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Page Story/History Story

중세 유럽의 직업들

by 늘상의 하루 2021. 4. 11.

https://wallpaperaccess.com/city-art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기, 수도, 교통을 기본 골자로 생산과 유통 소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달리 본다면 그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같습니다.

 

뼈와 살을 이루는 빌딩, 혈관을 타고 맥동하는 교통, 그 안에서 세포처럼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제도라는 이름의 시스템에서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뼈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하고 정교하게 도시를 움직이다니!

 

그러나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수많은 자동차, 거리를 걷는 사람들, 날아다니는 비둘기와 도망치는 고양이, 마음 따뜻한 선행과 끔찍한 범죄가 공존하는 도시는 혼돈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는 분명 정돈된 질서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도시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의식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이루는 것을 관조해 본다면 가끔은 알 수 없는 경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시를 이루고 있는 그 수많은 의식들은 모두 어떤 목적을 지니고 움직이는 걸까요?

 

이해하기 쉽게 도시를 움직이는 그 목적을 직업, 일이라고 비유해 보겠습니다.

 

아쉽게도 이 자리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분업화된 사회를 파악하고 헤아리기에는 직업의 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단순한 접근법으로 다가가 보겠습니다.

 

 

컴퓨터에 비유하여 시스템(소프트웨어), 조직(미들웨어), 사람(하드웨어)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시스템에 깊게 관여된 직업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도시는 행정적인 업무를 통해 시스템을 유지하는 공무원이 있습니다. 이들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을 발의하고 지킬 수 있도록 활동하며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데 힘을 쏟습니다.

 

다음으로는 시스템이라는 기반 위에서 조직에 속한 직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 등으로 부르는 모든 회사원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시스템 안에서 조직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힘을 쏟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사람, 단일 조직에 속한 직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보통 가족 구성원이나 소규모 공동체, 혹은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힘을 쏟습니다. 특히 개인은 시스템에 강력하게 종속되어 있지만 가장 멀리 있기도 합니다. 이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속에서 야경을 보며 주저리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이처럼 도시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분명 옛날에는 훨씬 단순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먼 옛날 도시를 이루고 있는 직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쉽게 변하지 않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직업들이 있었을 겁니다. 제가 중세 유럽을 특히 좋아하니 옛 유럽의 도시를 떠올리며 생각을 이어 나갔습니다.

 

빠르게 영주부터 농노까지 도시를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직업이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도시에 존재했던 직업들에 대해 알아볼 생각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가상의 도시를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neulsang-day.tistory.com/28?category=816377

 

중세 도시 맵 그리기 툴 - MFCG

watabou.itch.io/medieval-fantasy-city-generator Medieval Fantasy City Generator by watabou Not a game watabou.itch.io 인카네이터를 쓰면서 생각난 웹툴을 또 하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중세 판타지 도시..

neulsang-day.tistory.com

제가 블로그 글에서도 소개했던 중세 도시를 그리는 툴을 활용하고 직업에 해당하는 아이콘을 만들어 붙여 넣었습니다.


늘상 타운을 소개합니다.

 

옛 유럽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을 상징하는 간판을 그려 입구에 걸어 놓았습니다. 지도에서도 비슷하게 아이콘을 만들어 표현했습니다.

 

그림을 보면 각 위치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합니다. 늘상 타운은 어지간한 직업은 다 있는 꽤 번화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이와 같지는 않았습니다. 도시가 지닌 환경과 여건에 따라 직업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업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당시 도시는 크게 3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왕이나 영주들이 거주하는 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성새도시'입니다. 단단한 성벽과 성채가 있어 군사적인 목적이 강한 모습이 특징입니다.

 

보통 성채도시에서 시민들은 성내에, 비시민들은 성밖에 거주하곤 했으며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백성들이 성으로 들어가 농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시민들과 길드를 중축으로 지배권이 구성된 '자치도시'입니다. 이들은 시민들이 직접 자치권을 행사했으며 특히 이탈리아 지방에서는 이들이 소속된 '가문(Family)'이라는 집단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지중해 무역으로 상공업이 활발했던 이탈리아의 여러 독립적인 자치도시들은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용병들을 운용하며 직접 전쟁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성직자들이 모여 사는 '수도원'입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수도원은 도적들의 약탈을 막기 위해 요새화되어 있었고 자급자족을 지향했기 때문에 농업부터 공업까지 도시가 지닌 모든 일들을 직접 해야만 했습니다.

 

얼핏 보면 불편할 것 같지만 성직자가 되면 예속민들은 자유민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이점 때문에 수도원은 끊임없이 새로운 인력이 들어왔습니다.

 

때문에 와인, 치즈, 레이스 등 전문적인 기술들을 전승하고 갈고닦기 편리했으며 일종의 산업 도시처럼 기술이 필요한 여러 특산품들을 만들며 판매했습니다.

