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25일 전 세계적으로 치러지는 연례행사가 하나 있습니다.
성탄절이라 하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일로 믿거나, 믿지 않거나 다 같이 휴일을 도모할 수 있는 아주 고마운 날이기도 합니다.
솔로들에게는 하루를 알차게 보내며 쉴 수 있는 날이고 커플들에게는 빠져서는 안 될 데이트 클라이맥스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산타클로스가 날아다니며 선물을 주는 날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눈 내리는 밤, 반짝이는 예쁜 트리와 거리에 나와 붉은 옷을 입은 인간 루돌프와 산타들... 맛있는 케이크와 선물 상자들... 서로 사랑하고 덕담을 나누는 이러한 분위기는 종교를 믿지 않아도 굉장히 매력적인 행사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 컨텐츠, 특히 러브 코미디나 일상물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며, 힘들거나 각박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의 기원과 산타, 크람푸스, 트리와 이야기들을 해볼 생각입니다.
12월 25일.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탄생일이라 하지만 예수의 탄생일은 사건으로만 기록되어 있을 뿐 성경에는 정확한 날짜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습니다.
사실 특별한 경우는 아닙니다. 당시에는 황제들조차 출생년은 알지만 출생일은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하게 되었는가?
여기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로마 제국의 태양 숭배 문화를 기독교가 흡수한 설이고 또 하나는 그 이전부터 있었던 교회의 전통 설입니다.
태양 숭배 문화와 교회의 전통
태양 숭배는 세계 곳곳의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원전 고대 이집트와 로마에서는 동지(12월 21일)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져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새 활력을 얻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12월 25일을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 축일 혹은 '농신제(새튜날리아)'로 기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태양신 기념일이 본격적으로 정착된 것은 로마 시대입니다.
당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는 로마 제국의 통합을 위해서는 우선 종교적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태양신을 국교로 삼으려 했습니다.
황제는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짓거나 앞선 12월 25일을 기념하는 등 여러 정책을 펼쳤습니다. 다신교가 주류였던 사회적 분위기로 이교도를 박해하지 않아 반발은 크지 않았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350년 교황 '율리우스 1세'가 기독교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선포한 후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로 인정되기 시작합니다.
이를 두고 기독교가 로마 제국이 지니고 있던 태양신 문화를 흡수하고 정복했다는 증거로 삼는 견해가 있습니다. 수호성인 문화 역시 같은 견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억압하고 탄압하는 방법이 아닌 흡수와 조화를 하는 방향으로 선교를 하면 보다 빨리 종교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특이한 일은 아닙니다.
다음으로는 교회의 전통 설입니다.
2세기경, '보편교회 교파'인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클레멘스'라 불리는 신학자가 예수의 탄생 일자에 대한 주장들을 하기 시작하고 2세기 후반이 지나면서 율리우스력 3월 25일, 유대력 니산월 14일을 수태일로 하여 9달 후인 12월 25일을 탄생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외에도 로마 제국에서 교회가 공인되지 전부터 12월 25일을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지켰다는 기록이 4세기 아우구스티누스와 도나투스주의자들 간의 논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록은 4세기부터 등장했기 때문에 탄생일을 기념했다는 사실은 명확히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태양 숭배 문화와 결합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타와 크람푸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뚱뚱하고 풍성한 수염의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선물 보따리와 함께 붉은 옷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크리스마스 하루 만에 전 지구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다는 설정 때문인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산타가 저지른 범죄부터, 선물을 나누어주기 위한 이동 속도까지... 계산에 따르면 초당 1050km 로 하늘을 달려야 모든 선물을 나누어 줄 수 있으며 이는 음속의 3천 배, 광속의 0.35%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 지연 효과가 벌어져서 산타는 우리들보다 천천히 늙게 됩니다.-
그러한 산타의 유래는 4세기 가톨릭의 수호성인 중 한 명인 '성 니콜라스 대주교'로부터 기원했습니다. 그 이름의 어원은 네덜란드의 세인트 니콜라스 발음에서 시작됩니다. 'Sint - Nicolaas'가 그대로 영어권으로 전해지며 지금의 산타클로스가 되었습니다. 선물을 주고 간다는 설정은 아래의 이야기에서 기원합니다.
