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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Story/History Story

최초의 게임

by 늘상의 하루 2021. 3. 28.

인간의 본질은 유희에 있습니다.

'호모루덴스'에서 '요한 하위징어'가 주장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유희는 그저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창조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삼은 정신적인 활동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음악과 춤, 그림과 조각, 공연과 소설까지 수많은 예술과 학문이 그가 주장하는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은 '재미'를 줍니다.

 

'재미'는 삶의 원동력이자 하위징어가 말하는 핵심입니다. '호모루덴스'는 '노는 것을 추구하는 인간'을 말합니다.

 

사람은 생존과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면 즐거움을 위해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먼 옛날부터 있었던 동굴의 벽화부터 시작하여 종교적인 상징물, 의미 없는 낙서, 친구와 돈을 걸고 하는 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일하는 건 싫고 노는 것은 즐겁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책 모퉁이에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 또한 정도로 끊임없이 노는 것에 집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놀고 집에 와서도 쉬지 않고 놀이를 찾아 움직였습니다.

-자신의 일이 놀이처럼 즐거운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이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심도 깊은 자아실현 욕구를 성취한 분들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술래잡기부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숨바꼭질과 경찰과 도둑이 있고 공으로 하는 축구와 피구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하게 저 자신을 잡아끈 유희는 '게임'에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공책 한편에 아이템과 인터페이스를 그려 진행하는 종이 게임부터 TV에 연결해서 플레이하는 비디오 게임, 컴퓨터로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들을 두루 플레이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의 정의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이야기를 한번 해 봅시다. 바로 생각나는 것들은 이렇습니다.

 

경쟁, 규칙, 역할, 운...

 

물론 이것보다 더 축약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저명한 학자의 이야기를 가져와 봤습니다.

 

'로제 카이와'는 '놀이와 인간'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게임의 특성을 4가지로 분류해서 정리했습니다.

 

 

'로제 카이와'는 크게 두 가지(파이디아, 루두스)로 놀이의 유형을 분류하고 세부적으로 4단계(아곤, 미미크리, 일링크스, 알레아)를 나누었습니다.

-본래 규칙은 탈규칙, 의지는 탈의지로 대상을 나누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자유와 이끌림으로 변경했습니다.-

 

먼저 '파이디아(PAIDIA)'는 흥분하고 소란을 피우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가까운 유희를 말합니다. 이는 승패와 상관없이 놀이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특성으로 무규칙적이고 자유로운, '일링크스'에 가까운 가장 기본적인 놀이입니다.

 

아이들이 목적 없이 뛰어다니는 것들이나 술에 취해 몸을 흔드는 것 역시 '파이디아'에 속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참여자의 '기술적인 요소'나 '놀이에 사용될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최초의 놀이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루두스(LUDUS)'는 이러한 '파이디아'에 합의된 장애물을 추가하여 규칙이 부여된 유희를 말합니다. 스스로 시련을 극복하는 성취감을 지니고 있기에 즉흥적인 유희에 가까운 '파이디아'보다 질서 있고 체계적인 복잡성을 띄고 있습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부터 서로 역할을 나누고 시련을 극복하는 TRPG, 체스와 바둑을 예시로 들거나 수많은 보드게임들이 '루두스'에 속할 수 있습니다.

 

특히 루두스는 통제 속에서 시련을 극복하는 보상이 있기에 즉흥적인 파이디아보다 정신적인 성취와 만족이 훨씬 큰 특징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우리가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유희는 루두스에 속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게임(놀이)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아곤, 미미크리, 일링크스, 알레아는 위의 표를 그대로 이해하면 됩니다. 자신이 즐기는 게임이 어떤 속성에 해당하는지 고민해 보는 것도 이해하는데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예시를 한번 들어볼까요?