 

이들은 '유월절'과 같이 종교적인 이유로 와인을 만들었지만 너무나 잘 만든 나머지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의 토대가 되는 장소로 발돋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도시의 직업들을 한번 살펴봅시다.


영주 - Lord

가장 먼저 도시를 관리하는 책임자가 있습니다.

 

귀족 신분을 지닌 '영주'일 수도 있고 영주의 가신이 대리로 지역을 관리하는 '성주'일 수도 있습니다. 공화제를 이루고 있다면 '시민 대표'일 수도 있겠군요.

 

전통적으로 신분제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들은 때때로 시스템 자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들 또한 시스템에 묶여 있습니다.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교회에서 '파문'을 당하거나 많은 비난을 당했고 분노한 이들의 무력시위를 겪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유럽은 자유민은 모두 평등하다는 종교적인 사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귀족 신분이 아니더라도 같은 자유민이라면 상호 존중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당연하게도 귀족이 아닌 자유민은 더 많은 존경을 귀족에게 표현해야 했습니다. 농노와 같은 예속민들은 자유민이 아니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경비대 - City Guard

다음은 영주의 직속 산하에 소속되어 있는 도시 경비대입니다.

 

이들은 도시의 전반적인 정책과 치안이 유지되도록 힘을 쏟으며 유사시에는 군대에 소속되어 전쟁에 투입됩니다. 주로 하는 일은 도시의 망루에서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거나 순찰을 돌며 범죄를 예방합니다.

 

군경이 구분된 현대와는 달리 당시에는 군대가 모든 업무를 해결했으며 이들을 지휘하는 경비대장이라는 중책은 보통 영주의 신임을 받는 기사가 담당했습니다.

 

이들은 소규모 마을에 존재하는 '자경단'과는 달리 전문적인 군사 훈련을 받은 전사들이었으며 영주의 재력에 따라 무장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행정관 - Official

행정관은 도시의 모든 행정 업무들을 처리합니다. 대학 교육을 받고 글을 쓸 줄 알았기에 크고 작은 거래 내역부터 외교적인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법률을 다듬기도 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와 비슷한 업무로 각 가문의 문장이나 족보를 관리하는 '문장관(Officer of arms)'부터 글을 대필하거나 편지를 써 주는 '서기(Scribe)'등이 있습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던 사람은 고급 인재였기에 항상 환영받았습니다.

 

성직자 - Clergy

성직자는 중세 시대에서 빠질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직업입니다.

 

이들은 제 1계급으로 신의 말씀을 전하고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을 수 있었으며 종교를 넘어, 시민들에게 교육을 하고 의학약학 기술로 치료를 하거나 와인, 맥주, 치즈, 햄부터 레이스를 만드는 전문적인 일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성직자들이 읽고 쓰고 높은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시골이나 변두리에서 종사하는 성직자들 중에서는 글을 읽을 줄 몰라 듣고 암기하여 성경을 외웠고 일반 시민들처럼 밭을 갈거나 가축을 치며 살기도 했습니다.

 

때로 진심을 다해 종교적인 삶을 지키며 청빈하게 사는 이들도 있었지만 변두리의 많은 성직자들은 보통 순결을 지키지 않고 술집을 드나들며 자유분방하게 유흥을 즐겼습니다.

 

성직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귀족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강력한 권위를 지니고 있었으나 부패하고 타락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입지는 점점 좁아지게 됩니다.

 

상인 - Merchant 

상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도시에서 도시로 움직이며 장날에 특산품을 교역하거나 가판대 혹은 개인 영업장에서 물건을 팔곤 했습니다. 이들은 교역에 관한 세부적인 조항들을 지키며 물건을 팔았고 저울을 속이는 등 법을 어기면 엄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상인의 종류는 굉장히 많습니다.

 

자신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상품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보통 해당 상품의 이름을 붙여 곡물상인, 염료 상인, 소금 상인, 향신료 상인 등으로 이름을 붙여 부르곤 합니다. 

 

이렇게 부를 쌓은 상인들은 이후 '중상주의'가 대두되면서 신흥 계층으로 발돋움하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여관, 선술집 - Inn, Tavern, Pub

여관, 선술집은 술을 팔거나 도시의 외부인들이 숙박을 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들은 '양조 면허'와, '숙박 면허'를 받아 영업을 할 수 있었으며 항상 벽난로에는 '영원한 스튜(Perpetual Stew)'라 불리는 음식이 끓고 있습니다.

 

특히 영원한 스튜는 매일 다른 재료가 끊임없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 양이 줄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며 유럽식 부대찌개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외에도 파이나 빵, 고기 요리들을 술과 함께 팔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술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했는데 중세인들에게 술은 물을 대신하는 최고의 오락이자 끊을 수 없는 일상과 같아서 양조 면허를 지닌 선술집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습니다.

