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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Story/History Story

독 이야기

by 늘상의 하루 2021. 3. 7.

필리푸스 파라켈수스 (Philippus Paracelsus)

 

"Alle Ding' sind Gift, und nichts ohn' Gift; allein die Dosis macht, daß ein Ding kein Gift ist."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량만이 독이 없는 것을 정한다." 


독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물질은 아닙니다.

 

컨텐츠에서 독은 주인공을 좀먹는 장애물로 등장하거나 희생자를 만들어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지역에 테러를 벌이는 악당들의 선택지로 쓰이곤 합니다.

 

보통 사람을 쇠락시켜 병들어 죽게 하고, 힘대힘으로 승부를 겨루는 정정당당한 싸움에서 비겁한 술수로 취급받지만 인류에게 있어 독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암살당한 통치자들의 역사를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은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의학을 진보시켰으며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되어 왔습니다.

 

오늘은 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번 글에서 짧게 등장했던 '필리푸스 파라켈수스'는 연금술도 뛰어났지만 특히 약학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약물학과 독성학에 정통했습니다.

 

그는 직업병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 수은을 사용한 매독 치료법을 발견했으며 일부 질병들은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정신의학을 제시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약학을 공부하면서 세상 모든 물질은 독이 될 수 있고, 오직 정확한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분 짓는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처럼 적절한 용법을 지키지 못한다면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일지라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지만 과다 섭취하면 사망할 수 있고 설탕은 당뇨를 유발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들인데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분과 산소는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킵니다.

 

 

모든 것은 독이며 용량만이 독을 정한다는 파라켈수스의 명제는 현대 약학에도 이어져 내려옵니다.

 

인위적으로 약독화된 병원체를 주입하여 항체를 만드는 백신이 대표적입니다. 백신은 쉽게 이야기하면 약해진 적들과 미리 연습전을 펼치고 본전에서 승리를 따내는 것과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병원체를 인위적으로 약독화시켜 적절한 용법을 정한 뒤 접종하는 것으로 강력한 질병들을 막아내는데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구하고 수명을 연장시켰습니다.

 

최초의 백신이라 할 수 있는 '인두법', '종두법' 또한 독이라고 생각했던 천연두 환자의 고름이나 딱지, 우두의 고름을 정확한 용법에 따라 활용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냈습니다.

 

이러한 계보는 과학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연구되었으며 지금의 시대 또한 알약, 가루약, 앰플을 포함한 모든 의약품들이 독이 될 수 있으며 정확한 용법에 맞춰 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용법의 기준은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경우 약으로 쓰려던 물질이 오히려 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어떤 약을 처방받을 때는 반드시 의사가 환자의 기저질환 유무를 판단하곤 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독의 이야기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독미나리'로 만든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 '독버섯'으로 독살당한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1세, '투구꽃'에서 '부자'를 추출해 만든 '조선의 사약'처럼 먼 옛날부터 사람을 죽일 때 독이 사용되었습니다.

 

독은 해독제를 복용하지 않는 이상 쉽게 회복될 수 없었고 회복한다 하더라도 신체에 장애가 남을 정도의 손상을 입힐 수 있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적을 암살하기 위해 쉽게 독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동서양이 매체에서 독을 다룰때 사용하는 색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서양은 비소가 들어간 녹색 염료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에 보통 독극물을 녹색으로 표현하고 동양은 투구꽃으로 인해 보라색으로 표현됩니다.

 

이러한 독은 현대에 이르어서 회복제를 찾기도 전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무기로 사용한 '겨자 가스', 나치가 사용하고 옴진리교가 지하철을 테러한 '사린 가스', 리트비넨코를 죽인 푸틴의 '방사능 홍차', 'VX'로 얼굴을 피습당해 죽은 북한의 김정남.

