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ivate Story/Game Play

발더스 게이트3 - 플레이 리뷰

by 늘상의 하루 2024. 2. 17.

외계인 함선 출입구의 이름은 괄약근...

장르의 새로운 신화

처음 접한 디엔디 세계관은 2023년 초에 개봉한 판타지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였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디엔디 세계관을 잘 몰랐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당연하게도 발더스 게이트 세계관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적당한 진지함, 틈틈이 빛을 발하는 유머,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꽤 즐거웠습니다. 지나친 클리셰 위주의 전개는 감동을 주지 못했지만 디엔디 세계관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발더스 게이트3를 플레이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내 눈에 올챙이를 들이밀다니!!!

 

충격적인 장면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추락 직전의 외계인 함선에서 깨어나는 도입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스쳐지나가던 캐릭터들이 튀어나왔고 게임은 유저에게 간단한 숙제 하나를 내어줬습니다.

 

살고 싶으면 탈출해라!

-물론 머릿속의 올챙이는 잊지 말고-

 

오랜만에 느끼는 직관적이고 명확한 동기부여는 순식간에 저를 게임 속으로 몰입시켰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뇌를 뽑는 연출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발더스 게이트3가 어떤 게임인지 짧고 간단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말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 속에서 다음에 뭐가 튀어나올지 예측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후 만나는 동료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서사를 지니고 있지만 저와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공통점은 동료들의 매력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면서도 게임 속 몰입감과 유저의 페르소나를 지켜주기에 완벽한 소재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선과 악, 질서와 혼돈 플레이는 유저가 어느모로 가더라도 즐거운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단순하게 선택지가 많은 것이 아닌, 유저가 연기하는 페르소나에 맞춰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발더스 게이트3가 좋은 게임이라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출시 후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미친듯이 플레이한 2023년 최고의 게임이었습니다.


작전을 세우고 전투를 준비하라

발더스 게이트3는 모든 지형지물과 환경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턴제 게임의 전투와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임은 실시간으로 움직일 수 있는 월드를 기반으로 교전이 걸리면 턴제 전투 상태에 돌입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유저는 전투를 시작하지 않아도 전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모든 버프와 약물을 도핑하고 교전을 시작하는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폭발물이나 인화성 가젯을 적들이 있는 경로에 미리 설치합니다. 바닥을 적셔 전도성을 높일 수도 있고 팀을 두 조로 나눠 한 조가 시선을 끄는 동안 뒤로 돌아가 적을 기습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창발적 플레이가 열려 있는 자유로운 전략성을 자랑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플레이가 모두 치밀한 준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모든 방법들이 유저의 고민과 의도, 실행력에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플레이는 레고를 조립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경험을 이끌어내며 작전의 성공은 나의 뛰어난 전략과 실행력 덕분이고 실패한다면 또 다른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몰입과 고민거리를 던져주어 지루한 턴제 게임의 약점을 창의적으로 극복해냈습니다.

 

전투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적과 아군 구분 없이 능력치에 따라 셔플된 턴 순서를 따라 단기적인 목표를 끊임없이 제공합니다. 유저는 턴 순서를 보고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여 점진적으로 우위를 챙기거나 빌드업을 통해 판도를 뒤집어버립니다.

 

다음 차례에 있는 적을 무력화하여 행동 순서에 개입하거나 빌드업 플레이를 통해 마지막 한방으로 판도를 뒤집을 수 있어 턴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와 지루한 경험을 최소화했습니다.

 

교전의 방향성은 이기는 것 하나에 포커싱되지 않았습니다.

 

카리스마있는 캐릭터를 통해 적 자체를 말로 회유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고 다양한 직업과 스킬, 그리고 아이템을 통해 컨셉 플레이 중심의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어떤 빌드를 가든 플레이에 문제되지 않으며 유저가 원하는 방향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극한의 효율 플레이, 일편단심 컨셉 플레이, 전투 자체를 회피하는 플레이, 적을 죽이지 않고 기절과 말로 해결하는 평화주의 플레이까지...

 

어느모로 가더라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발더스 게이트3가 지닌 특별한 경험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보여줘 다시 보여줘 다시 보여줘 다시 보여줘 다시 보여줘 다시 보여줘

오픈월드와 페르소나

선택지가 있는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컨셉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몰입을 가중시키고, 서로 다른 방향성을 지닌 이야기의 전개를 내 선택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물론 선택지가 많다고 다 좋은 게임은 아닙니다.

 

어떤 게임들은 의미 없는 선택지들을 나열하거나 유저가 원하지 않는 선택지를 제한하기도 하고 다양한 선택과 엔딩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발더스 게이트3의 선택지가 재미있는 이유는 모든 긍정적인 조건들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서사의 TRPG를 하는 것처럼 유저는 캐릭터의 배경을 선택하고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에 맞는 추가적인 선택지를 제안받습니다.

 

이러한 선택지를 통해 같은 문제를 받더라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진 마라톤을 달린다고 했을 때 유저는 자신의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도 있고, 경쟁자를 방해하거나 제거하고, 팀을 이뤄 달릴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냥 마라톤에 참여하지 않고 샛길로 빙 돌아가 결승점에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는 이러한 과정을 플레이에 녹여냈습니다.

 

유저가 연기하는 서사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선과 악, 질서와 혼돈의 제안을 건네는 그들의 스토리텔링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서사의 동기를 제공하며 유저를 게임 속으로 잡아당깁니다.

 

발더스 게이트3는 정말 오랜만에 게임 불감증을 치료해 준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진정한 판타지 세계를 매력적인 동료들과 함께 여행하며 유대감을 쌓아 나가는 경험이었고 모든 상황들이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와 긴장감, 감동으로 이루어져 플레이하는 매 순간마다 미친듯이 몰입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꼭 한번 플레이하기를 권장합니다.

'Private Story > Game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펠 월드 - 플레이 리뷰  (0) 2024.03.19
데스팟 게임 - 플레이 리뷰  (1) 2024.01.27
Wartales - 플레이 리뷰  (1) 2023.05.07
Slay the Spire - 플레이 리뷰  (0) 2023.03.15
데이브 더 다이버 - 플레이 리뷰  (0) 202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