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월드에서 벌어지는 진지함과 코미디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Fallout, Fallout2, Fallout 3, New Vegas, 그리고 Fallout 4
'폴아웃'은 '엘더스크롤'과 함께 '베데스다'에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RPG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아톰 펑크' 스타일의 세계관과 탁 트인 오픈월드, 지문에 따라 달라지는 전개, 각양각색의 NPC들과 나만의 컨셉 플레이... 그리고 엄청난 모드!
-생각 없이 플레이를 하다 메가톤을 날려 버렸던 그 장면은 아직도 잊히지 않던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에 시리즈가 지닌 세계관도 탄탄하기 때문에 심즈와 같은 롤 플레잉을 목표로 설계된 게임이 아님에도 그에 준하는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로 범용성이 높은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폴아웃이나 엘더스크롤에는 수백~ 수천 시간을 한 컨셉 망령들이 즐비한데 컨텐츠가 정해진 패키지 게임에서 이러한 플레이가 가능한 것은 전적으로 '모드'의 역량이 지대했습니다.-
폴아웃 시리즈는 미국과 중국의 핵 전쟁으로 멸망한 미래가 무대입니다. 하지만 '메트로 시리즈' 같은 뉴클리어 아포칼립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폴아웃은 60년대 핵만능주의와 냉전, 자원 문제로 인해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지 않은 대체 역사를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때문에 과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컬러 TV나 첨단 컴퓨터, 복잡한 전자장비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든 전자제품이 '진공관' 기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커다란 덩치를 지녔고 거리에는 핵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로봇들, 그리고 방사능이 들어간 콜라가 버젓하게 팔리며 사람들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규제 없는 상품의 카피라이트와 기업과 정부의 유착으로 탄생된 시설들, 방사능 원소가 들어간 콜라를 마시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냉전의 프로파간다, 이런 펑크적인 내러티브가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코미디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 거대 로봇과 UFO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게임의 세계관이 잘 잡혀 있습니다. -
트랜지스터는 없지만 진공관 기술을 극도로 발전시켰고 SF 답게 첨단 무기들이 존재합니다.
기관총과 로켓포를 쓰는 '센트리봇', 파괴 광선을 날리며 스텔스 기능을 갖춘 '어썰트론', 다목적으로 설계되어 사용되는 '미스터 핸디' 등 다양한 로봇들이 등장하며 장갑 내부 구조까지 구현된 디테일한 모델링과 부위 파괴는 전투를 좀 더 매력적으로 바꿔줍니다.
적을 가루로 만드는 '레이저 무기'와 끈적한 액체로 만드는 '플라즈마 무기', 적을 냉동시키는 '크라이오 무기', 적중 대상을 증발시키는 '홀로라이플'과 이 모든 것들을 맞으면서 버티는 인간 탱크 '파워 아머'
실탄 무기는 물론 수류탄과 화염병, 휴대용 로켓 런처와 화염방사기와 슬랫지 해머, 불에 타오르는 장검과 '투발용 핵 포탄'부터 포격 지원까지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며 무기 제작과 커스터마이징까지 가능합니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장비들을 사용해 방사능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거대 바퀴벌레, 돌연변이 카멜레온, 피폭되어 좀비가 된 사람들과 앞서 나온 전투 로봇, 사람들을 약탈하는 세기말 레이더를 두들겨 팰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이 원하는 팩션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며 마을 혹은 거점을 꾸밀 수도 있습니다. 시민들을 돕는 미닛맨, 신스들의 자유를 꿈꾸는 레일로드, 인류의 진보와 번영을 위한 인스티튜드, 인류가 멸망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감시하는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매력적인 동료들과 우정을 쌓거나 연애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다니며 호감도를 올리고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특별한 장비를 얻을 수 있고, 때로는 함께 잠을 자면서 특별한 버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오픈월드 RPG 답게 퀘스트도 각양각색으로 개성이 넘칩니다. 오마쥬, 모티브, 패러디 컨텐츠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솔로 플레이 특성상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트리거가 작동하기 때문에 여유롭고 넉넉하게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RPG 게임의 뷔페라 할 정도로 유저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경험할 수 있으며 SF, 아포칼립스, 오픈월드 장르를 좋아한다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모험, 자유,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NPC를 쏠 권리
NPC 킬은 사실상 베데스다 오픈월드를 표현하는 핵심 중 하나입니다.
플레이어는 메인 퀘스트와 관여된 핵심 NPC나 어린이만 아니라면 사실상 월드에 있는 모든 NPC를 죽일 수가 있습니다. 물론 해당 NPC와 관련된 퀘스트가 남아 있다면 퀘스트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모든 컨텐츠를 즐겨야겠다! 싶으신 분들은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죽이지 못하는 NPC도 모드를 통해 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때로는 빠르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퀘스트들은 유저의 성향에 맞게 설득이나 협박으로 해결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주거나, 아니면 그냥 때려죽이고 보상을 갈취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농담을 던지거나 장난을 치는 식의 지문도 존재합니다.-
폴아웃의 퀘스트는 선택지를 벗어난 선택이 굉장히 많습니다. 퀘스트를 주는 NPC가 악당 같고 죽여야 하는 NPC가 선량해 보인다면 임무를 주는 NPC를 처리해 버리는 등.
때로는 타깃이 역으로 플레이어에게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퀘스트를 받기 전에 미리 일을 처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완수할 수도 있습니다.
랜덤 인카운터로 등장하는 NPC들 중에서는 플레이어의 삥을 뜯거나 도움을 요청하고, 거짓말로 속이려 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여러 방법으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보니 컨셉 플레이를 하는 분들은 부담 없이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자유롭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상상과는 다른 전개
게임이 오픈월드와 자유로운 퀘스트 해결 방법을 추구하다 보니 유저들 또한 메인 퀘스트에서 자유로운 진행을 기대하지만 원활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강제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유저들은 반드시 4개의 팩션 중 하나에 들어가야 하며, 납득이 되지 않거나 원치 않는 진행에도 불구하고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기 위해 퀘스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초반에 만나는 미닛맨의 프레스턴 가비 NPC의 경우에는 유저가 퀘스트 수락을 하지 않아도 강제적으로 정착지 미션을 목록에 구겨 넣기로 유명하고 각 팩션들은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단점들을 지니고 있어 선택하기가 꺼려집니다.
'DLC 누카 월드'에서 레이더 팩션을 선택한 다음 아포칼립스 약탈자의 삶을 꿈꾸지만 실상 자신이 만든 정착지를 파괴하는 자학 미션으로 진행되거나 DLC 컨텐츠의 절반 이상을 날려먹는 양자택일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에 들지 않는 컨텐츠와 선택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괜찮습니다.
유저들이 만든 모드로 모든 것들이 해결 가능합니다.
- 이걸 긍정적으로 봐야 하나 고민했는데 재미는 있으니까... 뭐 그냥 긍정적으로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
사실상 게임의 단점들을 모두 모드로 극복 가능한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에 하드 유저에게는 뷔페나 다름없는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지만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라이트 유저에게는 이 또한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처음 폴아웃 시리즈를 진행하신다면 가볍게 모드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시고 조금씩 꾸며 나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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