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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Story/History Story

방패 이야기

by 늘상의 하루 2022. 1. 31.

 

방패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입니다.

 

능동적으로 공격을 막을 수 있고 때로는 휘둘러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전투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뿐만이 아닌 상대방을 안전하게 제압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쉽게 방패는 사용자의 방어력을 증강시킵니다.

 

방어의 증강은 단순히 게임처럼 데미지를 덜 받는 것이 아닙니다. 방어는 공격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겁니다.

 

인간의 몸은 일격에 무력화될수도 있고 작은 상처에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살갖이 칼날에 베이면 근육과 신경은 끊어지고 정신력은 의미를 잃습니다. 그렇기에 싸우는 이들은 치명상을 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방어가 준비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는 두터운 장갑을 두른 탱크와 같습니다. 자신은 다치지 않으면서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결투는 보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자신감은 집단으로 움직일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국까지 시작된 물결은 거대한 제국을 세우는 강력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방패는 장점만큼 단점도 확실한 장비입니다.

 

먼저 한 손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손이 묶인다는 것은 전투에서 큰 제약을 동반합니다. 무게와 부피, 적재의 문제도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방패는 들고 다니기 불편합니다.

-행군을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쉽게 와닿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시간이 흘러 갑옷과 총포가 발달하면서 방패는 전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갑옷이 발달하면서 방패는 점점 작아지고 이내 사라져 병사들은 강력한 폴암이나 양손검을 무기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총포가 발달하면서 방패는 무의미해지고 갑옷마저 역사 속으로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컨텐츠에서 방패를 수동적이며 수비적이고 보조적인 장비, 잡졸들이 사용하는 무기처럼 생각하거나 부족한 검 실력을 보완하기 위한 장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컨텐츠에서는 갑옷조차 소홀하게 다루기도 합니다만 보통은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리거나 개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하지만 방패가 약하기 때문에 물러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작성한 게시글인 '총과 갑옷의 대결' 글에서 이야기했듯 도구에 몰락은 없습니다. 시대와 환경에 맞춰 변화할 뿐입니다.

 

방패 전술과 종류는 다른 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방패의 구조적인 관점과 용도로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Heater Shield, 모양이 다리미 Heater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방패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몸체, 쉴드 보드(Shield Board)손잡이(Grip)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히터 쉴드(Heater Shield)를 가져왔습니다.

 

방패를 들고 있지 않을 때는 몸에 걸치고 다닐 수 있도록 어깨끈(Guige)을 활용합니다. 보통 방해되지 않게 손잡이 부분에 달려 있습니다. 손잡이는 리벳(Rivet)으로 몸체와 고정합니다.

-상기 이미지에서 전면부를 보면 블라존에 가려진 리벳의 흔적이 보입니다.-

 

위의 이미지에는 나오지 않지만 방패의 중심에는 손잡이와 연결된 Boss 혹은 Umbo라 부르는 쇠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히터 쉴드가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방패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며 이후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방패의 테두리(Rim)를 보면 무언가 덮어 씌운 것처럼 마감이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방패는 단일 재료로 만들어지지 않고 복합 재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강철과 청동으로 만들면 분명 튼튼한 방패가 되겠지만 무게는 전장에 치명적인 요소가 됩니다.

 

때문에 가볍게 만들기 위해 기본적으로 목재를 사용했고 그 위에 가죽이나 천, 혹은 얇은 철판을 사용한 덮개(Cover)로 나무를 보강했습니다.

 

여기서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자신의 소속을 알리기 위해 방패에 블라존(Blazon)이라 하는 문양을 그려 넣었습니다. 블라존은 소속을 상징하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하고 블라존을 구성하는 공식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차후 상징과 문양에 대한 글에서 작성하겠습니다.- 

 

방패의 모양은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했습니다.

 

전신을 가릴 수 있는 스쿠툼에서 응용력 있는 라운드 쉴드로, 보다 가볍고 실용적인 카이트 쉴드로 변화하였고 갑옷의 그리브가 발달하면서 마상에서 쓰기 편한 히터 쉴드로 변화합니다.

 

하지만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특징이 있는데 바로 방패와 사람을 연결하는 손잡이 부분입니다. 먼저 손잡이는 크게 두 분류로 정해집니다. 센터 그립(Center Grip)암스(Enarmes)입니다.

 

그 외에도 손잡이를 쓰지 않는 방패가 있는데 편의를 위해 Free hand 그룹으로 분류하겠습니다.


로마의 스쿠툼(Scutum)과 바이킹들이 주로 사용한 원형 방패(Round Shield)

센터 그립 - Center Grip

센터 그립의 특징은 손잡이가 중심에 있고 전면부에는 보스(Boss)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센터 그립은 가로와 세로로 용도가 달라지는데 로마가 주력으로 사용한 방패 스쿠툼(Scutum)은 가로 손잡이를 지니고 있고 바이킹이 주로 사용한 라운드 쉴드(Round Shield)는 세로 손잡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센터 그립에서 손잡이의 방향이 다른 이유는 전술적인 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쿠툼의 그립은 방어 시 적의 충격을 저지하기 용이합니다. 로마의 기본 전술인 밀집 대형에서 스쿠툼을 땅에 지지하거나 몸으로 받치면 안정적으로 방패를 고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단 전투보다 개인 전투에 초점이 맞춰진 라운드 쉴드는 방어 시 회전문 효과를 이용하여 적의 공격을 흘려낼 수 있습니다. 이는 보다 적은 충격량으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적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기술이 존재합니다.