 

  • 스타크래프트는 규칙 속에서 참여자의 의지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아곤에 속합니다.
  • 심즈는 참여자들의 의지로 자유롭게 활동하기 때문에 미미크리에 속합니다.
  • 일링크스는 무규칙 무의지로 혼돈에 가깝기 때문에 규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에 속할 수 없습니다.
  • 모바일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가챠'는 알레아에 속합니다.

이러한 요소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게임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 방식임은 분명합니다.

 

조금 먼길을 돌아왔지만 인류에게 놀이는 살아가는데 있어 활력과 즐거움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는 아주 먼 옛날 고대 사회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고대인들이 즐겼던 최초의 게임들을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세네트 - Senet

세네트는 기원전 35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즐겼던 보드게임입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는 네 개의 세네트가 발굴되기도 했는데 룰이 알려진 보드게임 중 가장 오래된 물건이자 귀족부터 시민까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즐겼으며 종교와 결합된 게임 자체의 네러티브 요소도 지니고 있습니다.

 

게임의 규칙은 윷놀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단순하고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심지어 윷이랑 똑같이 생긴 반원형의 막대를 던져서 이동하는 칸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규칙은 이렇습니다.

 

  • 말은 각각 5개씩 흰말과 검은 말을 준비합니다.
  • 3x10의 말판에서 왼쪽 상단의 칸을 시작 칸으로 하고 막대를 던져 나온 수만큼 모양으로 이동합니다. 
  • 한개가 뒤집어지면 1칸을, 두 개가 뒤집어지면 2칸을, 세 개가 뒤집어지면 3칸을, 네 개가 뒤집어지면 4칸을 이동합니다.
  • 아무것도 뒤집어지지 않으면 보드에 있는 말을 6칸 움직일 수 있으며 한번 더 막대를 던질 수 있습니다.
  • 막대를 던진 사람은 새로운 말을 나온 수의 위치에 놓거나 기존의 말을 움직일 수 있으며 상대방의 말 위로 움직이면 상대방의 말을 잡은 것으로 간주하며 잡힌 말은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 이러한 방식으로 5개의 말 모두를 가장 먼저 탈출시킨 사람이 승리합니다.

 

윷놀이와 비슷한 구조로 돌아가지만 15번 칸과 26, 27, 28, 29번 칸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특수한 규칙이 적용됩니다.

 

  • 15번 칸은 산양머리 지팡이가 그려져 있으며 이 칸에 있는 동안은 앙크에 놓인 말은 무적이 됩니다. 
  • 26번 칸은 악기나 리라가 그려져 있으며 막대를 한번 더 던질 수 있습니다.
  • 27번 칸은 물이 표현한 물결무늬가 그려져 있으며 이곳에 놓인 말은 죽은 것으로 처리되고 처음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 28번 칸은 새가 그려져 있으며 막대 3개가 뒤집어지면 다른 말을 움직이면서 해당 말을 탈출시킬 수 있습니다.
  • 29번 칸은 사람이 그려져 있으며 막대 2개가 뒤집어지면 위와 같이 해당 말을 탈출시킬 수 있습니다.

우르의 왕실 게임 - Royal Game of Ur

우르의 게임은 기원전 2600년경에 '수메르인'들이 즐기던 왕족들의 2인용 보드게임입니다.

 

세네트와 같이 현존하는 룰이 알려진 보드게임 중에 가장 오래된 것들 중 하나입니다. 우르의 왕족 무덤에서 '쐐기 문자'로 룰이 작성된 진흙 서판이 발굴되어 '대영박물관'에서 소장 중에 있고 위의 이미지처럼 온전한 게임판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우르의 왕실 역시 윷놀이와 흡사한 게임 규칙을 지니고 있습니다.

 

 

youtu.be/WZskjLq040I

실제로 우르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기준으로 규칙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납작하고 둥근 검은 말과 흰 말 각각 7개와 한쪽 변 모서리 두 부분을 칠한 정사면체 주사위 4개를 준비합니다.

 

주사위의 판정은 위로 향한 색칠된 모서리의 개수로 결정됩니다.

