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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 Story/Game Designer

턴제 게임의 약점과 균형

by 늘상의 하루 2022. 10. 21.

저는 느긋하게 진행하는 게임 플레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게임의 템포를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면 지루한 부분은 빠르게, 즐거운 부분은 천천히 즐기며 끊임없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턴제 방식의 게임도 좋아하는 편에 속합니다. 언제든 게임을 잠시 멈추고 동태를 살피며 상황을 파악하고 최선의 판단을 고민하는 과정은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진행되는 실시간 경쟁 게임도 좋아하지만 금세 진이 빠져 오래 붙잡고 플레이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모든 턴 게임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상대방의 플레이를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 장기적인 플레이타임을 지닌 턴제 게임의 단점을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턴제 게임이라 할지라도 빠르게 결과가 나오고 컨텐츠 영역을 넘나들며 내가 변수를 만들고 컨트롤할 수 있는 자유도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편이며 디비니티 : 오리지널 씬2 역시 이러한 취향에 부합하여 정말 미친듯이 플레이했습니다.

 

인상깊은 경험을 받으면 그걸 소재로 떠드는걸 좋아하는 취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턴제 게임이 지닌 본질에 대해 살펴보며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을 기준으로 어떤 요소가 턴제 게임에서 좋은 경험을 만드는데 기여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정하지 않은 공평함

게임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며 적절한 선택으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포커싱이 잡혀 있습니다. 이는 동시성 게임이든 순차적 게임이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턴제 시스템이라 불리는 순차적 방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Fuse 같은 예외적인 게임은 독특하게도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공평함을 기반으로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시작하여 각자의 영향력에 따라 게임을 뒤집을 수 있는 페어 플레이를 구성하기 위함입니다.

 

게임에서 이러한 기조를 가장 강력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턴제 플레이 방식이며 필요한 것은 지식과 통찰, 그리고 판단 뿐입니다. 플레이어는 서로에게 주어진 동등한 기회가 온 순간 자신이 지닌 최대한의 영향력을 투사하여 게임의 판도를 바꿔나갑니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턴 게임은 공평하더라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 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바뀔 수 있고 경험 차이에 따라 뒤집을 수 없는 플레이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기준으로 체르멜로 정리가 있습니다. 아래의 조건을 충족하는 2인 유한 턴제 확정 완전정보 게임에서는 반드시 지지 않을 전략이 존재한다는 정리입니다.

 

2인(2-person) : 둘이서 하는
유한(finite) : 게임 상태의 수가 유한한
턴제(alternating moves) : 둘이 번갈아 가면서 행동을 결정하는
확정(deterministic) : 행동에 따른 게임 상태의 변화가 운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확정적인
완전정보(complete information) : 게임의 (모든) 상태가 양쪽 플레이어에게 알려져 있는

 

여기서 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피지기 백전불태처럼 말 그대로 지지 않는 이상의 전략을 의미합니다.

 

내용만 살펴보면 유리한 지점을 선점한 이들이 독식하는 불합리한 플레이가 그려집니다. 허나 실제로 모든 게임이 그렇게 플레이되지는 않습니다. 조건에 부합하는 게임이라도 승부를 볼 수 있는 여지를 노려볼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지금도 끊임없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가장 큰 변수 요인 유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완전히 이해한 숙련자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들은 서로가 승리 전략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실수에 따라 판도가 뒤집어지는 플레이를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실수를 유도하는 심리전을 펼쳐나가기도 합니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붙었던 딥마인드 챌린지에서 초반에 밀리던 이세돌이 이후 알파고의 전략을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을 펼쳐 불계승을 잡아냈습니다. 기계를 상대로 진행했지만 이 역시 심리전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 필승 전략이 노출된 게임은 그 자체로 수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어떤 게임들은 오목의 33 룰처럼 보완룰을 추가하여 특정 전략을 금지하는 행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오목은 국제 경기를 유지하기 위해 공정성을 부여하고자 독특하고 복잡한 보완룰이 굉장히 많습니다. 찾아보면 꽤 재미있는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체르멜로 정리에 부합하며 필승 전략이 노출된 적절한 예시로는 틱택토 게임이 있습니다.-

 

체스, 장기, 바둑, 오목 등의 고전 보드게임들이 그러하며 지금 시대에 탄생한 게임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유희왕이나 하스스톤같이 복잡한 게임들은 게임사가 새롭게 제공한 키 유닛이 지나치게 강력할 경우 대회룰을 통해 공식 경기에서 해당 유닛 사용을 금지합니다.