 

센터 그립은 방패를 쉽게 놓고 잡을 수 있고 방패가 관통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방패를 쉽게 놓칠 수 있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패를 지지하기가 힘들다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방패가 전장에서 사라진 중세 후기, 결투를 목적으로 등장한 소형 방패 버클러(Buckler)는 쉽게 잡고 놓을 수 있는 휴대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센터 그립을 지니고 있습니다.

 

센터 그립을 지닌 방패는 주로 보스(Boss/Umbo)라 불리는 부속품이 방패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보스는 단순히 방패의 방호력을 보강하고 몸체와 손잡이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방패를 치고 미끄러지는 적의 무기를 붙잡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앤암스가 주류가 되고 전장에서 방패가 사라지며 결투에서 버클러가 등장할 때까지 보스는 장식 역할로 남거나 사라집니다.

 

https://youtu.be/dkhpqAGdZPc


앤암스 - Enarmes

앤암스 방패는 팔이 방패에 딱 붙을 수 있도록 묶어 고정하는 부착 방식이 특징입니다. 손잡이는 고정형 그립 혹은 줄(Strap)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스의 중장병 호플리테스(Hoplite's)가 쓴 호플론(Hoplon) 혹은 아스피스(Aspis), 중세 유럽에서 많이 사용된 카이트 쉴드(Kite Shield), 히터 쉴드(Heater Shield)등 많은 방패들이 앤암스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방패가 팔에 묶여 있기 때문에 놓칠 염려가 없고 단단히 고정되면 돌아가거나 꺾이지 않아 충격을 받아 넘기기 쉬우며 자신의 몸처럼 휘두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팔 전체로 무게가 분산되어 사용에 부담이 덜하고 놓칠 염려가 없다는 점으로 기병들은 물론 많은 병사들이 앤암스 타입의 방패를 사용했습니다.

 

단점은 관통 공격에 팔이 부상을 당하기 쉽고 탈착이 센터 그립보다 불편하지만 위의 강력한 이점으로 중세 방패의 주류가 됩니다.


Free hand

방패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면 한 손을 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갑옷이 발전하면서 전장에서 방패는 쇠퇴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방패는 방어를 얻는 대신 공격을 포기한 장비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놀랍게도 옛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습니다.

 

타지(Targe)는 앤암스에서 그립을 제거하고 양손을 사용 가능하도록 만든 방패입니다. 스코틀랜드와 폴란드에서 주로 사용했으며 양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양손으로 쓰는 무기들을 활용하면서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오오소데(大柚)는 일본의 기마병들이 마상에서 양손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만들어진 보호구입니다. 방패를 경량화하여 갑옷에 장착한 것으로 유럽의 타지와 비슷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변화한 방패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마상 기사들이 사용한 부셰 쉴드 Ecranche

 

부셰(Bouche)는 방패에 파인 홈을 의미하며 이러한 홈이 있으면 큰 그룹으로 부셰 쉴드라 부릅니다.

 

위의 이미지는 기사들이 주로 사용했던 Ecranche라 불리는 부셰 쉴드로 단순히 보호 장비를 넘어서 홈에 창을 걸치는 것으로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랜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방패입니다.

 

적들이 쏘는 투사체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면서 보다 더 정확하고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전투부터 토너먼트까지 사용된 유용한 장비였습니다.

 

파비스 방패, 좌측 이미지에서는 부셰 

 

파비스 쉴드(Pavise Shield)는 방패를 들고 있을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에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1.5m가량 되며 무게도 4~10kg에 육박하는 손으로 장비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일반적인 보병이 사용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보통 쇠뇌를 쓰는 병사들이 볼트를 장전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쇠뇌는 강력한 장력으로 장전을 하기 위해서는 발을 걸쳐서 장전하는 염소발(Goat's Foot Lever)이나 윈들라스(Windlass)라 불리는 보조 장치가 필요했는데 장전을 하는 동안에는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엄폐물이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파비스를 가장 잘 운용한 이들이 제노바 쇠뇌병(Genoese crossbowmen)으로 가장 이름을 날린 중세 용병대들 중 하나입니다.

 

 

파비스와 같은 발상으로 1차 세계대전에서는 저격수들에게 특별한 방패를 지급해 주기도 했습니다.

 

Sniper Shield라 불리는 이 물건은 부셰 부분에 총열을 걸치고 사용자가 총탄으로부터 보호받으면서 안전하게 저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당시 철판이 생각보다 쉽게 관통되어 좋은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현대에서도 시가전에서 저격수들이 총탄에 피격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필요에 따라 지급해 주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방패를 들면서 생기는 한 손의 결여가 옛사람들에게는 굉장한 고민거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투에서 방패 자체를 무기를 쓰는 대형 방패 듀얼링 쉴드(Dualing Shield)나 건틀릿과 창, 칼이 부착된 랜턴 쉴드(Lantern Shield)와 같이 도전적인 방패들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도전적인 도구의 변화를 보면 단순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은 모두 시대와 환경에 따른 이유가 있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보강하면서 가장 대중적인 지금의 도구들이 탄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방패 자료를 조사하면서 라운드 쉴드와 한손검을 사용한 전투 기술이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배워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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