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서를 생각하면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이 떠오릅니다.
'부르잖아요 아자젤씨'라는 성인 코미디 장르였는데 악마를 다루는 탐정이
마도서에 결속된 악마들을 소환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미디 장르지만 블랙조크나 악마들이 은근히 현실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기에
너무 유치하지도 않고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성인 코미디에 면역이 있으신 분들은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2기 까지 나와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류는 판타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을 괴롭히는 자연재해부터 범접할 수 없는 짐승들의 육체적인 역량.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끝인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하여 미지의 공포를 느꼈고
전능한 존재의 힘을 빌려 공포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옛날에는 종교가, 지금은 과학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이러한 것들은 그저 문화의 일종이며 그 행동과 결과에 신뢰를 보내는 사람은 없지만
오늘은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요량이니 보다 융통성 있게 관점을 오컬트 스타일로 바꿔 봅시다.
수많은 신들과 악마, 자연, 요정, 유령과 그러한 것들을 다루고 물리치는 주문들...
오늘은 오컬트의 기록물, 마도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마도서는 보통 탤리즈먼이나 주문, 점성술 같은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탤리즈먼은 부적입니다. 악이나 위험으로부터 소유자를 보호하고 행운을 가져오는 부적을 말합니다.-
아사트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유럽의 전통적인 종교들은 기독교에 쓸려 나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토착 종교들이 난립하던 유럽에 기독교라는 고차원적인 핵폭탄이 한방 떨어진 겁니다.
-중동 역시 이슬람의 영향으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토착 종교들이 사라졌으며 관련된 기록물부터 전통 의학, 풍습들이 모두 잡아 먹혔습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기독교는 이들의 문화를 집어삼키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화시켰습니다.
기독교가 나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결과를 보면 장단이 있는지라 옳고 그름을 논하기 애매합니다.
그 당시 '민간요법'들은 대부분 현대인의 관점으로 봐도 행위가 기괴한 주술의 영역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똥과 오줌, 침과 사람 뼈를 약으로 쓰기도 하고 효과가 불분명한 벌레를 가져다가 쓰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건강, 사랑, 행운을 위해서 그러한 일들을 벌였습니다.
기독교가 그곳에서 한 일들은 토착 주술들을 모두 뜯어내고 자신들의 신앙을 때려 박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한 피해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질 만큼 신뢰받을 이유 역시 있던 겁니다.
감이 안 오신다면 현대에 와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선을 넘는 민간요법들과 그것들을
지지하는 단체(안아키)를 보면 옛날에는 어떨지 상상해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이러한 '민간요법'은 기독교의 열렬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남습니다. 이제 종교에서 과학이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마도서라는 소재 또한 기독교가 이교의 뿌리를 뽑는 과정에서 구체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다른 신들을 악마로 묘사하고 부정하며 토착 종교들을 마녀들의 무리로 몰아가는
당시 기독교의 행동들이 이교와 마법에 대한 신비함을 증폭시키는데 한몫하기도 했습니다.
예시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럽의 어느 마을,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검은 로브로 모습을 감춘 채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들은 기독교도들의 시선을 피해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지하 무덤에 모여 서로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 다음 그들은 준비해 온 도구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불을 피운 다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깐, 이거 완전 마녀들의 집회가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서 기독교도를 로마군으로 바꾸고 주문을 주기도문으로 바꿔 봅시다.
느낌이 달라집니다. 전자는 흑마법이라도 부릴 것 같지만 후자는 갑자기 경건하고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초기 기독교는 로마에게 핍박당했고 카타콤에 모여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독교의 문화 승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선입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교 신에게 기도하거나 기독교 신에게 기도하거나, 주문과 주기도문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좀 하긴 했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법과 마도서 같은 소재들은 대다수가 종교에서 파생되었다는 겁니다.
-러브크래프트의 네크로노미콘은 것들은 창작물이 근본이라서 제외합니다. 근데...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마도서는 판타지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 같은 소재입니다.
주로 주인공들의 성장의 소재로 쓰이거나, 강대한 존재를 봉인하거나, 파괴해야 하는 존재로서 등장하곤 합니다.
그냥 마법책이 동료인 컨텐츠도 있습니다.
-물건에 자아가 깃든 것들을 에고(Ego) OO 이라고 합니다. 에고 소드가 제일 유명합니다.-
네크로노미콘과 같이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미쳐 버리거나 저주를 받는 패널티가 있는가 하면
사용자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하는 소모성 강화 아이템 같은 마도서도 있습니다.
