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 빌딩 로그라이크로 즐기는 희생과 파괴
인스크립션은 기괴하고 공포스럽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시작부터 유저를 사로잡습니다.
그림자 속에서 눈동자를 빛내는 정체불명의 존재는 규칙을 만들고 역할을 나누어, 오싹한 광기가 느껴지는 카드 듀얼 속으로 유저를 끌고 들어갑니다.
다른 덱 빌딩 게임과 다른 흥미로운 점은 당신이 언제든지 게임을 잠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ESC를 눌러 게임을 일시 정지하고 의자에서 일어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 속에서 뒤로 물러나면 인스크립션은 방 탈출 게임으로 분위기가 돌변합니다. 이건 꽤 이상하면서도 환상적인 궁합을 만들었습니다.
인셉션을 보듯 게임 속의 게임이라는 메타적인 설정으로 인하여 몰입감이 극대화되고 수렁 같은 세계관에 빠져 버렸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방 구석구석을 뒤져 정체불명의 존재를 상대하는데 도움이 되는 카드와 아이템을 발견할 때면,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TRPG의 느낌을 주는 덱 빌딩 로그라이크와 방탈출 퍼즐이 결합된 오묘한 플레이는 흥미진진한 요소를 끊임없이 던져 몰입하게 만들고, 어둡고 기괴한 연출과 표현들은 오싹한 긴장감을 자극하여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게임은 여러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으며,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플레이 방식과 시스템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점에서 첫 챕터 플레이에서 매력을 느낀 분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가 되지만, 시나리오적 측면에서는 흥미진진한 요소를 풀어내는 과정이기에 그 또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길하고 기괴한 매력적인 비주얼
인스크립션에 등장하는 카드들은 모두 살아있는 것처럼 덜덜 떨고 때로는 유저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게임 곳곳에는 악마적인 오컬트와 인스크립션만의 개성 있는 분위기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카드가 파괴당할 때면 좌우로 갈라지며 살가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리고, 카드를 강화하는데 바칠 희생 제물을 고를 때면 자신이 뽑힐까 두려와 덜덜 떨기도 합니다.
높은 밸류의 카드를 뽑기 위해서는 필드의 카드를 희생해야 하며 희생은 끔찍하고 잔혹하게 표현되며, 승리는 아름답게 치장되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 가면을 바꿔가며 다른 사람을 흉내내는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도망치기 위해, 끊임없이 카드들을 희생시키는 잔혹한 듀얼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게임의 추가 기울어 불리해지면 펜치를 이용해 자신의 이빨을 뽑아 자신의 무게추에 더할 수 있으며, 방을 이곳저곳 뒤져 목숨으로 표현되는 양초를 찾아 기회를 한번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게임은 친절하게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추리 혹은 퍼즐 게임을 하듯 스스로 풀어나가다 보면 인스크립션이 주고자 하는 진정한 경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나치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풀어주는 비밀스러운 서사
인스크립션의 가장 좋았던 점입니다.
어둠 속에서 가면을 쓰며 역할극을 하는 게임 마스터와 카드 속에서 유저에게 말을 거는 동물들까지, 게임에 등장하는 NPC들은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성격과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느껴지는 캐릭터의 광기와 열정이 이처럼 생생하게 느껴진 게임은 처음이라 할 정도로 인스크립션의 NPC들은 제가 플레이했던 게임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진행되는 카드 게임 자체는 꽤 단순한 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흐름의 키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NPC들과, 게임 전반에 깔린 개성 넘치는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아 놓아주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겨 줍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나리오가 아닌, 게임 속에 퍼즐처럼 숨겨진 이야기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방대하며 마이너하고 진입 장벽이 높은 ARG 요소를 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며 몰입과 흐름을 깨는듯한 전개가 은근 있었으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제가 했던 게임들 중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매력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지닌 강렬한 광기와 열망 속에 담긴 순수한 저의가 소름이 돋는 인스크립션입니다.
게임의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많은 점들이 생략되었지만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멋진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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