-가톨릭의 수호성인 문화는 개신교에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종교적으로는 기존의 다신교 문화와 기독교가 결합되면서 다신교 신들이 담당하던 영역들을 이들이 담당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경우 전통적인 슬라브 신앙의 신들이 담당하던 역할과 일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집의 세 딸이 가난 때문에 결혼을 못하고 사창가에 팔릴 일이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니콜라스는 그들을 몰래 돕기로 결심했고 모두가 잠든 밤에 하루에 한 덩이씩 지참금으로 쓸 수 있는 황금을 그들의 담 너머로 놓고 갔습니다.
딸들의 아버지는 선물을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마지막 날 밤을 지세우기로 결심하고 니콜라스는 셋째 날에 황금을 놓고 가려다 들키게 됩니다. 그는 비밀을 부탁했지만 알게 모르게 소문이 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12세기 프랑스 수녀들이 성 니콜라스의 축일 전날인 12월 5일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본격적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또 다른 유럽의 가톨릭 국가에서는 12월 6일에 성 니콜라스의 분장을 하고 착한 어린이를 칭찬하고 나쁜 어린이를 혼내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수백년이 흘러 현대적인 산타클로스는 1863년 미국의 시사 만화가였던 '토마스 나스트'가 잡지에 풍성한 수염과 뚱뚱한 외양을 지닌 산타를 그리게 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정착합니다.
그 후에는 미국의 신학자가 쓴 시에서 썰매를 끄는 순록과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의 모습이 등장하고 이후 카드 인쇄업자인 '루이스 프랭'이 붉은 옷의 산타를 찍어내면서 정형화되었습니다.
산타의 반대 격 되는 '크람푸스'라는 존재도 있습니다.
중부 유럽과 동유럽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산양이나 염소의 모습을 한 악마인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목축의 신 판'과 닮기도 했고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닮아 있기도 합니다. 염소와 사람이 섞인 듯한 가장 베이직한 악마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산타가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면 크람푸스는 나쁜 아이들을 벌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망태할아버지처럼 커다란 자루를 들고 아이들을 잡아간다고 합니다. 크람푸스는 자루에 넣은 아이들을 지옥으로 데려가거나 잡아먹는다고 하여 어른들이 아이들을 겁주는데 사용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상록수는 자연 숭배 신앙에서 생명력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141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축일 날 성령원에 장식을 한 것이 기원입니다. 이후에는 독일의 여러 지방에서 트리를 만든 기록이 남아 있으며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도 트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독일에서 유행하던 풍습이었지만 이후 하노버 왕조의 영향으로 영국에 전해졌으며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인 엘버트 공의 영향으로 대중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의외로 가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에서는 트리에 대한 역사가 짧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82년부터 성 베드로 광장에 트리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에 트리를 장식해왔습니다.
트리는 보통 전나무를 사용하지만 휘지 않고 잘 자란 상록 침엽수면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트리의 끝에는 '베들레헴의 별'이라 하여 예수의 탄생을 의미하는 장식을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별 대신 십자가를 장식하는 곳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트리에 장식하는 붉은 구슬들은 아담과 하와가 먹은 사과를 상징하며 실제 사과를 장식하는 대신 예쁜 구슬로 장식합니다. 불을 밝히는 일에는 촛불을 사용했으나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전구가 나오면서 빠르게 대체되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축일을 넘어서 사람들간 친목을 다지는 기념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쉬는 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 같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있건, 다르건, 없건 상관없이 가족, 친구, 커플들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날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런 문화의 변화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방향성만큼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있었던 '크리스마스 정전' 사건처럼 이러한 기념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했으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다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1 Page Story > History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즈텍과 코르테스 (0) | 2021.01.22 |
---|---|
술탄의 하렘 (0) | 2021.01.21 |
유럽의 용병대 (0) | 2020.12.17 |
서양과 동양의 봉건제 (0) | 2020.11.17 |
아사트루와 신이교주의 (0) | 2020.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