 

 

특히 살충제로 개발되고 무기로 발전한 'V시리즈'는 조금이라도 노출된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으며 중독시 수십여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로 죽는 순간까지 끔찍한 고통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 전쟁에서 금지된 화학전이라 하면 이러한 VX가 사용되며 북한이 많은 양의 VX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독 방법은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는 아트로핀과 옥심 주사기지만... 치명적인 후유증이 동반됩니다. -

 

무기로 변화된 독이 아닌, 개인을 독살시키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은 음식에 독을 타는 일이었습니다.

 

때때로 독사나 독충을 침소에 풀기도 했지만 실상 성공할 가능성은 극악에 가까울 정도로 낮았으며 지배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음식의 맛을 보는 기미를 두거나 은 수저를 쓰는 것으로 독살을 방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뚫고 독을 먹인다 하더라도 독살의 성공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조리 과정에서 독이 변질되거나, 아니면 듣지 않는 경우도 존재했고 비소와 같은 화합물이 개발되기 전까진 순수한 독을 제대로 정제하지 못해 죽는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독을 먹은 사람이 건강하고 운이 좋다면 잠깐 배탈이 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독성 성분만 추출할 수 있는 약학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고 안전하게 정적을 죽이기 위해 오랫동안 독을 먹여 쇠락하게 함으로 병사로 죽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 이런 방법의 경우 정말 독으로 죽었는지 자연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권력자들의 독살 이야기는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는 조선 임금들의 의문스러운 사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단종, 경종, 효장세자, 고종의 이야기 속에서 관련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덧붙여 무협지와 같은 창작물들을 보면 '만독불침'이라 하여 모든 독에 내성을 지니는 훈련을 위해 소량의 독을 조금씩 주입하거나 손끝에 독을 발라 휘두르는 '독수'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현실에서 그렇게 하면 죽기 십상이고 '비소'와 같은 중금속의 경우 배출되지 않고 쌓일 뿐이니 몸에 해로울 뿐이라는 점을 넘어가야 합니다.

 


 

 

독은 3가지로 구분지을 수 있습니다.

 

Toxin생물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독성 물질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소크라테스가 마신 독미나리의 주성분인 시큐톡신(Cicutoxin)이 있습니다. 복어의 독 또한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 부릅니다.

 

Posion몸에 흡수될 경우 화학반응을 일으켜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독성 물질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보통 화합물이 포함되는데 추리 소설에서 잦은 출현으로 유명한 '비소', '청산가리'부터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부동액, 락스, 양잿물, 농약 등이 모두 Poison에 포함됩니다.

 

Venom이빨, 침, 촉수를 통해 주입하는 독을 의미합니다. 뱀, 지네, 전갈, 벌, 해파리 독이 포함되며 Venom의 경우 Toxin과 Poison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독의 침투 방법에 따라 같은 성분이라도 Toxin과 Venom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쉽게 가장 큰 범주로 Poison이 존재하고 그다음 Toxin, 마지막으로 Venom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금술이 등장하고 화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인류가 주로 사용하던 독은 ToxinVenom이었습니다. 이러한 독은 사냥과 전쟁에서도 용이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독을 가장 많이 응용한 무기는 '바람총'입니다. 속이 빈 대롱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화살이나 침을 쏘는 무기로 가할 수 있는 데미지가 약했기 때문에 독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보완했기 때문입니다.

- 그 외에도 사냥꾼들은 활, 덫, 미끼에 독을 활용했으며 이는 현대에 이르어서 쥐덫, 쥐약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통 사냥꾼이라 하면 화살을 쏘아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으로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지만 사실 활을 사용해 사냥을 하는 방법은 사냥 중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활을 다루는 일 부터 굉장한 숙련도를 요구하고 화살촉이 사냥감의 두터운 털가죽을 뚫지 못하거나 급소를 꿰뚫지 못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추격전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화살은 생각 이상으로 데미지를 주기 힘들고 짐승들은 생각 이상으로 오랫동안 버티며 살아남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총이 나오면서 일단락됩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사냥꾼들은 효율적으로 사냥을 하기 위해 동물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덫을 설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이마저도 덫을 풀고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트랩의 날붙이에 독을 바르거나 미끼에 독을 섞었습니다.

