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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Story/Fantasy Story

점 치는 이야기

by 늘상의 하루 2021. 5. 30.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미래를 풀기 위해 온갖 것들을 사용하여 점을 치곤 했습니다.

 

간단히 나무토막을 섞어 뽑는 것부터 카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꿈을 해석하거나 별을 읽는 것으로 미래를 예지했습니다. 때로는 찻잔에 남은 찌꺼기를 통해 점을 치기도 하고 재물로 죽은 동물의 내장을 보고 앞날을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예언자들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꾸준하게 등장했으며 역사에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산드라'부터 중세에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있었고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20세기의 '존 티토'가 있었습니다. 그 외 기독교의 성경에는 수많은 예언자들이 등장합니다.

 

신탁 또는 계시라 하여 초월적인 존재의 대리인으로 예언을 하고 오직 입담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지만 모두가 계시를 받을 수는 없으니 보다 더 낮은 단계의 예언자들, 점쟁이라 부르는 이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예언자와 점쟁이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예언자는 시대를 위해 초점을 맞추는 반면 점쟁이는 개인을 위해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괄적인 시각으로 보면 둘은 같은 의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유명한 예언자들과는 달리 우리 일상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거리로 나가면 어렵지 않게 타로와 사주를 보는 점집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언자들을 찾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왕들은 왕국의 치세를 위해 예언자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고 장군들은 전쟁의 성패를 알기 위해, 농부들은 농사의 흥망을 알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예언자들을 찾는 경우에는 자신의 건강과 재물, 사랑, 자식, 운명 등의 이유로 돈을 지불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을 두고 우리는 '오컬트'라 부릅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말로는 미신이 있고, 일종의 학문으로 취급하여 신비학, 혹은 신비주의라 부르기도 합니다.

 

오컬트는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점술, 초능력, 강령술, 주술, 연금술, 상징학, 수비학 등등 초자연적인 현상과 힘을 모두 오컬트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깊은 오컬트는 미래를 예견하는 점술입니다.

 

마냥 미신이라고 단순하게 볼 수도 없습니다. 점성술은 천문학을, 연금술은 화학을 탄생시켰고 점술, 초능력, 강령술 등은 현대까지 남아 여전히 작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컬트, 그중에서도 점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별자리와 점성술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친 오래된 예언의 방법은 천문을 읽는 '점성술'에서 기인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사람들은 하늘의 별자리를 살핀 다음 '황도 12궁'을 정립하였고 일정한 주기를 따라 변화하는 달의 모양을 관찰하여 이를 역법으로 만들었습니다.

-동양에는 황도 12궁에 대응하는 육십갑자가 존재합니다. 삼황오제 중 천황이 지었다고도 하며 갑골문에서도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60진법은 수메르 문명에서도 등장합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수메르 문명과 상나라와 교류가 있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 고고학적 증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역법을 토대로 점성술사들은 항성들과 태양, 달, 그리고 별들의 위치와 밝기, 관계에서 실마리를 얻어 점을 치고 앞날을 예견했습니다.

 

예언의 단초는 국가의 흥망이나 농사의 성공 여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물었고 홍수가 날지 가뭄이 날지를 물었습니다.

 

의외로 점성술은 단순히 기원하고 상상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통계를 바탕으로 앞날을 예측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이집트의 경우 '시리우스'가 밝게 빛나는 기간에 나일강이 범람했기 때문에 점성술사들은 불완전한 역법으로 날짜가 어긋난 상황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찾아 농사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농경 국가에서 비 오는 날을 예견하는 점성술사들은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기상 캐스터에 가까웠습니다. 이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점성술이 이집트, 그리스, 힌두, 유럽, 아랍과 유대 문화에 영향력을 뻗쳤습니다.

 

점성술은 크게 네이탈, 호라리, 메디컬, 먼데인으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개인의 운명을 보는 점,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주는 점, 건강을 살필 수 있는 점, 국운을 볼 수 있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성술은 '헬레니즘' 시대와 페르시아의 '사산 조' 시대에 정립되었으며 이후에는 19세기 심리학과 결합된 현대적인 점성술*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심리 점성술은 개인의 탄생일, 성격과 결부시켜 답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과거 천문학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현대적인 점성술을 가장 빠르고 쉽게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도 남아 있는 '별자리 운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역과 팔괘

서양에서 별자리를 통한 점성술이 떠올랐다면 동양은 다른 방법으로 천문을 읽었습니다. 중국 '상고 시대'에 '복희'가 지었다 알려진 '팔괘'와 주나라 시대에 쓰인 '주역'의 '64괘'가 있습니다.

 

'복희'는 중국 신화의 '삼황오제'중 '삼황'의 가장 첫 번째에 있는 존재로서 '여와'와 같이 창조신에 해당하는 존재입니다. '팔괘'를 그어 음양을 통해 인간이 자연의 이치를 짐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주역'은 옛 기원전 주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점을 치는 방법들을 기술한 책으로서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 중에 하나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제사, 사주, 풍수지리, 사상 등의 기원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팔괘는 '천지인(天地人)'이라 하여 이름과 같이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땅과 사람이 있고 옛 사람들이 세상의 근본이라 생각한 자연들의 상징을 본떠 만든 8개의 괘가 존재합니다.

 

가장 위에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건, 태, 이, 진을 읽고 다시 가장 위에서 오른쪽에 있는 손, 감, 간, 곤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괘는 하늘, 연못, 불, 천둥, 바람, 물, 산, 땅을 의미합니다.