 

2인 턴제 게임을 넘어 AOS 게임에서는 밴픽이라는 규칙을 통해 매 판마다 새롭게 특정 유닛들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밸런스를 유지하며 스포츠계에서는 드래프트 룰이라는 방법으로 신인을 뽑아 팀 간의 형평성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완룰은 게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게 되지만 공정한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경기가 진행되는 많은 게임들이 보완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룰로 형평성 있는 플레이를 만드는 겁니다.

 

추상전략게임에서는 심리전을 통해 잠재적인 리스크를 부여하여 변수를 창출했다면 현대 보드게임들은 직관적인 리스크를 담은 규칙과 플레이를 통해 형평성 있는 변수를 만들어 게임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했습니다.

 

카탄의 경우에는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고 뱅, 클루, 쉐도우헌터 같은 추리 스타일의 게임들은 선공이 먼저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후공이 좀 더 유리한 플레이를 점할 수도 있습니다.

 

턴제 RPG는 색다르게 이러한 문제를 타파합니다.

 

RPG의 시작점인 TRPG에서는 승리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연기(Acting)를 위한 과정을 중시했기 때문에 자신의 게임 실력과 관계없이 오직 운으로 결정되는 주사위에 운명을 맡겨 나오는 값에 순응하여 따르곤 했습니다.

 

단순하게 모두가 주사위를 굴려 가장 높은 값이 나온 사람이 먼저 시작하기도 했고, 스테이더스와 성장 요소가 존재한다면 캐릭터의 민첩이나 기교 스텟을 비교하여 선공을 취하는데 가산점을 주기도 합니다.

 

이 방법은 수많은 게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저들에게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갔습니다.

 

누가 먼저 할 것인지 논쟁하는 것보다 빌드업을 기반으로 운에 맡기는 동전 던지기가 훨씬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주사위 던지기를 더 공정하게 생각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에 구애받지 않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운 때문일까요. -


턴제 게임의 코어

턴제 게임은 기본적으로 정보전입니다.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선택을 하는 것이 턴 게임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지식과 통찰, 그리고 판단뿐이며 룰만 숙지한다면 참여에 제약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플레이한 개성있는 턴 게임들을 떠올리면 서로 다른 게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턴 게임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턴제 게임은 순차적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가 아니면 행동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모든 행동이 끝나면 다른 플레이어 역시 동일하게 진행합니다.

 

이건 오랫동안 턴제 게임이 지닌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유저는 전략을 구상하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차례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길어졌습니다.

 

턴제 게임은 정보의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마지막 한 번이 될 수 있는 기회에서 유저가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최고의 선택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누구의 순서인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는 직관적이고 명확한 시스템과 그래픽이 중요시되며, 어두운 지역, 적의 특성, 은신한 적 같은 의도적으로 숨겨진 정보는 유저의 행동에 따라 공개되어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턴제 게임은 정보의 가시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픽 가시성을 넘어 유저가 자신의 턴 안에서 주어진 모든 정보를 식별하고 다뤄야 한다는 경험적 측면을 고려하여 정보는 직관적이고 명확해야 합니다.

 

수천수만에 달하는 복잡한 단위, 분별없이 지나치게 많거나 헛갈리는 효과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연출들로 정보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여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즐긴 턴 게임들의 특징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단기적인 목표와 강력한 영향력입니다.


