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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 Story/Game Designer

스트레스와 레벨디자인 모델에 대한 고찰

by 늘상의 하루 2022. 6. 1.

우리는 왜 게임 속에서 어려운 도전을 찾아 나서는 걸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게 재미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떤 게임들은 지나치게 어렵거나 문제가 많아 유저들이 서로 싸우고 욕하고 실패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승리의 쾌감을 잊지 못해 끊임없이 몰입하고, 도전하고,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슈로 분쟁이 생길 때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게임은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라 풀기 위해 하는거다.'

 

하지만 게임 기획자 관점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게임 플레이는 없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를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도전은 필연적으로 장애물을 지니고 있으며, 장애물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있어 스트레스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문제 해결과 성취를 통해 강력하게 해소됩니다.

 

기본적으로 서로의 스트레스 역치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상대적 관점에서 왜 고통을 받으며 게임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고난과 역경이 없는 게임 플레이는 몰입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만들 때 난이도를 결정하는 역치의 기준은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이것이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타겟 유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플레이하는 유저를 그룹화하여 맞춤형으로 게임을 제작한다면 안정적으로 온전한 몰입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벨디자인을 작업하시는 분들은 마리오 시절부터 내려온 교본을 통해 ''이라는 요소를 활용하여 타겟층에 맞춰 유동적인 난이도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은 자연스러운 학습을 통해 유저의 실력을 표준화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몰입과 성취감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벽을 넘은 유저의 성장을 경험적으로 인식시키고 피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마리오 모델이 효과가 있는 거지?

 

모든 게임에 해당 모델을 적용해서 기획하는게 맞는 건가?

 

마리오의 레벨디자인 난이도 모델은 분명 훌륭합니다.

 

하지만 정작 왜 그게 효과가 있는지는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덧붙여 제가 밤낮을 몰두하며 경험했던 어떤 게임들은 조금 다른 모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몰입 그래프와 여키스 도슨 연구

좋은 스트레스, 나쁜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트레스를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합니다.

 

업무의 능률이 떨어지고, 번아웃을 통해 목적과 동력을 항구적으로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병을 유발하며 심하면 육신 자체에 부하를 가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게임은 현실보다 자유롭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는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몰입감이 떨어지고, 플레이 동기를 상실하며, 임계점을 넘은 순간 게임을 때려치고 다른 일을 하러 떠납니다.

 

하지만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스트레스인가? 묻는다면 아닙니다.

 

반대로 자극이 없는 게임플레이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유사한 문제를 만듭니다. 지루함을 느껴 몰입이 떨어지고, 동기를 상실하며, 임계점을 넘은 순간 더욱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떠납니다.

 

여키스 도슨 스트레스 곡선 연구에 따르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피험자의 퍼포먼스를 극적으로 향상하며 도전 과제에 몰입하는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몰입 그래프와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단순히 정신적인 부하만 가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의식적으로 게임을 하는 우리의 몸을 긴장하게 만들고 육체적인 피로를 축적시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마리오 모델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일직선 그래프가 아닌 휴식과 학습 과정이 섞인 변칙적인 모습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아래에 설명할 모델은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예측 모델이며 수치값을 단순화하여 참고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계적 모델과 기습적 모델

이 글에서는 두 가지 레벨디자인 난이도 모델을 비교하여 유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트레스와 역량이 상호작용하는 간이 모델을 그려 살펴보고자 합니다.

 

A 타입은 단계적으로 성장하며 벽을 넘어간 다음 중간중간 휴식 레벨을 부여합니다. B 타입은 급격하게 올라가는 벽을 마주하지만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난이도가 감소합니다.

 

저는 A 타입을 단계적 레벨 모델이라 말하고, B 타입을 기습적 레벨 모델이라 부르겠습니다. 그래프의 증감은 몰입 이론과 여키스 도슨 연구, 그리고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을 참고하겠습니다.

 

몰입 이론을 참고하여 유저의 역량에서 한 단계 높은 난이도를 몰입 조건이라 정의하겠습니다.

 

유저가 자신의 실력보다 높은 레벨을 해결하면 실력을 해당 레벨에 맞춰 올리겠습니다. 실력보다 낮은 레벨에서는 망각 곡선 모델을 참고하여 실력과 레벨 격차의 중간값만큼 실력을 감소시키겠습니다.

 

여기에 게임 플레이에서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반영하고자 합니다.

 

반복 플레이를 감안하여 실력과 레벨 격차의 제곱 값만큼 스트레스가 축적되며, 쉬운 난이도에서는 레벨과 실력 격차만큼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겠습니다. 동일한 레벨에서는 증감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유저의 실력에서 1점 이상 차이가 발생하면 여키스 도슨 연구를 참고하여 유저의 역량이 표시된 것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레벨 모델의 장점은 스트레스 관리에 있습니다.

