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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Story/Game Play

원샷 - 플레이 리뷰

by 늘상의 하루 2020. 12. 3.

다른 우주에서 살아가는 니코와의 만남

원샷은 독특한 게임입니다. 게임은 시시각각 제4의 벽을 넘나들며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생각치도 못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퍼즐을 제시합니다. 게임의 조작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최대한의 기능을 뽑아 만들어낸 창의적인 컨텐츠가 담겨 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도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스포일러는 절대 없습니다. 특히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에서 스포일러를 하는 것을 저는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니코라 불리는 고양이 어린아이입니다. 성별은 작중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니코가 되는게 아니라 니코와 함께 여행을 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렇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점점 게임 속 캐릭터가 그저 0과 1의 데이터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불려 온 생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게임 속에 존재하는 여러 장치들이 이러한 생각에 박차를 가해 줍니다.

 

우선 게임은 자동 저장에 세컨드 세이브가 없습니다. 원하는 지점에서 불러오기도 불가능하고 동물의숲 시리즈의 도루묵씨처럼 강제 종료 또한 게임 스스로 인식합니다. 때문에 플레이어가 한번 저지른 행동들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모든 일들이 마무리되면 재도전은 아마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 게임을 플레이했을때 그 기분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아 선뜻 재도전을 누르기가 망설여집니다. 원샷이라는 이름처럼 개발자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제 모습에 친구는 쓸데없이 데이터에 이입을 너무 많이 한다고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것 같습니다. 특히 스토리 게임의 경우 이러한 성향 때문에 굉장히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비슷한 게임으로 있는 언더테일의 경우 미들 엔딩, 해피 엔딩을 봤지만 배드 엔딩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프리스크와 지하세계가 불쌍해서 차마 플레이하지 못했으니까요.

 

원샷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 세계를 개인적인 여흥을 위해 다시 불러오는게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감정 이입을 많이 하는 제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그게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입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캐릭터성과 세계관의 역할도 컸습니다. 원샷의 세계는 망가트리고 싶지 않은 DIY 미니어처 하우스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순수한 캐릭터들과 멸망하는 세계라는 소재가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이 녀석들이 사라지게 두어서는 안돼.

 

유저의 마음이 히어로물의 클리셰 멘트 같지만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적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저는 진심으로 니코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유저에게 이러한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는 장치들이 조금 노골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조금 완곡하게 표현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론만 말하면 이렇습니다. 원샷의 스토리텔링은 뛰어납니다. 그리고 니코는 귀엽습니다.

 

한번의 기회 그래서 원 샷

원샷은 세컨드 세이브 데이터가 없습니다. 원하는 지점에서 불러오기도 불가능합니다. 이는 실시간으로 게임이 저장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강제 종료 역시 게임이 인식합니다. 선택의 갈림길이 크지는 않지만 적어도 도전과제를 신경 쓰는 유저라면 아쉬울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스포일러를 방지하려고 일절 공략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11개의 도전과제 중에서 3개를 허무하게 날려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 처음부터 게임을 플레이하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가 꺼려집니다. 이건 스토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니코...

-까다로운 인간-

 

하지만 이러한 점이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습니다. 세이브 로드 없는 구조는 니코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줬고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게임의 종료 또한 하나의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더 진행하고 싶어도 중간중간 니코를 재워 주어야 했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원샷의 세계가 그저 게임이 아닌, 디스플레이 너머로 연결된 또 하나의 세계처럼 다가와 한 번의 기회라는 의미를 완성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접근 방식

원샷은 제 4의 벽을 넘나드는 게임입니다. 퍼즐 역시 제4의 벽을 넘나들며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공략 없이 플레이하던 제게 당황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힌트를 주는 녀석에게 계속 물어보면 디테일한 힌트를 주기는 했지만 이게 이렇게 된다고...?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퍼즐들은 제게 진입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나쁜 의미로 말한게 절대 아닙니다.

 

퍼즐을 이해하는 순간 저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원샷의 퍼즐은 참신하고 독특했으며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퍼즐이었기에 푸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헤매었던 것들을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분명하게 말할 수 없지만 특히... 암호 맞추는 퍼즐은 글자를 알아볼 수가 없어서 삼십 분 정도 헤매다가 결국 공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런 퍼즐에 필기체만 달랑 있으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아무튼 번역 과정에서 힌트 전달에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그런 점들을 제외하면 정말 잘 만들어진 퍼즐이고 기획력이 돋보이는 컨텐츠였습니다. 그리고 이걸 만들고 구현할 생각을 했던 개발자들의 창의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러한 장치들 역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 플레이하는 나 자신이 정말로 다른 세상에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 주었습니다. 만일 원샷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절대 공략을 보지 말고 플레이하기를 당부드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원샷의 진정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도전과제...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