-양조는 많은 돈을 버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단순하게 술집과 여관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 마을의 행사, 모임, 거래를 벌이는 일에 사용되는 장소이기도 했으며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로망이나 현대 숙박업처럼 개인실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중세 시절에는 개인이 여행하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숙박업을 하는 '여관(Inn)'이 아닌 경우에는 일반 가정에 위탁을 하거나 침대도 없는 허름한 잠자리에서 가볍게 자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장장이 - Blacksmith

게임 덕분에 가장 익숙한 직업인 대장장이입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농기구나 편자, 못과 공구를 만들거나 농민들의 장비를 손질해주곤 했습니다.

 

이 당시에 철은 심층 광산이 아닌 노천 광산에서 채광되어 매우 귀중한 재료였기 때문에 못 하나 섣부르게 낭비할 수 없었고 질 좋은 철은 전략 자원으로 취급되어 엄격하게 관리되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대장장이들 또한 무기를 만들 수 있지만 14세기에 들어 갑옷 제작이 고도화되면서 갑옷장이, 도검장이와 같이 보다 전문화된 직업이 등장하고 물건의 품질은 더욱 상승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활, 화살, 화살깃, 방패, 총포 등 여러 전문적인 대장장이들이 등장하였고 이들은 직접 만들고 직접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대장간을 운영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대장장이가 단순히 쇠만 다루던 이들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일종의 야매 의사처럼 충치가 생긴 사람들의 이를 돈을 받고 뽑아 주었습니다.

 

사람 이빨을 맨손으로 뽑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중세 사람들의 입장에서 장비가 있는 대장장이를 찾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재단사 - Tailor

재단사들은 무두장이에게 받은 가죽이나 직조물로 옷을 만드는 이들입니다.

 

서민들이 입는 가벼운 활동복부터 귀족 여인들이 입는 드레스까지 다양한 옷들을 만들었으며 갬비슨처럼 전쟁에 사용되는 천 갑옷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들 또한 대장장이와 같이 시간이 흐르면서 외투, 망토, 장갑, 신발장이처럼 직업이 세분화되며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제빵사 - Baker

유럽인들의 주식은 빵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제때 빵을 구워먹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화덕에 불을 지펴야 하고 반죽을 발효시켜야 하며 올바른 조리법에 맞춰 구워내야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가정집에는 화덕이 없는 경우도 있었기에 제빵사는 도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직업 중 하나였고 이들은 빵을 대량으로 만들어 도시에 값싸게 공급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빵은 달고 쫄깃하지만 이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은 각종 요리에 곁들일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고 심플하며 부담 없는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루에 수백개가 넘는 프레첼이나 흑빵을 구워내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시민들은 그날마다 제빵사들이 파는 빵을 사다가 집에서 만든 요리와 함께 먹었습니다.

-빵집 앞을 지날 때 풍기는 갓 구운 빵 냄새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순수한 밀을 곱게 빻아서 만든 흰 빵은 고급품이었기 때문에 일반 농민들은 잡곡으로 만든 거친 흑빵을 주식으로 먹었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웰빙이라 하여 호밀빵을 일부러 찾아 먹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구간지기 - Groom, Stable boy

본디 마구간지기는 로마 제국 시절 '코메스 스타불리(comes stabuli)'라 하여 군주의 말을 관리하는 직책이었습니다.

 

말 자체가 전략적인 자원이면서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했기에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만 맡겼던 중책이었으며 이들은 이후 기병대장의 성격을 지닌 '무관장'이라는 군 내에서 높은 직위를 담당하게 됩니다.

-게르만 문화권의 '원수백(Marshal)'이라는 직책 역시 마구간지기에서 기원합니다.-

 

물론 이들이 항상 마구간에 상주하여 말을 먹이고 관리하진 않습니다. 기병대장이나 무관장은 감독만 하면서 Groom이나 Stable boy라 부르는 믿음직한 하인들을 통해 마구간을 관리시켰습니다.

 

사냥꾼 - Hunter

사냥꾼은 숲이나 산을 돌아다니는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고기와 가죽을 구해 파는 이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항상 사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숲이나 산의 권리는 인근 영주에게 있었고 이들이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영주에게 '사냥 허가증'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사냥은 장물로 취급되어 엄벌에 처해질 수 있었으며 이들이 사냥한 가죽과 고기는 무두장이도축업자, 혹은 음식을 파는 여관에 납품되었습니다.