아무튼 마도서로 유명한 책을 조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레메게톤'
'솔로몬의 작은 열쇠'라고도 불리지만 솔로몬이 해당 책을 편찬했다는 기록은 없고 중세 후기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여기서 첫 번째 장인 '게티아'가 가장 유명한데 판타지에서 자주 쓰이는 '72 악마'가 게티아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책은 여러 가지 판본이 존재하며 '알레이스터 크로울리'가 정리한 판본이 제일 유명하다고 합니다.
-크로울리는 오컬트 전반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인데 그 때문에 창작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합니다.-
게티아에 수록된 72 악마에 대한 설명은 내용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그 모든 내용을 정리하지는 않겠습니다.
우선 게티아 같은 마법 실험은 그 내용이 모호하거나 숨겨져 있고 해석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재료를 준비함에 있어 천차만별이라 어떤 악마는 준비물로 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내용을 해석하기 위해 모여서 정보를 교류하고 실천하는? 모임들도 많습니다.
말로만 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우니 저는 여기서 사랑과 관련된 악마 Sitri를 사역하는 내용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시트리는 남자에게는 여자의 모습으로 여자에게는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랑... 을 준다고 합니다.
진위 여부는 둘째치고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준비물도 간단합니다.
- 제가 시도한 내용이 아닙니다... -
1. 성욕 다스리기.
시트리를 성공적으로 소환하려면 올바른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시트리는 섹슈얼리티에 가장 관심이 많은 악마로서 그것과 관계를 요구하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성적인 행위를 삼가야 합니다.
여기서는 성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행동 자체도 포함되니 그러한 것들은 보지도 생각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 기간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2. 의식 수행.
의자 혹은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앉고 종이와 펜을 준비합니다.
종이에 시트리의 인장을 그립니다.
모두 그리면 눈을 감고 인장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인장을 시각화하여 그리도록 합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해당 영상의 주문을 읊으면 됩니다.
눈을 감고 주문을 읊으면서 시전자의 억눌려 있던 성적 욕망을 시각화 하십시오.
-주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상상은 자신의 패티쉬를 강하게 떠올리면 되는가 봅니다.-
모두 준비가 되었다면 자신 있게 말합니다.
[시트리여 내가 너를 소환한다. 내 동맹이 되어 내 정욕을 강화하고 필멸의 차원에서 내 욕망을 나타내라!]
-어... 저는 버틸 수 없습니다.-
이제 이어서 시트리의 존재감이 느껴지면 당신의 요구를 정확히 말하면 됩니다.
여기서 시트리의 도움을 받아 행동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시트리를 대상으로 욕망을 풀 것인지는
시전자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ㅎ 예시를 적겠습니다.
[나는 클럽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를 유혹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 그녀를 데려다가 정사를 치르고 다음날 즐겁게 헤어지고 싶다.]
-목적과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설명하면 되는 듯싶습니다.-
[나는 클럽 어두운 구석에 홀로 앉아 있는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다.]
-이런 방식의 요구는 안된다고 합니다.-
트랜스 상태에서는 시트리가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대답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시트리는 시전자의 입을 통해 말하거나 그저 존재감만 드러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3. 정리.
이후 시전자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시트리는 시전자에게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이후 목표를 달성하면 인장을 파괴하는 것으로 계약을 끝낼 수 있다고 합니다.
시트리의 도움을 받으면 그 자체로 성적인 매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에너지를 함부로 낭비하지 말라고 합니다.
예... 혼자 하는 그런 것들이요...
아무튼 레메게톤은 72 악마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오컬트 영역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만
구약 성경에서 솔로몬 왕이 그런 내용을 편찬했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악마들의 이름과 기원을 살펴보면
실상 기독교 배달이 완료된 후 토착 신들을 악마화 시킨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소재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푸짐한 72 악마를 활용하여 컨텐츠를 만들 수 있으니 저 역시도 이런 소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내용만 보더라도 참고할 것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 판타지 이야기는 게임에서 흔히 쓰이는 배경 세계관의 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태초의 여신이 있어 세상을 창조하고... ' 그런 내용 말입니다.
컨텐츠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마도서의 근본이 되는 레메게톤의 악마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나무위키 링크를 하단에 걸어 드립니다.
참고자료
namu.wiki/w/%EC%86%94%EB%A1%9C%EB%AA%AC%EC%9D%98%2072%20%EC%95%85%EB%A7%88/%EB%AA%A9%EB%A1%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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