들은 디스코 엘리시움을 통해 신나게 즐겼던 제게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유저가 인지하지 못한 숨겨진 보상과 보물들에 다가가면 동료들이 한마디를 하는 것으로 포커싱을 유도하고, 지나간 길들을 언제든 다시 살펴볼 수 있는 탁 트인 시점과 자유로운 카메라 이동은 맵 구석구석을 살피며 탐험할 맛 나는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TRPG를 바탕으로 삼았기에 한가지 해결 방법을 강제하지 않는 점도 굉장한 호평 요소였습니다. 단순히 적과 싸워 보상을 얻을 수도 있고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설득으로 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NPC와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 있다면 설득 스킬 없이도 문제 해결이 가능한 상황도 등장합니다. 히든 상호작용을 경험하니 탐험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각별해졌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쾌한 퀘스트와 내러티브, 그리고 선입견을 비틀어낸 해결 방법들은 단순히 긴장감 있는 플레이를 넘어 게임 속에서 희로애락을 오고 가는 입체적인 경험과 감상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턴제와 전략 그리고 예술

게임 플레이는 실시간과 턴제를 넘나들며 흘러갑니다. 비전투 상태일 때는 자유롭게 이동과 탐험이 가능한 실시간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투에 돌입하면 게임은 턴제 방식으로 전환됩니다.

 

전투에 참여하는 유닛들은 민첩성에 따라 턴 순서가 결정되며 주어진 행동력 안에서 움직이고 스킬을 사용해야 합니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유닛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 턴이 넘어가지 않으면 전투는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응용하여 전투중에 기름통을 모두 끌어모으는 등 재미있는 플레이가 나오기도 합니다.

 

유닛들은 고유의 체력 수치와 장비를 통한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방어력이 디버프 효과도 함께 보호하는 시스템입니다.

 

턴제 게임에서 매 턴마다 피해를 강요하는 디버프는 효율적인 전투로 나아가는 기본적인 전략 중 하나이며 적의 턴 자체를 넘겨버리는 무력화 기술들은 모든 턴제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1티어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비니티에서 디버프는 즉각 발동되는 것이 아닌 물리 혹은 마법 방어력을 모두 깎아야 한다는 선행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저는 보다 효율적인 공격을 가하기 위해 전략적인 판과 수를 머릿속에서 짜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더해 상호작용하는 특수 효과들도 전략적인 판 구성에 입체적인 경험을 더해줍니다.

 

적에게 번개 피해를 효과적으로 가하기 위해서는 젖어있는 상태로 만들 필요가 있으며,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해당 영역은 전도 상태가 되어 지속적인 피해를 부여합니다.

 

유저는 효율적인 공격을 위해 물통을 파괴하거나 비(Rain) 마법으로 물웅덩이를 만들 수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는 물풍선 같은 소모 아이템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끈적한 타르가 가득찬 기름통을 터트려 둔화 상태로 만들거나 독액을 흩뿌려 영역 내 적들에게 피해를 누적시킬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불꽃을 점화시켜 폭발을 일으키고 화염 영역을 만드는 것으로 추가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무궁무진한 상호작용이 매 턴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변수를 만들어내고 보통 게임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스크롤과 소모품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모든 유닛이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투입시키는 효율적인 전투를 이끌어냅니다.

 

이 외에도 배후 타격과 장애물, 높이와 간격 등 환경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전투가 일률적이지 않고 매번 색다르게 몰입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후기

디비니티는 지금도 계속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구매한 순간부터 틈나는 시간마다 빠짐없이 플레이했으나 3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제 막 첫 번째 챕터를 넘어갔기에 남은 컨텐츠를 보며 행복에 몸을 비틀고 있습니다.

 

유저가 고를 수 있는 등장인물들은 각각 고유한 배경과 퀘스트, 상호작용 컨텐츠를 지니고 있습니다.

 

선택한 한명이 주인공인 것이 아닌 그들 모두가 이야기의 주인공인 것처럼 흘러가는 시나리오는 동료를 모으고 수평 성장을 지향하는 게임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은 생각입니다.

 

불편한 점들도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카메라 전환이 가능한 3D 게임이면서 타일 없는 턴 방식의 게임 플레이였기에 이동과 스킬 사용에 있어 개인적으로 가시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상당했습니다.

 

디비니티의 유닛은 적이 자신과 인접한 영역 안에서 벗어나려 하면 1회 공격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가시성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유닛을 이동시키다가 적에게 피해를 받고 한턴을 손해 보는 플레이가 나오곤 했습니다.

 

타일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투사체의 타격 지점을 설정하는 것도 매우 자유롭습니다. 너무 자유롭기 때문에 날아가는 과정에서 장애물에 충돌하여 중간에 돈좌될 수도 있고 아군도 피격 범위 대상에 들어갈 수 있어 시전 준비 단계에서 보여주는 조준선을 집중해서 잘 살펴보고 사용해야 합니다.

 

퀘스트와 마커는 미묘할 정도로 최소한의 정보만 보여줍니다.

 

해당 퀘스트가 마무리 된 것 같음에도 별다른 정보 없이 여전히 마커가 남아 있어 신경쓰이는 점이 가득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들은 이러한 점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적응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점에서 게임이 제공하는 편의성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디비니티는 적에게 고정되는 타겟팅 보정을 걸어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고, 이동시 적에게 피해를 받는다는 팝업 경고를 띄워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범위 공격시 아군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고 모든 것들을 기본적인 정보와 경험, 유저의 관찰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극복 가능하기 때문에 용인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불편했던 점들은 경험 문제로 전환됩니다. 문제는 유저가 극복이 불가능한 고정적인 불편 요소가 아닐까 주저리 생각했습니다.

 

돌아와서 디비니티를 이제야 플레이했다는 점에서 인생 절반 손해 본 기분이고 이제야 플레이했다는 점에서 먹을게 많아 행복한 기분입니다.

 

TRPG 스타일의 턴제 전략 RPG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