 

이들이 사냥을 할 때는 활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항상 활만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멧돼지와 같은 강인한 동물들을 상대할 때는 개로 몰이사냥을 한 다음에 으로 찔러 죽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고 을 놓아 새나 작은 동물을 잡는 방법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무두장이 - Tanner

생가죽은 시간이 지나면 상하고 썩어 가치를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무두장이들은 그런 가죽들을 가공하여 상품으로 만들고 제단사들에게 판매합니다.

 

이들은 가죽으로부터 젤라틴과 잔털, 그리고 기름을 긁어내는 과정을 거친 뒤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도구로 쳐서 연하게 만들거나 잿물에 담가 털을 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들이 굉장히 고되고 악취를 동반했기 때문에 무두장이들은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작업장을 차릴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직업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럽의 풍조였던 냄새가 질병의 근원이라는 믿음 때문에 그렇습니다.-

 

도축업자 - Butcher

도축업자는 무두장이와 같이 중세의 극한 직업 중 하나였지만 동양처럼 천한 이미지를 가진 직업은 아닙니다. 이들은 가축을 도축하여 나온 부산물을 파는 일을 했으며 직접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어 팔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빠르게 도축할 수 있는 도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해머로 머리를 부순 다음 도축을 하거나 매달아 놓고 깊은 상처를 내어 피를 빼는 방법으로 동물들을 처리했습니다.

 

고기를 손질하는 작업 자체가 전문적인 능력과 지식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장인'급의 대우를 받는 직업 중 하나였습니다.

 

농부와 방앗간지기 - Farmer, Miller

농부는 '자유민'과 '예속민'으로 나누어지며 이들은 이후 '지주'와 '소작농'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직업인 만큼 중세 시대의 핵심 생산직이며 보통은 밀을 재배 하거나 과수원을 꾸리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영주에게 묶인 예속민들은 이동의 자유를 제외하고는 평범한 삶을 꾸릴 수 있었고 수확한 곡물은 방앗간지기를 통해 가루로 빻아 팔 수 있었습니다.

 

보통 그들이 이용하는 방앗간은 영주의 직속 시설이었으며 농민들은 영주에게 이용료를 지불하고 곡식을 빻을 수 있었습니다. 이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맷돌을 쓰기도 했는데 이를 금지하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이를 관리하는 방앗간지기는 영주에게 받는 돈을 제외하면 별다른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곡물을 빼돌리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좋은 인식을 받는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숯꾼 - Charcoal burner

숯꾼은 도시에 연료를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직업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숲이나 산속에 살며 화덕에서 숯을 구운 다음 마차를 통해 도시에 내다 팔았습니다.

 

숯을 굽는 방법이 독특한데 숯가마로 쓸 자리에 숯으로 만들 나무들을 쌓아 올린 다음 흙으로 덮어 공기를 차단한 뒤 배기구로 쓸 구멍을 뚫습니다. 그리고 불을 지피면 제한된 공기 속에서 나무들이 탄화 현상을 일으켜 숯이 됩니다.

 

이렇게 숯이 완성되면 숯가마를 파내 숯을 꺼내면 됩니다.

 

사형집행인 - Executioner, Hangman

사형집행인은 사람을 죽인다는 이유로 유럽에서 가장 천대받는 직업 중 하나였습니다.

 

이들은 저주받은 존재로 취급받으며 종교적인 이유로 도시 내에서 거주할 수 없었고 도시에서 떨어진 외딴 장소에서 살다가 사형이 있을 때마다 도시에 와서 집행해야 했습니다.

 

이들은 인도의 카스트처럼 술집에서도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없었고 전용 술잔을 써야 했으며 결혼 또한 자유롭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같은 사형집행인 가문끼리 결혼을 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죄인의 목을 단칼에 치지 못하면 야유를 받기도 했으며 반대로 단칼에 잘 죽이면 유족들에게 보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원한 깊은 상대를 처형할 때는 의도적으로 초보 집행인을 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형집행인이 처형된 시체의 권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체의 유품이나 시체 그 자체를 팔아 돈을 벌기도 했으며 시체를 해부하는 것으로 외과적인 지식을 공부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많은 보수를 받을 수는 있어도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배척받았기 때문에 결코 편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중세 시대이기에 직업을 조사하는 일에 대하여 약간 방심했습니다. 제가 작성한 글보다 훨씬 많은 직업들이 도사리고 있었고 예나 지금이나 사회는 결코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간소하게 쓰려고 했으나 직업이 많아 글이 길어졌습니다.

 

-항상 이러한 글을 쓸 때 오류가 있거나 오타를 발견하면 시시각각 수정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발견했을 때 댓글로 교정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1 Page Story > History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과 달력  (0) 2021.05.09
메이드 이야기  (0) 2021.04.25
최초의 게임  (0) 2021.03.28
독 이야기  (0) 2021.03.07
보존식 이야기  (0) 2021.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