 

 

사냥독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독화살 개구리'입니다.

 

이름의 의미부터 쓰임, 용도에서 파생된 몇 안 되는 생명체 중 하나로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점막에서 치명적인 극독을 내뿜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독화살 개구리는 복어와 같이 섭식으로 독을 모으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글의 독충들을 잡아먹으며 흡수한 독을 응축해 점막으로 내뿜는 특성 때문에 원주민들은 침이나 화살촉에 독화살 개구리의 점막을 발라 사용하곤 했습니다.

 

독화살 개구리의 독은 아주 적은 소량으로도 사람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쁘다는 이유로 개구리를 만졌다간 사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옛날에도 전쟁에서 독은 빠질 수 없는 전략 병기중 하나였습니다. 몽골 제국은 공성전을 벌일 때 흑사병으로 썩은 시체를 투석기를 사용해 성벽 너머로 던져 버렸습니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생화학 공격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실상 몽골군은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한 목적으로 시체를 던졌고 위생 개념이 전무했던 시기인지라 사람들은 몽골군이 던진 시체를 그냥 한적한 곳에 옮겨 버렸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시체들은 쥐들을 통해 '흑사병'을 전파시켰고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몽골군의 전술이 유럽에 흑사병이 퍼지게 된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가시공, 드라큘라로 유명한 '블라드 3세'는 오스만과의 전투 속에서 '청야전술'을 벌이며 퇴각하는 와중 우물에 독을 풀어 적의 진격을 늦추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깨끗한 식수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독으로 오염된 우물에서 식수를 보급받지 못한 오스만군은 빠른 속도로 사기와 병력을 잃었습니다.

 

우물에 독을 푸는 방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 쓰이던 전술 중 하나였는데 당시 우물을 오염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가축이나 사람의 시체를 우물에 던져 넣거나 인분을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월남전이라 불리는 배트남 전쟁 시절에 사용된 트랩에서는 가시와 구덩이에 인분을 흩뿌려 함정에 빠진 연합군을 중독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트랩 속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상처 사이로 인분이 들어와 감염되었기 때문에 쉽게 회복할 수 없었고 이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담을 주어 진군하는데 많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또한 인분은 인간이 가장 구하기 쉬운 독성 물질이었기 때문에 동서양을 불문하고 역사적으로 자주 사용되어 왔으며 장군들은 인분을 모아 공성중인 적들에게 뿌리거나 화살촉, 창날에 발라 피해를 줄 수 있었습니다.

 

youtu.be/RNgFTTczGow

 

 

조선의 '무예도보통지'를 보면 독을 활용한 '낭선'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왜적과 싸울 때 활용하던 조선의 진법 '원앙진'의 무기 중 하나로 긴 죽창에 여러 개의 가지를 세워 철편을 붙인 다음 날붙이 끝에는 독을 발라 사용한 무기입니다.

-독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인분을 발라 쓰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러한 날붙이들은 적들의 갑옷 사이로 파고들어가 상처를 내며 감염시켰고 눈과 같은 급소를 공격함으로 적을 무력화시키는데 쓰이곤 했습니다.


왠지 독 이야기에서 인분으로 마무리를 지은 느낌입니다.

 

진짜 사람을 해치려고 만든 VX, 사린 같은 독극물들을 제외하면 우리가 독이라고 하는 것들은 올바른 용법을 지켜 약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약이라 부르는 것들은 용법을 어기고 과다 복용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독을 만드는 일에는 신비한 조합이나 실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것이라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적절한 타협이 필요합니다.

 

간이 버틸 수 있으면 독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점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즐겨 먹는 카페인캡사이신, 니코틴은 식물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독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그런 독을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습니다.

-없어서 못 사는 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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