단기적인 목표와 강력한 영향력

턴 게임은 서로 순서를 주고받기 때문에 장기적인 플레이타임을 지니고 있으며 상대방을 위한 기다림 또한 동등하게 길다는 사실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턴 게임의 가장 큰 호불호가 여기서 갈라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저는 자신과 동일한 수준과 겨룬다는 가정 하에 최대한 효율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며 자신의 턴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희망하게 됩니다.

 

즉각적인 영향력이 발휘되면 그것은 좋은 기술이 될 것이고 여러 턴에 걸친 빌드업을 통해 영향력이 발휘되면 그것은 좋은 실력이 될 것입니다.

 

반면 턴제 게임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캐주얼적인 접근성, 빠른 전투 플레이에 포커싱을 맞추는 게임을 구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진행이 짧은 게임 구조를 따라가기 위해 즉각적인 영향력이 발휘되는 좋은 기술들이 주류가 될 수 있으며 선제공격이 절대적인 이득이 되는 불합리하고 치우쳐진 플레이가 탄생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턴제 게임의 묘미를 살려 빌드업을 통한 실력 위주의 턴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게임의 빌드업이 될 수 있을까요?

 

실제 플레이에서 행동에 따른 긍정적인 결과가 예측되거나 보이지 않으면 턴 게임의 약점이 부각되어 게임은 지루해지고 유저는 자신의 행동이 잉어킹의 튀어오르기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빌드업 플레이에 지나치게 포커싱한 나머지 마지막 한 수만 고려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경계해야 합니다.

 

유저가 개발자의 빌드업(공략)을 따라가지 못한 순간 게임은 이해할 수 없는 무의미의 영역으로 빠져들고 흥미를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위와 게임 플레이 경험을 바탕으로 일종의 타협점을 찾아보았습니다. 턴 게임에서 좋은 기술과 빌드업 플레이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는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영향력이 되도록 짧은 수 안에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인즉슨 유저에게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자는 의미입니다.


[ 예시 1번 ]
- 기절 상태에 빠지면 행동불능이 되어 턴을 스킵한다.
- 적에게 기절 스킬을 사용하면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
[ 예시 2번 ]
- 기절 상태에 빠지면 행동불능이 되어 턴을 스킵한다.
- 적에게 전기 스킬을 사용하면 감전 상태가 된다.
- 감전 상태의 적에게 전기 스킬을 한번 더 사용하면 기절 상태로 만들 수 있다.
- 젖은 적에게 전기 스킬을 사용하면 기절 상태가 된다.

적을 행동불능으로 만들어 턴 자체를 스킵시키는 기술은 턴 게임에서 부동의 1 티어를 차지하는 사기적인 기술 중 하나입니다. 주장의 근거를 위해 행동불능 스킬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1번과 같은 내용으로 게임을 만들면 게임의 전략적 깊이는 매우 단순하게 흘러갑니다. 모든 유닛들이 기절 스킬을 사용하며 선제공격을 하면 승리하는 플레이가 고착화되기 때문입니다.

 

