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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Story/SF Story

사람을 닮은 로봇 이야기

by 늘상의 하루 2021. 2. 13.

와~ 꾸준히 쓰다 보니 벌써 50번째 글이 되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 '승리호'를 보면 유해진이 연기한 업동이라는 로봇이 등장합니다. 배우의 전작에서 따온 패러디 요소들도 있고 캐릭터가 지닌 내러티브 또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영화 자체도 명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수작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클리셰를 따라가지만 중간중간 비틀어낸 전개와 캐릭터 구성을 지니고 있고 연출과 CG도 만족스러웠고 배우들의 연기도 즐거웠습니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런 전개가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서 봤다면 더 재미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이제 SF 영화가 다시금 빛을 발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외국에서는 득세하면서 한국에서는 유달리 죽어가던 SF장르가 승리호를 기점으로 부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이러한 SF 장르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로봇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왜 사람은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만드려고 하는 것일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사람을 대상으로 만든 인프라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그런 용도를 넘어서 피부, 내장기관, 감정 같은 로봇에게 불필요한 기능들을 담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로봇을 만드면서도 어설프게 사람을 닮으면 '불쾌한 골짜기'라 부르는 부정적인 심리를 드러냅니다. 제 경우에는 어릴 적 콩순이나 바비같이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정말 무서워했습니다.

 

실리콘 피부, 플라스틱 눈알, 이해할 수 없는 표정들이 어린 시절 제게 알 수 없는 공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어쩌면 '사탄의 인형'이라는 공포 영화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든 인형이든 지금 생각해 보면 둘 다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력의 발전으로 이러한 특이점을 넘어서면 대유쾌 골짜기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를 뛰어넘어 진정 사람과 똑같은 존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먹고 마시고, 춤을 추는 하드웨어를 넘어서 생각하고, 표현하고 감정을 느끼는 소프트웨어까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지금도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의문에서 의문이 이어집니다.

 

사람이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 아닐까?

 

유전자는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유지시키기 위해 본체를 닮은 자식을 만들 것을 종용합니다. 이는 사람뿐만이 아닌 생명체 모두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만드는 것은 이러한 본능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단지 그 방법이 생물학적인 과정이 아닌, 기술적인 과정으로 변했을 뿐 그 결과는 같지 않을까?

 

옛날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깎아낸 조각상이 사람이 되어 결혼한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의 이야기처럼 사람은 사람을 닮은 로봇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궁극적인 완성을 목표로 하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늘 하던 제 망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외에도 SF 장르에서 로봇은 빠질 수 없는 소재입니다.

 

사람을 대신해서 일을 하거나 주부의 역할을 로봇이 대신하기도 합니다. 로봇으로 군대가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 로봇이 깨달음을 얻고 종교를 품기도 합니다.

 

보다 개인적으로 섹스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있는가 하면, 감정을 지니고 자신의 존재를 숨겨 인간처럼 살아가는 로봇도 있습니다.

 

로봇에 지배당하거나, 로봇과 공존하거나, 로봇을 배척하거나... SF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창작자의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포지션으로 활동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람들 닮은 로봇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서 부릅니다.

 

'휴머노이드'와 '안드로이드'입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들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개발 중에 있습니다. 유명한 네임드로는 최근 '현대'에서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있으며 2020년 막바지에 올린 '아틀라스'와 '스폿', '핸들'이 함께 춤을 추는 영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youtu.be/fn3KWM1kuAw

 

휴머노이드의 정의를 살펴보면 Human(인간) + oid(~형태를 한)라 하여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생명체를 휴머노이드라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닮은 생명체가 없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사람의 모습을 닮은 로봇을 모두 휴머노이드라 부릅니다.

-유인원은 Anthropoid라 부르는 단어가 따로 존재합니다.-

 

SF 장르에서 등장하는 로봇들의 초기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는 목적 때문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일자리를 빼앗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계가 로봇에게 지배당한다는 생각까지 다양한 반대파들이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들이 본격적으로 인간 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현대판 '러다이트'가 다시금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휴머노이드는 인간에게 맞춰진 인프라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위험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21세기에 있었던 후쿠시마 사고처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재난 현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재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 개발이 진척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컨텐츠에서는 의외로 휴머노이드가 주역이 되어 등장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보통 로봇이 주역이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안드로이드로 표현됩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시리즈가 총을 들면 엘리시움(좌측)의 전투 로봇이 됩니다.

휴머노이드는 그저 인간의 모습을 했을 뿐인 기계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등장을 하더라도 단순한 '로봇 병사'로 출현하거나 의식 없이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반복되는 작업을 하는 역할로 나타납니다.

 

휴머노이드라 부를 수는 없지만 인간의 행동이나 형태를 모방한 작품들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중 비슷하게 사람을 닮은 기계는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자동 기계'라고 불리는 '오토마톤(Automaton)'은 17세기 '기계식 시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등장했습니다.

 

장인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쏟아부어 만드는 일종의 도전 과제가 되었으며 글을 쓰는 '필경사'부터 실로폰 혹은 피아노를 치거나 춤을 추는 일들을 했습니다.

 

정해진 작업만 반복하기에 겉으로 보이는 기능은 단순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절로 탄성이 튀어나옵니다. 전기가 없는 시대에서 유럽의 시계공들은 태엽과 톱니바퀴로 사람을 모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눈과 입을 움직이고 어깨, 팔꿈치, 손목을 움직여 글을 씁니다. 팬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눈을 깜빡이며 잉크를 찍어 글을 써내려갑니다. 심지어 핵심 부품을 교체하면 글의 내용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실용성을 따질 수 없는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상상력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물건입니다.