-태극기는 건, 곤, 감, 이를 사용하여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는 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상징하는 여덟 가지의 괘로 인간들의 세상사를 논하기에는 뭔가 아쉬워 보입니다. 팔괘를 만든 창조신 복희는 인간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 팔괘를 창안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옛 사람들은 세상사를 더 자세히 논하기 위해 팔괘를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습니다. 팔괘는 '주나라'에 들어서 크게 두 분류로 나뉩니다.

 

먼저 복희가 자연의 이치를 표현하기 위해 창안한 선천팔괘와 주나라의 문왕이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사를 논하기 위해 지은 후천팔괘가 있습니다. 두 팔괘는 읽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습니다.

 

주역에서는 팔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64괘(후천팔괘)를 사용하여 인간의 흥망성쇠를 점치는 일을 행했습니다.

 

 

문왕은 64괘를 쓰며 가장 먼저 하늘의 괘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땅의 괘를 정했으며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것들을 논하는 것으로 각 괘의 의미를 지었습니다.

 

그중 30 괘는 상경이라 하여 하늘의 일을, 34 괘는 하경이라 하여 사람의 일을 논했고 팔괘와 같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우주를 표현한 원을 그리며 64괘를 완성했습니다.

-선천팔괘와 후천팔괘를 해석하고 점치는 방법은 저마다 설명이 미묘하게 다르거나 두루뭉술하고 자세한 것들은 그 과정이 복잡하여 기술하지 않겠습니다. 주역 자체가 내용이 짧고 난해한 표현이 많아 해석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그런 듯 싶습니다.-

 

주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64괘를 바탕으로 산가지를 통해 나온 숫자들을 대입하여 앞날을 예견했으며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는 전통적인 팔괘점보다는 팔괘를 토대로 만들어진 사주풀이를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타로 카드

어쩌면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대중적인 점술이라 할 수 있는 타로 카드입니다.

 

'메이저 아르카나' 22장과 '마이너 아르카나' 56장으로 총 78장의 운명을 표현하는 카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점을 치는 방법은 앞선 점성술과 팔괘와 비교하면 굉장히 간단한 편에 속합니다.

 

카드를 잘 섞은 다음 3장을 뽑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카드가 상징하는 의미를 풀어내면 되며 가장 대중적인 점술답게 인터넷에 모든 해석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타로점 사이트도 존재합니다.-

 

타로 카드는 그 기원이 불분명하고 설이 많아 명확하지 않습니다.

 

18세기 개신교 목사이자 오컬티스트인 앙투안 드 제벨렝(Antoine Court de Gébelin)이 주장한 '이집트 기원설'이 있습니다. 타로 카드의 문양과 상징이 고대 이집트 문화를 담았다 주장했지만 '로제타 석'이 발굴되고 상형문자가 해독되면서 근거 없음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카발라 유대 신앙의 영향을 받았다 하는 '유대 기원설'이 있습니다. 타로 카드의 해석에 카발라 신비주의가 많이 결부되다 보니 나타난 기원설이지만 19세기 이전 카발라를 연구하는 오컬트 학자들에게 타로 카드가 언급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마이너 아르카나가 수피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다는 수피 기원설이 있습니다. 수비학과 타로 카드를 결부시켜 설명하지만 명확한 고고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도에서 즐기던 플레잉 카드가 중앙아시아로 전해진 힌두 기원설이 있습니다. 인도에서 즐기던 '간자파'에서 유래된 '맘루크 왕조'의 플레잉 카드에 상수패를 추가한 것으로 이후 이탈리아로 넘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도 중국이나 켈트 등의 기원설 등 여러 출신이 존재하지만 짜 맞추고 있을 뿐 고고학적 증명은 없습니다.

 

 

상징적인 그림으로 채워진 타로 카드의 그림 해석으로는 14세기 말 북이탈리아 귀족들의 생활상을 나타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가톨릭의 교황, 사람을 거꾸로 매다는 처형법, 숨어 사는 은둔자 등이 있고 그리스 철학인 '플라톤의 4 주덕'을 표현한 여교황(지혜), 절제, 힘(용기), 정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 신앙 세계에서 등장하는 천사, 악마, 지옥과 심판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있으며 온 유럽에 영향을 미친 점성술을 상징하는 천체를 상징하는 그림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초창기 타로 카드를 놀이용, 교육용으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점은 19세기 이전 점성술, 카발라, 수비학 오컬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타로 카드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는 사실입니다.

 

타로 카드가 본격적으로 점술에 사용된 시기는 18세기 말, 이집트 기원설을 주장한 제벨렝의 이야기를 받아들인 프랑스의 유명한 점술가 '에테일라(Etteilla)'가 타로점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타로점이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이 당시 등장한 심리학자들이 타로점을 통해 심리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상담과 조언 기능이 타로점에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 점술은 짧은 시간 안에 완벽히 이해하고 다루기에는 그 과정이 복잡하고 난해합니다. 이야기의 열린 결말처럼 해석에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풀이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오컬트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간에 극명한 온도차입니다. 진심으로 믿는 사람과 재미로 즐기는 사람, 신경 쓰지 않는 사람과 극렬한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 등 여러 반응들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습니다.

 

옛날이라고 모두 오컬트를 신봉한 것도 아닙니다. 수천 년 전 공자는 괴력난신을 부정했고 가톨릭은 이교와 마녀행위를 엄벌에 처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공자는 괴력난신을 부정하고 혐오했습니다. 그런데 공자에게 비롯된 유교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조상을 숭배하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믿을 사람들은 믿었고 믿지 않을 사람들은 부정했습니다. 어쩌면 과거와 현대에서 사람의 의식 자체는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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