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을 먹으려면 캔 따개가 필요하구나
우선 이 게임은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닙니다.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으며 처음 하는 유저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당연하지만 보통 게임 속에서 생략된 절차들을 구현했으며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래... 이건 원래 이렇게 쓰는 거긴 하지... 하며 자조할 때도 있습니다.
튜토리얼에서는 표지의 너굴맨이 이것저것 알려주긴 하지만 튜토리얼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것 투성입니다. 게임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여러 번 죽어가며 플레이해야 될 정도입니다.
통조림을 먹기 위해서는 캔 따개를 소지하고 있어야 하며, 상처가 생기면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아야 합니다. 제대로 소독을 하지 못하면 감염을 통해 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옷이 더러워도 감염될 수 있기에 청결을 유지해야 합니다. 병에 걸리기 시작하면 캐릭터는 피곤하고, 기운 없는 상태를 유지하며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며 잘못 감기라도 걸리는 날에는 시도 때도 없이 기침을 해서 좀비들의 어그로를 끄는 캐릭터를 볼 수 있습니다.
허기와 갈증, 수면욕은 생존 게임의 기본적인 파라미터로 존재하지만 좀보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날 음식이나 오염된 물을 마시면 탈이 나기 때문에 익히거나 끓여 먹어야 하며 제대로 된 침대가 아닌 의자에서 수면을 취하면 목에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만큼 이 게임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생존 게임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무지막지만 도전 난이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화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를 조여 오는 게임 시스템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통 생존 게임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듯 어느 정도 유저가 게임에 적응하고 안정화되면 좀 더 여유로운 삶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좀보이드는 조금 다릅니다. 이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집니다. 보존식을 제외한 음식들은 썩어가기 시작하며 좀비들의 숫자는 점점 불어납니다.
불을 키거나 소음을 내면 좀비들의 어그로가 끌리고 플레이어가 만든 바리케이드는 좀비들에게 부셔집니다. 물과 식량은 점점 줄어들고 좋은 무기, 좋은 차량, 좋은 아지트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수십, 수백에 달하는 좀비들을 단독으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좀비 게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핵앤슬래쉬도 이 게임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총은 강력하지만 쏠 때마다 사방의 좀비들을 불러 모을 정도로 웅장한 소음을 쏟아내고 잼에 걸려 총알이 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탄창은 한발 한발 정성스럽게 총알을 끼워 넣어 장전해 주어야 하며 근접 무기들은 숙달되지 않으면 좀비 하나도 쉽게 잡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라이트 유저들이 보면 게임은 온통 문제 투성이에 넘어야 할 산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하드 유저들에게는 모두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컨텐츠가 되기 때문에 어렵고 현실적인 좀비 생존 게임을 추구한다면 좀보이드를 추천합니다.
그래픽을 넘어 압도하는 분위기
에이 쿼터뷰 게임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어?
이런 감상은 좀보이드 튜토리얼을 시작하기 무섭게 가루가 되도록 박살이 나 버렸습니다. 이후 저는 분위기에 겁먹고 게임을 일 년 가까이 봉인한 후에야 다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좀비 때에게 포위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당하는 긴박함이 여타 좀비 게임들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제가 공포 게임을 지지리도 못합니다.-
우선 게임은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 무기력하게 변하는 심리를 너무나 무섭게 잘 표현했습니다. 보통 좀비 게임들은 시원하게 좀비들을 썰어 나가며 무쌍을 보여주곤 하지만 이 게임에서 핵앤슬래쉬는 안정적으로 성장해도 시도해 볼까 고민하는 위험한 도전이나 다름없습니다.
게임은 쿼터뷰로 만들어졌지만 모든 시야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건물을 제외한 좀비, 사람들은 캐릭터가 보는 시야에서만 위치가 드러나며 시야 바깥의 보이지 않는 것들은 모두 소리를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자칫 생각 없이 문이라도 열었다간 방 안에 있는 좀비 때들에게 당할 수도 있고 작업 도중 뒤에서 덮쳐오는 좀비에게 물릴 수도 있습니다.
한번 물린 상처는 치료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피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한 번이라도 당하는 순간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잘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이 동시에 게임의 긴장도를 한껏 끌어올려 줍니다. 이 때문에 유저는 아지트를 나가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긴장하며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간간히 발생하는 이벤트도 긴장도를 한껏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하게 됩니다. 개 짖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 갑자기 들리는 남자 혹은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들이 유저와 좀비들의 어그로를 끌어 주며 헬리콥터가 지나갈 때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무리를 지어 헬기를 쫒아 이동하기도 합니다.
-NPC가 없기 때문에 그 자리로 가 봤자 남아있는건 좀비 때 밖에 없습니다.-
아지트 위에서 헬기 소리가 들리는 순간 몰려오기 시작하는 좀비들을 보면 아지트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도 있을 정도입니다. 좀비들은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문을 부수고 창문을 깨고 사방에서 포위하며 유저에게 다가옵니다. 그때에 가서는 영웅적인 전투는 기대할 수 없고 생존을 위한 발버둥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좀보이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느린 업데이트, 그리고 외로움
사실 좀보이드의 가장 큰 문제는 업데이트 속도밖에 없을 정도로 게임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생존 마니아들이 원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좀보이드에 구현되어 있으며 희망과 절망을 적절히 배합한 긴장감 있는 게임 플레이는 흠잡을 부분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느린 업데이트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게임은 2013년에 얼리억세스로 출시되었습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여전히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에서야 41 패치라는 대규모 업데이트로 수많은 점들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지만 NPC의 추가를 약속한지도 수년이 흘렀고 여전히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1년에 한 번씩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라 할 정도로 업데이트의 주기가 길지만 그만큼 개발진들이 완벽주의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동차 시스템이 추가되었을 때는 타이어부터 문짝, 범퍼까지 수리하고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에 깜짝 놀랐고 이번에 있었던 41 패치는 굉장히 만족스럽게 플레이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진 측에서도 무언가 변화가 있었는지 최근에는 전보다 개선된 소통을 시도하고 있으며 빠른 업데이트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기에 다음 업데이트로는 NPC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NPC를 원하는 이유도 게임 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움직이는 건 유저와 좀비뿐입니다. 좀비 때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어두침침한 아지트 구석에 박혀 통조림을 까먹는 캐릭터를 보면 사무치게 외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멀티 플레이로 넘어가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게임의 분위기가 살짝 바뀌기 시작합니다. 서로 협력하여 아지트를 구축하고 파밍을 하는 재미도, 실수로 벌어지는 사고들도 강력한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어려운 생존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좀보이드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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