 

그 때문에 '스팀펑크' 장르에서는 이렇게 태엽과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오토마톤들이 곧잘 등장하며 대중적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등장하는 '오리아나' 캐릭터 또한 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youtu.be/laJX0txJc6M


또 다른 방향으로 가면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공생명체' '호문쿨루스'가 존재합니다.

 

'바이오로이드'라고 부르기도 하며 앞선 휴머노이드가 기계적인 요소로 구성되었다면 바이오로이드는 말 그대로 생물학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실험실에서 탄생한 존재입니다.

 

'스플라이스의 드렌',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처', '복제인간'같이 인간을 닮은 것들을 넘어서 동물, 식물, 키메라로 취급되는 이형 생명체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로이드는 실험실에서 탄생하는 인공생명이라는 분위기 때문인지 보통 컨텐츠에서는 극과 극으로 표현됩니다.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거나, 극단적으로 드러난 근육과 힘줄, 살덩이와 뼈가 노골적인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초월적인 힘을 가미하기 위해서 깔끔하게 초능력 계열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물리적인 위력을 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신체변형을 가하기도 합니다.

 

바이오로이드는 휴머노이드보다는 안드로이드에 가까운 존재이기에 돌아와서 휴머노이드의 다음 단계인 안드로이드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유명한 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람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는 SF에서 끊임없이 다루어지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Andro(인간) + eidos(형상)의 합성어로 휴머노이드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 있는, 우수한 로봇이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새련된 말로는 안드로이드를 '신스(Synth)'라 부르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는 단순히 인간을 보조하는 창조물을 넘어서 인간과 같이 하나의 생명으로 취급받기도 하고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안드로이드가 부여받는 특성은 개인적으로 신과 인간의 구도를 보는 것 같아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처음 맹목적으로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로봇으로 시작하여 자유를 찾아 떠나는 서사는 인간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자식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자유를 찾아 나서고 인간과 대립하는 영화들을 볼 때면 종교에서 벗어나는 인간을 바라보는 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같아 즐거울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컨텐츠에서는 보통 인간을 모방한 안드로이드의 여러 특성들 중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거나 사회적인 이슈를 테마로 잡고 작품을 만들곤 합니다.

 

SF 장르에서 안드로이드는 '블레이드 러너'와 같이 사람과 완벽하게 닮아 있어 사람들 사이에서 숨어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들은 스스로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에 자신을 구매한 인간을 피해 도망치고 저항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에서는 숨어 있는 안드로이드를 찾아 폐기하는 직업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인간과 완벽하게 같다면 그 둘의 차이를 진정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블레이드 러너의 요소는 차후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많은 컨텐츠에 영향을 미쳤고 게임 '폴아웃 4'에서는 이러한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시나리오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선 블레이드 러너가 인간의 정체성을 조명했다면 'AI'는 사랑과 같은 감정을 조명했습니다.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는 아이의 모습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감정을 느끼고 사랑을 하기도 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입양되어 길러지며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세간에서 로봇은 도구라는 취급 때문에 시련 또한 받습니다.

 

그리고 인간과 로봇이라는 종의 차이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이별로 슬픔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같습니다.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아이로봇'에서 안드로이드는 도구로 취급을 받습니다. 그들 자체도 그러한 취급을 받도록 만들어져 있으나 특별하게 제작된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변화합니다.

 

로봇은 인간처럼 꿈을 꾸기도 하고 스스로 감정을 느끼며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로봇이 걸음마를 배우는 것처럼 인간이 어떻게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인상을 받은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이집트에서 탈출한 모세의 서사처럼 지배당하는 자신의 동족들을 이끌고 자유를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열린 결말의 주관적 해석입니다.-

 

'바이얼센테니얼맨' 처럼 창조자를 선망하여 동족과의 사랑을 뿌리치고 인간이 되고자 하는 안드로이드도 있습니다.

 

프로그램 고장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판단할 수 있게 된 로봇이 주인공으로 선한 가족에게 자유를 선물 받고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갑니다.

 

시간이 흐르며 가족은 성장하지만 로봇은 변함이 없는 연출들이 인상적이었고 인간을 선망하며 같은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는 스스로 돈을 벌고 부품을 갈아 끼우며 점점 인간이 되고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기 위해 노화와 죽음까지 따라 모방합니다.


실상 안드로이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가 나오는 컨텐츠를 경험하는게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나오지 않은 가상의 존재일뿐더러 실제로 등장하면 어떻게 세상이 돌아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며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그게 인간과 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서 조금만 벗어나 생각해 본다면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대다수의 로봇 아포칼립스 컨텐츠들이 경고하는 바는 그렇습니다.

 

반대로 그들이 인간과 같다면 발생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까요?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서? 아니면 우리가 창조한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할 도구로서?

 

로봇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저 프로그램의 결과일 뿐이니 도구로서 취급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주장을 바꿔 인간을 신으로, 로봇을 인간으로 대입해서 풀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권리는 아직은 먼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상당히 논쟁이 많은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컨텐츠로서 활용도가 높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 않은 주제는 갈등과 논쟁을 유발하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탄생시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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