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리와 하나가 된다.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슈퍼 웨폰중 하나인 사이킥 도미네이터의 실행 멘트입니다. 오늘 소개드릴 게임은 아는 분들은 아는 웨스트우드에서 만든 RTS 시리즈 중 하나인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의 2탄, 그 확장팩 유리의 복수입니다.
이 게임은 제가 처음으로 플레이했던 RTS 게임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보다 재미있게 플레이한 기억이 있는 추억의 게임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도 개발이나 플레이에 권태기가 올 때면 가끔씩 게임을 돌리는 향수 같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당시 더빙을 담당하신 성우분들의 초월 더빙과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랜드마크들이 튀어나와 더 재미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레드얼럿 2 시리즈는 디젤 펑크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소재로 한 것 치고는 코믹한 내용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우선 게임 내 영상이 모두 실제 배우들의 연기와 CG로 진행됩니다. 전차나 비행기, 건축물 같은 것들은 CG로 표현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진짜 배우들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게임의 배경 설정은 이렇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막기 위해 아인슈타인 박사가 타임머신을 개발합니다. 타임머신은 과거의 사람과 접촉하면 대상의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는 치명적인 위험이 있었고 박사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히틀러를 지워버려 세계대전을 시간축에서 없애 버립니다.
히틀러는 성공적으로 지워졌고 박사는 다시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나치 독일이 사라지자 소련 연방이 급부상합니다. 그들은 니콜라 테슬라 박사의 테슬라 기술을 활용하여 무장하였고 나치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총구를 연합국을 향해 겨누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레드얼럿의 배경 스토리입니다.
레드얼럿 2 - 유리의 복수는 연합군, 소련군, 유리군으로 3진영 체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안에서 세부 국가가 존재하며 각 국가는 자신들만의 특수 병종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각 진영별로 활용하는 무기들이 정말 기가 막히게 당황스러우면서... 미친듯이 재미있습니다.
연합군은 시공간을 다루는 크로노 기술을 활용한 순간이동 장치, 폭풍을 만드는 기상 조절기, 광선빔을 쏘는 프리즘 무기들을 활용합니다. 그 외에도 마지노선과 구스타포를 본떠 만든듯한 프랑스의 그랜드 캐논 포탑무기. 보병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영국의 저격병, 강력한 폭격이 가능한 한국의 보라매등 연합국의 무기는 비교적 정상적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게임에서 한국이 나옵니다. 그리고 한국은 놀랍게도 항모 전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련군은 독자적인 핵기술과 테슬라 기술을 활용해 보다 더 엽기적인 무기들을 선보입니다. 강력한 에너지를 씌워 장갑 유닛을 일정 시간 동안 무적으로 만드는 철의 장막과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핵미사일, 느릿하게 떠다니며 폭탄을 떨구는 키로프 비행선, 방사능 물질을 쏘는 데졸레이터 보병, 적 함선을 붙잡아 흔드는 거대 오징어... 전기 공격을 가하는 테슬라 탱크, 자폭 공격을 가하는 테러리스트와 데몰리션 트럭 등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상한 무기들이 튀어나옵니다.
-근데 그게 또 간지나게 재미있습니다.-
유리군은 제일 엽기적입니다. 초능력 공격을 하는 일반 보병부터 정신을 조종하는 마인드 컨트롤 기술과 유전자 변형 기술을 활용합니다. 강력한 자기장으로 건물을 파괴하거나 탱크를 띄우는 마그네트론, 접근하는 적들을 자신의 유닛으로 조종하는 두뇌 탱크... 마스터 마인드와 사이킥 타워, 그리고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레이저를 쏘는 UFO 플로팅 디스크까지.
지금 둘러봐도 이런 게임이 없다 싶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방법과 창의적인 기술로 적들과 맞서 싸우는데 이러한 점이 강력한 매력이 되어 지금 다시 플레이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젤 펑크와 코미디, 그리고 기깔나는 아트
이 게임은 날카로운 강철과 기름, 칙칙하고 거친 매연과 기계적인 차가움을 품고 있는 디젤 펑크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보통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폴아웃과 같이 아톰 펑크로 표현되기 마련인데 앞서 이야기한 히틀러가 사라진 게임의 배경 시나리오 덕택에 이러한 디젤 펑크 요소가 개입할 수 있어 내러티브와 아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디젤 펑크는 전쟁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강력한 내연기관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시대적 배경으로 세계대전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작중 등장하는 유닛들과 건물들은 흔히 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들을 품고 있습니다. 거칠고 날카로우며, 차갑고 매캐한 매연이 풍기는 것 같습니다. 또한 어느 것들은 비합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또 창의적으로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위에 있는 거대한 탱크 속에 들어있는 거대한 뇌 이미지만 봐도 게임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어둡고 암울하며 차갑고 냉정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무거운 분위기를 버리고 코미디를 끼얹었습니다. 거대 오징어와 돌고래를 훈련시켜 조종할 수 있고, 에펠탑에 전력을 공급하여 방어 타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련이 달에 착륙해서 먼저 도착한 미국의 아폴로 착륙선과 깃발을 박살 낼 수 있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 시대로 돌아가 티라노 디펜스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나오는 실제 배우들이 연기한 시네마틱 영상과 유닛들이 내뱉는 개그스러운 멘트들이 게임의 분위기를 보다 더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유닛별로 할당된 멘트 하나하나가 초월 더빙으로 매력있게 다가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게임보다는 유머가 더해진 전개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매력 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
최근 나온 RTS 게임을 플레이해본 유저들에게는 레드얼럿2의 모든 것들이 익숙지 않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UI는 오른쪽에 몰려 있고 단축키는 완전히 다르며 유닛들이 움직이는건 뻣뻣하기 그지없습니다. 보통 A 키를 누르면 어택땅 단축키가 들어가지만 이 게임에서는 Crtl + Shift를 눌러줘야 하며 그마저도 제대로 때리지 않고 지나갈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유닛과의 상성과 특징 역시 게임 플레이에서 전략적으로 작용합니다. 저격병이나 구축 전차같은 특수 병종은 각자 보병과 전차에만 극도의 효율을 보여주고 그 외에는 큰 성능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탱크는 보병을 깔아뭉게고 지나갈 수 있으며 보병은 건물을 점령하여 벙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닛들은 일정량의 경험치를 얻으면 진급을 하며 3레벨에 도달하면 기존 유닛의 배로 강력하게 변모합니다.
생산 과정은 우측의 UI로 총 4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건물, 방어 건물, 보병, 장갑. 각 파트별로 한번에 하나의 작업만 처리할 수 있으며 스타크래프트처럼 건물을 여러 개를 짓는다 하더라도 동시에 유닛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생산 속도가 빨라진다는 매리트가 있습니다.
슈퍼 웨폰이라 하여 각 연합, 소련, 유리 진영별로 시간만 되면 무조건적인 강력한 공격을 먹일 수 있는 건물도 존재합니다. 기상 폭풍, 핵공격, 사이킥 폭풍 등 각자 컨셉은 다르지만 한번 발동되면 범위 내 모든 건물과 유닛들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가할 수 있어서 밸런스와 관련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컨텐츠이기도 합니다. 제작진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지 스커미시 전투나 멀티방에서는 이러한 슈퍼 웨폰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 설정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징들이 레드얼럿2를 접하는 분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에 해봐야겠다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보통은 그런 분들이 없지만요...-
하지만 디젤 펑크와 코미디를 섞어낸 레드얼럿 2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컨셉으로 드러나는 개성과 매력은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찾아볼만한 컨텐츠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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