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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Story/Game Play

레프트 - 플레이 리뷰

by 늘상의 하루 2020. 12. 15.

함께 해서 더 즐거운 바다 위 표류기

레프트는 마치 옛날에 봤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워터월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해수면이 높아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떠다니는 기지에 모여 살며 아직 세상에 남아있는 땅에 대한 이야기를 전설처럼 전해 듣습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레프트의 플레이어 같은 느낌이라서 구매욕을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2x2 사이즈의 좁은 뗏목에서 시작하여 망망대해를 떠다닙니다. 돛도 노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해파리처럼 해류에 떠내려오는 물건들을 갈고리를 던져 끌어모아야 하며 그렇게 재료를 모으고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임입니다.

 

재료들을 통해 각종 아이템을 만들거나 뗏목을 확장할 수 있고 허기와 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수집, 연구, 제작, 탐험, 생존... 재미있는 것들을 모두 섞었는데 재미가 없을 수가 없죠. 특히 친구와 함께 하는 멀티플레이 요소는 컨텐츠를 두배로 재미있게 만드는 백종원의 비법 양념 같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친구와 함께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더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2x2 사이즈의 뗏목을 함께 공유하고 훈련소의 생활관처럼 부대끼며 시작합니다. 실수로 밀려나서 바다에 빠지고 내가 마실 물을 상대방이 마셔 버리는 등 스타팅은 빈곤하기 짝이 없습니다. 상어는 항상 주변을 맴돌고 있고 바다에 빠지기라도 하면 물어뜯으려고 달려듭니다.

 

그런 것들만 빼면 평화롭기 짝이 없습니다. 갈고리를 던지고 당기고, 던지고... 당기고... 친구랑 수다도 떨면서 이 짓을 반복 하다 보면 뗏목은 어느새 서너 배로 커져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상어가 뗏목의 가장자리를 물어뜯는데 죽창으로 푹푹 찔러주면 알아서 도망가니 괜찮습니다. 몇 번 찌르다 보면 상어가 죽고 바다에 떠오르는데 호다닥 달려가서 해체를 하면 고기와 상어 머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게임을 하게 됩니다. 각자 역할을 나누고 재료를 모으고 물과 음식을 보충하고 실수로 밀어 떨어트리고, 그리고 문득 이 게임을 혼자 하면 외롭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다른 사람과 함께 플레이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뗏목... 뗏목이 맞나?

이 게임은 수집, 연구, 제작, 탐험, 생존 요소가 비빔밥처럼 잘 비벼져 있습니다. 그리고 뗏목 커스텀 기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레프트는 좁은 뗏목에서 진행하는 마인크래프트처럼 증축하고 벽을 세우고 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다가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면 이제 최강의 뗏목을 위해 움직이게 됩니다. 뗏목 꾸미기를 하면서 스토리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컨텐츠가 빌드인데 레프트는 뗏목 빌드가 가능하니 어떻게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레프트의 개발자들도 나만의 뗏목 만들기가 핵심 컨텐츠임을 알고 있었는지 게임을 시작하면 메인 화면에서 사람들이 만든 뗏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담하고 깔끔한 뗏목도 있고, 뗏목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뗏목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뗏목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며 게임을 즐겼습니다. 처음 플레이어를 괴롭히던 상어도 두려운 존재를 넘어 이제는 얼굴을 맞대고 창을 찌를 수 있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고 판자가 없어 쩔쩔매던 과거와는 달리 인벤토리가 부족해서 재료를 내다 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 위의 임모탄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뗏목을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친구와 코딱지만 한 화로에서 고기를 구워 먹던 시절은 갔습니다. 지금은 바닥을 모두 철판으로 강화시켰고 뗏목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심미적인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뗏목을 아름답게 꾸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진 요새에 가깝습니다.

 

조금 불편한 메인 스토리

레프트는 메인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당장 메인 스토리에 뛰어들기는 좀 어렵습니다. 어느정도 뗏목을 보강하고 장비를 연구한 다음에야 마음 놓고 여유롭게 탐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보강하지 않고 뗏목을 두고 떠나면 상어가 모두 물어뜯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맵도 마커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다못해 나침반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터인데 플레이어의 위치와 섬의 구조를 모두 기억력에 의존한 채 탐험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드코어 유저에게는 이게 또 새로운 탐험 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힌트 없이 섬 어딘가에 자리잡은 퀘스트 아이템을 찾아 나서는 일은 공략 없이 진행하기에는 꽤 고된 일이었습니다. 특히 중간에 나오는 돌멩이 던지기는 생각도 못한 문제 해결 방법이었고 게임의 피로도를 해소 없이 쌓아 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외하면 레프트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업무를 분담하고 재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만들고 먹고 마시고... 이러한 모든 컨텐츠들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재미는 혼자 플레이하기 아까울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시 오브 시브즈를 하면서 아쉬웠던 배 위에서의 지루함도 이 게임에서는 끝없이 재료를 수집하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요소가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지 않았고 만든 재료들로 끊임없이 뗏목을 확장하고 꾸며 나가는 요소가 유저가 유동적으로 재미를 찾아다니며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