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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Story/Game Play

Twelve Minutes - 플레이 리뷰

by 늘상의 하루 2022. 6. 14.

독창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

트웰브 미닛은 한 편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겨줍니다.

 

게임은 시작부터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바닥재와 복도를 통해 무의식적인 긴장감과 미스터리를 자극하고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로 접근합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무지로 인한 불안이 내재된 플레이는 이어지는 결과를 상상하는데 힘을 더해 주었습니다.

 

게임은 완전한 탑 뷰로 진행되며 이따금 냉장고를 열어보거나 현관문의 핍홀 같은 곳에서 1인칭 시점으로 뒤바뀌곤 합니다. 그럴 때면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상호작용에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적 기법 같은 시점 전환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있어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어 강력한 현장감을 제공했습니다.

 

그건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과 아파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조하는 불완전한 신이 된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줍니다.

 

저는 관조자에 가까운 플레이와 예상치 못하는 결과, 부족한 전능감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서 트웰브 미닛의 일상적인 선택지조차 하나하나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이걸 먼저 하면 어떻게 될까?

 

이걸 하지 않고 저걸 먼저 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한 호기심 끝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시작되는 루프, 그리고 같은 선택지와 다른 결과로 뒤바뀌기 시작한 플레이는 게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며 저돌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타임루프 속에서 반복되는 서스펜스

첫 루프를 통해 게임은 쓰고 있던 가면을 내던지고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평화롭던 긴장선과 선택지들은 시간의 흐름에 쫓기며 미스터리하고 불안정한 과정으로 돌변합니다.

 

같은 행동, 같은 상황이지만 단 한 번의 루프로 모든 결과가 뒤바뀌기 시작합니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 시작된 유저의 선택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나아가며 나비의 날개짓처럼 퍼져 나가 스릴러와 서스펜스적 흐름과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루프를 통한 이야기 전개는 정말 매력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되었습니다.

 

게임 도입부에서 퇴근 후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는 자칫 지루한 과정이 될 수도 있었지만, 유저가 지루함이 아닌 휴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와 장치들을 마련하여 부드럽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기습적으로 치솟아 오르는 긴장과 사건을 통해 타임 루프에 대한 극적인 연출과 감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고 미친듯한 몰입감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휴식을 통한 긴장 이완과 기습적인 위기감, 사건으로 빌드업된 타임 루프 스토리텔링.

 

영화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클리셰이자 트웰브 미닛이 가진 훌륭한 도입부입니다.


매력적인 두 시간

트웰브 미닛의 훌륭한 도입부와 타임 루프의 매력적인 표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첫 두 시간 동안 제가 끊임없이 게임에 집중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게임의 이야기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싶은 호기심을 통해 마우스를 움직여 맵을 탐색하고, 누르고, 반응을 보고, 벌어지는 결과에 놀라고, 매 선택지 하나하나가 인상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왔습니다.

 

반복되는 선택지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선택이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탐색하며 파악하고 그 과정 속에서 일종의 도전적인 성취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그러한 반복 경험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시간이 흘러 선택지를 공략할수록 불확실성은 소거되었고, 올바른 길로 가는 숨겨진 하나의 해답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반복 탐색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지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결과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 긴장감 있던 선택지들은 이제 미묘한 경험으로 바뀌었으며 정답을 찾기 위해 진행된 무수한 반복 루프는 지루한 과정이 되었습니다.

 

무수한 엔딩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은 하나의 올바른 엔딩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용을 모두 파악한 무의미한 루프 과정 속에서 헤매이지 않고 그 과정이 보다 매끄러웠다면 플레이 타임은 짧아지더라도 보다 더 여운있고 인상적인 경험으로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작은 소견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스팀 환불규정 두시간을 넘어갔으니, 그냥 잘 만든 도입부가 아니라 겁나게 잘 만든 도입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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