 

단계적 레벨에서 지향하는 게임 플레이는 과정을 통한 암시적인 학습과 성취로 유저가 받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휴식 구간을 통해 친절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스트레스 그래프와 유저의 실력이 항상 모델의 예시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라이트 유저에게 최적화된 레벨 디자인 방향으로 볼 수 있으나 유사 경험이 축적된 하드 유저에게는 지루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유저는 유사 게임에서 플레이 경험을 학습한 상태로 들어올 수 있고, 반대로 경험이 없어 수많은 반복 도전으로 스트레스가 임계치를 넘어 축적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라면 낮은 난이도에 지루함을, 후자는 높은 난이도에 스트레스를 느껴 플레이 동기를 상실할 수 있습니다.

 

몰입 이론과 여키스 도슨 연구를 고려한다면 이상적인 몰입은 스트레스가 역량과 비교하여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값을 그려야 하며 서로 평형을 이루며 유지되어야 합니다.

 

단계적 레벨 모델은 그러한 점에서 게임 초반 안정적인 몰입을 제공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높아지는 유저의 역량을 스트레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할만하다는 정도의 난이도가 반복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는 올라가지만 유저가 도전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습적으로 난이도가 증가하는 레벨 모델의 경우 단계적 모델보다 복잡한 내용을 품고 있습니다.

 

해당 모델은 유저에게 강력한 시련을 우선 제공합니다. 실패는 기정사실인 것처럼 어렵고 불친절한 경험으로 스트레스를 극대화합니다. 튜토리얼을 통한 학습 과정이 있지만 단계적 모델과 비교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저는 벽을 넘기 위해 게임 내부의 도움을 넘어 스스로 게임을 연구하고 학습하며 자신의 역량을 성장시켜야 하고 반복 플레이를 통해 끊임없이 벽을 넘을 도전을 시도해야 합니다.

 

한번 벽을 넘어선다면 유저는 다음 벽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속적인 몰입 과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키스 도슨 연구에 따라 유저의 퍼포먼스가 감소하여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난이도 또한 도전적으로 인식하여 몰입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한 레벨디자인 모델을 지닌 게임으로 문명 림월드를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두 게임은 난이도가 동적으로 조절되는 도전이 기습적으로 찾아오며 위기감은 단계적으로 낮아집니다.

-유저의 행동에 따라 더 어려워지거나, 더 쉬워질 수 있는 동적 난이도는 유저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는 AI 레벨디자인 모델과는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강력한 몰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흥미로운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유저가 스트레스를 견뎌냈다는 가정 하에 진행됩니다. 유사 경험이 학습된 숙련자가 아니라면 보통은 게임이 너무 어려워 포기하기 마련이고 두 게임처럼 개발자가 도전이 시작되는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면 난이도 있는 도전에 대한 명확한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습적 레벨 모델은 유사경험이 있는 하드 유저에게 최적화되어 있으며, 라이트 유저에게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축적시켜 부정적인 동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몰입하는 난이도 모델

앞서 설명한 단계적 레벨 모델과 기습적 레벨 모델은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단계적 레벨 모델은 안정적인 몰입을 제공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의 역량을 스트레스가 따라가지 못해 지루함을 유발하고 기습적 레벨 모델은 강력한 몰입을 제공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유저가 게임에 적응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과정과 스트레스를 낮추는 과정에서는 단계적 모델을, 이후 강력한 몰입을 제공하는 과정 속에서는 기습적 모델을 적용하여 두 모델이 지닌 장점을 섞어 레벨디자인을 구축한다면 분명 흥미로운 몰입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비유하자면 롤러코스터 같은 환경입니다.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코스 속에서 유저는 학습되었거나 예측 가능한 기습적인 구간을 기대하며 긴장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하나의 피크가 끝나면 수평적으로 느껴지는 구간이 반복되지만 기습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구간이 다시 찾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아찔한 경험을 받게 됩니다.

 

덧붙여 이러한 점에서 문제의 구조와 난이도를 유저가 파악할 수 있도록 수치적, 시각적, 경험적으로 제시하면 보다 명확한 목표 설정으로 몰입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꽤 흥미로운 실험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경과학자 볼프람 슐츠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보상과 과정이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원숭이에게 전구가 달린 상자 두 개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음식이 들어있는 상자의 전구 불을 밝힙니다. 실험을 이해할 수 없는 원숭이는 보상을 획득한 순간 도파민이 분비되었습니다. 그러나 패턴을 학습한 순간부터 원숭이는 전구가 밝아질 때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슐츠의 원숭이 실험은 도박 중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주 참고되는 연구 사료입니다.-

 

경험이 누적되면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게 되는 겁니다.

 

아쉬운 점은 이 글에서 설명한 레벨디자인 모델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주제는 행동 실험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표준을 정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고 판단하여 글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