 

 

게임판은 4x3의 필드 2x3의 성, 그리고 2칸의 외길로 구분됩니다. 서로의 말이 시작하는 둥근 포인트가 시작 지점이며 말들이 도착하는 골 지점을 홈이라고 부릅니다. 말의 색에 따라 White Home, Black Home으로 구분 짓습니다.

 

  • 순서를 정하고 주사위를 굴려 색칠된 부분이 나온 수만큼 말을 움직입니다. 시작 위치에서 말을 출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 꽃 모양 칸에서 멈추면 주사위를 한번 더 굴릴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말이 있는 칸에 멈춰 말을 잡으면 잡힌 말은 처음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단 말판 중앙에 위치한 꽃 모양 칸에 있는 말은 잡을 수 없습니다.
  • 말은 겹칠 수 없습니다.
  • 일곱 개의 말을 모두 도착시킨 사람이 승리합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우르의 왕실 게임은 제가 즐겨하는 '림월드' 게임 속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폰들의 재미 파라미터를 올려 주는 놀이형 가구로 부족민 설정으로 시작할 때만 만들 수 있습니다.

 


백게먼 - Backgammon

백게먼은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고대의 보드게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체스만큼 많은 이들이 하고 있으며 지금도 정기적인 토너먼트가 개최될 정도의 명성을 보유한 게임입니다.

 

기원전 3000년경 '이란'의 '사흐레 수흐테' 지역에서 백게먼과 유사한 놀이판과 말이 발굴되었으며 고대 이집트와 우르에서도 백게먼과 유사한 놀이를 즐겼던 유물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는 로마 시대로 이 당시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통치자부터 가장 낮은 신분까지 구분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백게먼의 규칙 역시 윷놀이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먼저 백게먼 보드육면체 주사위 두 개, 흑백의 체커 각각 15개를 준비합니다.

 

그 다음으로 사용할 말을 결정하고 각자의 홈 보드를 파악한 뒤 위의 이미지처럼 세팅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체커의 배치는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흑백의 체커들은 위의 이미지에 있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각자 자신이 보는 기준으로 우측 상단을 24번, 도착 지점을 1번이라 하며 이는 상대방 또한 자신이 보는 기준으로 우측 상단이 24번, 도착 지점이 1번입니다.

 

  • 순서를 정한 뒤 주사위를 굴리고 두 주사위가 나온 수만큼 원하는 체커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각 주사위의 눈금만큼 별개의 말을 이동할 수 있으나 두 주사위를 합친 수만큼 한 번에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 한 번에 하나의 말만 이동 가능하며 뒤로 가거나 2개 이상의 체커가 겹친 위치로는 갈 수 없습니다. (눈금 수가 그 이상이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 다섯 개의 체커가 모두 채워진 칸으로는 이동할 수 없습니다.
  • 하나의 체커가 있는 위치로 이동하면 상대방의 말을 잡을 수 있는데 잡힌 말은 가운데 있는 Bar로 이동하며 자신의 기준으로 1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는 자신의 홈 보드에 모든 체커를 이동시켜야 합니다.

자신의 체커가 모두 홈보드에 들어왔다면 체커를 게임판 밖으로 빼내는 베어링 오프가 시작됩니다.

 

주사위를 굴려 모든 체커를 1번 칸 다음으로 넘겨야 합니다. 반드시 판 밖으로 넘길 필요는 없으며 필요하다면 체커를 다른 칸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모든 체커를 밖으로 빼내면 승리합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1700년경 상나라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즐기는 바둑이 있습니다.

 

바둑의 룰은 보다 더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많기 때문에 생략했지만 인류가 만든 게임 중 가장 높은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것만큼 독보적인 게임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네트나 우르의 게임, 백게먼 외에도 58홀과 같이 다양한 게임들이 각 지역에서 발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고대 유물들이 그렇듯 중동-이집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굴됩니다.-

 

개인적으로 우르의 게임이 가장 흥미로웠고 차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능하다면 게임 세트를 구해서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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