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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Story/Game Play

사이버펑크 2077 - 플레이 리뷰

by 늘상의 하루 2020. 12. 27.

난 V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 할 때 주인공은 자신을 소개합니다. 난 V야. 게임을 모두 깨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조니 실버핸드도, 뉴로맨서 스타일의 사이버 스페이스도 아닌 자신을 V라고 소개하는 주인공 대사 한마디였습니다. 그 모습은 '브이 포 반데타'에서 수많은 V 단어를 활용해 자신을 소개하는 브이와는 다른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 캐릭터는 시작과 끝에서 자신을 소개합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호불호와 함께 논란이 많은 게임이기에 도전과제를 모두 완료하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80시간을 거쳐 모든 사이드 퀘스트를 깨고 모든 엔딩을 확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수많은 버그들을 맞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이버펑크를 플레이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메인 스토리의 전개 자체는 꽤 뻔한 클리셰의 흐름이지만 곁다리로 지나치는 사이드 퀘스트들이 정말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펑크적인 요소를 이야기 하자면... 사실 사이버펑크에서 펑크적인 요소는 크게 느낄 수 없습니다. 뉴로맨서와 복고 SF 스타일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네온과 사이버 스페이스, 트랜스 휴머니즘은 사이버가 될 수는 있어도 펑크는 될 수 없습니다. 거리의 부랑자들, 부패한 경찰들, 시위와 저항, 반사회적인 사상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기업을 대적하는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알겠지만 펑크로서 받아들여지는 임팩트는 크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펑크 요소들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게 없다는 점에서 펑크의 영향력이 떨어지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패하던, 시위를 하던, 저항을 하던...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로 인해 조니 실버핸드는 사이버펑크 2077에서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이야기의 가장 큰 맥락이 플레이어가 아닌 NPC의 이야기라서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펑크를 퇴색시켰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사이드 퀘스트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사이드는 작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 나갔기 때문입니다.

 

한국 성우진들이 채워 만든 작품.

수평적인 구조를 넘어 수직적인 구조까지 표현된 도시는 아쉬운 점도 많지만 나름 매력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물론 GTA와 비교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CD 프로젝트의 첫 도전으로 이 정도면 꽤 선방한게 아닌가 싶은 느낌입니다. 그들에게 1년 정도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분명 멋진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신지에 따라 선택지의 변화와 NPC들의 대사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홍보와는 달리 전개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각 출신지에 적합한 엔딩이 있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플래그와 클리셰의 흐름대로 전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헉 하고 숨을 들이키며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클리셰는 못 만들면 식상하고 욕을 먹지만 잘 만들면 왕도나 다름없기에 저는 이점에서 사이버펑크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 성우진들의 연기가 도시와 스토리 안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주연과 조연 할 것 없이 모두 훌륭한 더빙과 연기를 보여주었고 특히 조연 분들의 더빙이 게임을 놓을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을 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더빙으로 진행했으나 조연들이 걸쭉한 욕설을 날리는 영상들을 보고 한국 더빙으로 교체했으며 이후에는 140% 만족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루즈하게 변할 때쯤 들리는 한국어가 요리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가끔 상황에 맞지 않은 감정이 담긴 멘트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감안하고 넘어갈 정도로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미완성인 게임.

다만 전체적으로 아쉬움 가득한 게임이었습니다. 상호작용 요소는 홍보와는 다르게 구현되지 않은 기능들이 너무나 많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GTA와 많은 비교가 되면서 가루가 되게 까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이버펑크의 문제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에 일일이 늘어놓기도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버그이고 미구현이라는 점에서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킴보가 없어!!!!!!!!!-

 

빠르게 음악을 바꿀 수 없는 자동차 라디오, 창 전체를 가리는 문자 시스템과 샤드, 빠른 이동에서 맵을 조정하다 커서와 스치기만 해도 해당 지점으로 날아가는 것까지...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시스템들이 게임의 흐름을 끊어버렸습니다. 특히 GTA라는 밴치마킹할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 있음에도 시야 밖에서 경찰이 출몰하는 시스템과 레이싱에서 뒤처지는 선수들을 플레이어와 가까운 위치로 순간이동시키는 말도 안 되는 기능들은 땜빵 처리한게 너무 티가 나서 포장할 수 없는 단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이버펑크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특히 비교 대상이 되는 GTA와 차별화된 재미가 있습니다. GTA는 영화를 보는듯한 시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여 블록버스터를 체험할 수 있다는게 매력이고 사이버펑크 2077은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주인공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열심히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를 볼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지만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캐릭터 자체에 이입하기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아주 나아아아아아아아중에  VR로 나오면 또 재미있게 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