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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Story/History Story

중세 유럽의 군 편제

by 늘상의 하루 2021. 11. 21.

봉건제는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사회 시스템입니다.

 

왕과 신하는 수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으며 계약에 따라 움직였고 의무를 이행하는 기간이 아니리면 명령을 거부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는 일찍이 중앙 집권화된 동양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입니다. 서양 봉건제의 기틀을 세운 프랑크 제국(카롤링 왕조)의 통치 방식 때문인데 앞서 작성한 봉건제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명분이 갖춰지고 전쟁이 발발했을 때 왕은 의무를 이행할 신하들을 소집합니다. 

 

소집령이 떨어지면 가신들은 자신들의 병사를 이끌고 소집에 응하거나 소집을 면제받을 수 있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비용을 스쿠타지(Scutage)라 하였습니다.

 

참전을 원하는 가신들은 자신의 영지에서 징집병과 사병을 이끌고 군주의 앞에 집결합니다. 소집을 거부한 가신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군주는 스쿠타지와 사비를 사용하여 용병을 고용합니다.

 

 

이제 다양한 무장을 갖춘 수많은 병사들이 집결지에 모여 있습니다.

 

야만적이고 무자비하게 굴릴 것만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소집된 가신과 병사들은 근속 기간, 급여, 전쟁 중 입은 손해에 대한 보상, 범죄 사면, 전리품 분배 등 상호합의된 구체적인 조건 하에 무기를 들고 싸웠습니다.

 

소집된 이들은 무기와 숙련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재편성되며 중세의 군대는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직화되었습니다.

 

중세 군대의 편제는 가장 큰 단위로 Battle이 있습니다. 그 하위로 Banner가 있고 그 아래로 Lance 혹은 Band라 불리는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머릿수와 부르는 명칭 그리고 구성 병과가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화되었기 때문에 중세 군편제는 하나의 정답을 두고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상비군이 아닌 봉건제 속 징집군, 용병군이 합쳐진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조직이었고 제도적으로 정의된 것이 아니기에 참고할 수 있을 정도로만 가볍게 설명을 드릴 예정입니다.


Battle 

중세 군대는 크게 3사단으로 구분되며 이를 Battle이라 불렀습니다.

 

Battle은 수백에서 수천의 병사들을 묶는 단위로 추정되나 상황에 따라 그 수가 고무줄처럼 변하기 때문에 분명히 정의할 수 없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으며 선봉대(Van guard), 본대(Main body), 후위대(Rear guard)로 명명됩니다.

 

중요한 정찰 임무를 맡길 척후대를 조직할 때는 보통 선봉대에서 차출하고 후위대에서 수송 마차를 보호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각 배틀에서 차출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최소 단위의 부대를 지명하여 운용했습니다.

 

전투에 들어서면 각 배틀은 횡으로 대열을 형성했고 우측부터 선봉대, 본대, 후위대로 자리를 잡고 적과 대치했습니다.

 

각 편제들은 명령을 주고받는 깃발을 들고 있었으며, 명성을 노리는 무명 기사들의 페넌 깃발이 합세하여 배틀로 하여금 깃발의 파도라 부를 수 있는 중세의 군대가 완성됩니다.

 

 

중세 유럽의 장군들은 병사들을 그룹화하여 보병, 궁수, 척후병, 경기병 및 중기병으로 대열을 형성했습니다.

 

랜스 차징을 거는 중기병이 등장하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기병은 적의 측면과 후열을 타격하기 위해 좌익과 우익에 배치되었습니다. 기병 자체가 고급 인력이었기 때문에 기병대를 이끄는 지휘관은 보다 더 많은 전공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중기병이 연구되면서 기병 돌격을 위해 전열에 배치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본대는 중앙을 담당하고 좌익과 우익이 포위로부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맞은 대열을 구성합니다. 캠프를 지키는 이들이 남고 공성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공병대와 수송 마차를 지키기 위한 병력이 남을 겁니다.