2번과 같은 내용으로 게임을 만들면 유저는 이제 적을 기절시키거나 막을 방법을 고민할 것이고 이에 맞춰 작전을 구상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젖은 적과 같은 추가적인 조건은 보다 많은 변수 요인을 발생시켜 더욱 깊은 전략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목표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유저가 공략을 구성하고 성취를 얻을 수 있다면 빠른 몰입 경험에 도달할 수 있으며, 단기적 목표를 병렬적으로 구성하면 하나의 거대한 빌드업 플레이가 구축되어 연속적인 몰입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목표 제공을 넘어 레벨디자인 측면에서 확장성에 용이한 개발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 추가에 따른 데이터 구축과 밸런스는 물론 라이브 서비스에서 부정동향 걱정 없이 입체적인 플레이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5는 하나의 플레이 안에 턴 게임의 장단이 공존하여 이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문명을 시작하면 게임 초반에 유저는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매 턴에 따른 행동이 강력한 영향력이 되어 이득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가사의의 선점, 유적의 발견, 다른 플레이어의 위치 확인과 영토 확장 등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즉각적이거나 근시적으로 드러나는 강력한 영향력이 되어 성취감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시대를 거듭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체급을 키워 나갈수록 게임의 상황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필드의 어둠은 사라지고 치명적인 변수는 점점 줄어들며 불확실성이 소거됩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두세 줌의 병력으로 도시를 정복하던 아찔한 플레이는 사라지고 수십에 달하는 유닛들을 매 턴마다 하나씩 움직이며 수많은 적병들과 소모전을 치러야 하는 과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매 턴마다 치열한 고민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플레이는 희미해지고 체급이 커진 만큼 귀찮을 정도로 많은 조작과 기다림만 남아 무의미의 영역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그런 이유로 문명5의 PVP는 장기전으로 가는 경우가 극히 희박했습니다. 보통 최종 시대까지 가기 전에 자신의 영향력을 투사하여 적을 쓸어버리거나 적에게 쓸려나가기 때문입니다. 명료하게 질질 끌면 재미가 없다. 정도로도 말할 수도 있습니다. -

 

후반에 체급이 커진 만큼 유저가 컨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시의 다음 행동을 미리 지정하거나 생산 유닛들을 자동 이동시키는 웨이포인트 기능 정도까지만 있더라도 이러한 부담이 경감되어 컨텐츠에 보다 더 몰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게임인 디비니티2에서는 강력한 영향력과 빌드업을 구상하는 도구로 방어력을 사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잘 만든 훌륭한 시스템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유닛들은 각자 고유의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방어력은 관련된 디버프 효과로부터 유닛을 보호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습니다.

 

강력한 기술이라도 적의 방어력을 제거하는 단기적인 목표와 빌드업이 없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없기에 유저는 매우 빠르고 직관적인 판단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우선 전장을 파악하여 최선의 판단으로 적의 방어력을 깎아내는데 몰두합니다. 지형지물을 활용하거나 아군이나 적들의 위치를 이동시켜 범위 공격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빌드업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유저의 계획에 따라 적의 방어력이 모두 깎여나가면 이제 강력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적을 약화시키거나, 행동이 불가능한 스턴으로 턴을 넘기게 만들거나, 매혹을 걸어 내 편으로 만들어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좋은 기술과 실력이 조합된 디비니티의 전투 시스템은 시원한 한방과 빌드업 플레이가 공존하는 턴 전투를 탄생시켰고 게임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온갖 변수들과 맞물려 훌륭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결론

턴 게임은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만들어지는 루즈함을 극복하고 유저가 지속적인 몰입 상태에 빠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단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게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전략적인 빌드업이 가능한 시스템은 플레이 경험의 질적 상승뿐만이 아닌 추가적인 컨텐츠 개발 환경의 질적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금 플레이 경험의 질적 상승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연속 효과가 발생하는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또한 만들어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선공필승의 불합리한 게임이 아닌 빌드업과 빌드업을 막는 전략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정보 파악, 행동, 결과를 볼 수 있는 세 번의 사이클이 돌아가는 플레이타임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궁극적 목표가 아닌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반드시 세번일 필요 없이 너무 짧거나 길지 않으면 충분하다 판단했습니다.-

 

그 안에서 유저는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여 승기를 예측하거나 관측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단기적 목표가 병렬적으로 구성된 레벨디자인 속에서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자신만의 빌드업(공략)을 세우고 연속적인 몰입 경험에 도달하여 강력한 성취를 얻을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유저 분들이 이러한 시스템 구축과 관계없이 어떤 게임이라도 주어진 조건에 따라 스스로 단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학습된 게이머의 본능일 수도 있고 인간이 지닌 고유의 업무 처리능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인 디비니티2를 플레이하며 좋은 기술과 실력의 적절한 밸런스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단기적 목표 설정과 플레이에 대하여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각 장르별 게임들을 정리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더해 살펴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