 

복잡한 명령은 내릴 수 없습니다.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나팔, 북, 깃발 그리고 사람 뿐이었기에 전진, 돌격, 후퇴를 제외하면 사전에 논의된 작전에 따라 지휘관의 재량으로 병력을 운용할 겁니다.

 

이러한 증거로 헤이스팅스 전투(1066.10.14)에서 노르만인들은 궁병을 전열에 보병을 중열에 기병을 후열에 배치하여 전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형을 변경하는 전략적인 전투를 벌였습니다.

 

궁병대는 전투의 시작과 함께 화살을 발사하고 이후 적들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신호에 따라 중열에 있는 보병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후열로 후퇴합니다.

 

기병대는 전략에 따라 아군이 버티는 동안 우회하여 적들을 공략할 수 있고 그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하마하여 아군을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중세 초기부터 유럽의 군주들이 단순히 병사들을 한데 뭉쳐 돌격시킨 것이 아닌 전략적으로 재편성하고 조직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Banner, Conroi

가장 큰 단위인 Battle을 해체하면 그 속에는 수많은 Banner 집단이 있습니다. 이들은 Conroi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으며 그 인원은 15~60여 명으로 정해진 규정 없이 상황에 따라 변동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신과 그가 이끌고 온 병사들로 구성되었으며 기사와 종자, 보병과 궁병이 섞인 그룹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하나의 군대로 묶여 있지만 서로 타지에서 왔기 때문에 잦은 마찰을 일으켰고 사령관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능한 같은 출신의 사람들끼리 묶어 편성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훈련을 받은 이들이기에 전투 효율을 위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병력 편성이 끝나면 군주는 군기(Standard)를 들고 자신의 병사들과 함께 온 가신들 중 뛰어난 이들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신의 군기를 다듬어 배너로 만들어 주었고 병사들의 지휘권을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휘권을 받은 가신을 배너렛 기사(Knight Banneret)라 불렀습니다.

-보통  높은 작위를 지닌 이들이 배너렛 기사 작위를 받고 지휘권을 가져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사 작위와 귀족 계급에 대한 상관관계는 여러 견해가 있습니다만 귀족 계급과 기사 작위를 공존할 수 있는 별도의 직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배너렛 기사는 강력한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며 경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닌 전시에만 임명이 되는 직위였기 때문에 많은 가신들이 배너렛 기사가 되기 위해 경쟁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이후 사용된 배너를 트로피처럼 자신의 집안에 걸어 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명예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군주 역시 배너가 있으며 당연히 가장 크고 화려했습니다.-


Lance, Band

Banner를 해체하면 그 속에는 Lance 혹은 Band라 불리는 소규모 집단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휘관인 기사 혹은 서전트(Sergeant) 아래에 2~5명의 보병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여기에 더해 경기병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보병은 궁병, 쇠뇌병, 그리고 쿠티에(coutiller)라 불리는 하급 병사들 혹은 창병, 검병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효율을 위해 기사와 기병대로 재편성된 Lance가 구성되기도 했으며 자신들의 소속을 알리는 군기(Standard)를 들었고 신분이 낮은 기사들은 자신들의 전공을 홍보하기 위해 별도로 Pennon이라 불리는 삼각형의 군기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용된 용병들로 구성된 그룹도 있었습니다.

 

용병들 또한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Company라 불리는 조직에 속해 있으며 대장(captains) 혹은 콘도티에로(Condottiero)라 불리는 용병들을 이들을 이끄는 지휘관 역시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가능한 하나의 그룹으로 활동하여 전투에 참여하였고 필요에 따라 군주는 용병대장과 협의하여 병력을 재편성하기도 했습니다.


중세 군 편제에 대한 자료는 단위, 명칭, 구성이 각 나라별, 시대별, 상황별로 변화합니다.

 

앞서 등장했던 로마 제국과는 달리 봉건 왕국들은 제도화되고 규격화된 상비군이 아닌 징병군과 용병군이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조직이기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징집병에 대한 자료는 더욱 까다롭기에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 해당 글에 정정이 필요한 내용, 보충 자료에 대한 제안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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