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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 Story/Game Designer

원신 - 튜토리얼 레벨디자인 분석 - 2부 完

by 늘상의 하루 2021. 9. 12.

https://neulsang-day.tistory.com/72

 

원신 - 튜토리얼 레벨디자인 분석 - 1부

개인적으로 잘 만든 레벨 디자인은 비밀스럽게 유저를 조종하고 창발 플레이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원신의 튜토리얼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신은 유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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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 튜토리얼 레벨 디자인 분석 2부입니다. 2부에서는 비경 튜토리얼이 주요 내용으로 등장합니다.

-닉네임 가리려고 하다가 귀찮네요-

 

비경은 오픈월드와는 달리 진입할 때마다 초기화되는 파밍용 던전으로 보통 '인스턴스 던전'이라 부릅니다.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레벨 디자인에서 구분되는 던전의 맵 구조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런게 대충 선형 구조 (오른쪽 짤은 퍼옴)

선형 구조와 비선형 구조

선형 구조는 많은 게임에서 사용되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합니다.

-대다수의 인던은 선형 구조입니다.-

 

이곳 저곳 오브젝트가 배치되어 있지만 정해진 길과 해결 방법을 사용하여 이동합니다. 앞으로 업데이트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원신의 비경은 모두 선형 구조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직선상의 경로를 따라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선형 구조 속에서도 여러가지 레벨 디자인 기법이 사용됩니다. 왕복, T자형 길, 교차로, 루프, 똬리 구조, 숏컷... 결정적으로 이러한 방법들의 목표는 선형적 구조를 선형적이지 않게 보이기 위함이 주 목적입니다.

 

선형 구조는 비선형 구조보다 유저 몰입과 퀄리티를 높이기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해진 길이 아닌 갈림길 혹은 자유로운 해결 구조

비선형 구조는 오픈 월드에서 주로 사용되며 제작이 까다롭습니다.

 

분기 선택지가 있는 TRPG를 모방하기 때문에 유저는 목적을 부여받고 스스로 해결 방법을 선택합니다.

 

떠오르는 인상깊은 비선형 디자인은 스카이림의 결혼식 암살 미션입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에 도착한 유저는 이제 신부를 암살해야 합니다.

 

석상을 밀어 떨어트리거나 숨겨진 활을 찾아 저격하거나, 늑대인간으로 변신해서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신랑에게 분노 마법을 걸어 신부를 때려 죽이게 하는 엽기적인 방법까지 사용해서 임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혼식 연설 중에 죽이면 추가 보너스를 주기도 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주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유저의 돌발 행동, 예외 상황, 창발 플레이까지 고려하다 보면 제작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으나 잘 만든다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원신은 필드에서는 가벼운 비선형 레벨 구조를 채택한 오픈월드로 구성하였고 비경이라 불리는 인던에서는 선형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 싱글 패키지 게임의 특징과 온라인 모바일 게임의 특징을 잘 섞어서 특이한 점이 여럿 있습니다.-


키 유닛

원신의 인던은 어떤 속성의 조합을 사용해야 클리어가 원활한지에 초점이 잡혀 있습니다.

 

보통 이런 요소를 '키 유닛'혹은 조합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키 유닛들을 맞춰 진입하면 원활하게 클리어가 가능하고 키 유닛들을 맞추지 않고 들어가면 난이도가 어려워지거나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원신의 튜토리얼이 친절한 이유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유저가 모든 속성의 유닛들을 체험하고 획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원신의 가차는 무서워...-

 

'1장'이라는 이름의 긴 튜토리얼이 모두 끝나면 유저는 여행자, 앰버, 케이아, 리사 총 4개의 캐릭터를 보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원신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기믹들은 이 4종의 캐릭터 속성으로 파훼가 가능합니다.

 

그럼 몬드성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몬드성 진입 시작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원신에서는 V 키를 누르면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알려주는 트레일 내비게이션이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암벽 등반이 필요한 벽으로 유저를 유도합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준 것 같지만 첫 번째 벽을 넘어가면 눈 앞에 거대한 벽이 있음에도 기조를 바꿔 빙 돌아가는 루트로 유저를 유도합니다.

 

도시 안에서도 벽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는 암시적 학습을 통해, 유저는 더 높은 벽을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트레일 내비게이션을 따라 이동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후 목적지까지 이동한 다음에는 비행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원신 세계에서 중요한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스킬, 원거리 공격 등과 같이 강제적인 학습이 진행됩니다.

 

이후에는 스토리텔링 요소를 곁들여 몬드성까지 오는 중에 만난 풍마룡과의 비행 슈팅 전투를 통해 비행 조작감을 익히게 만드는 미니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이 끝나고 비경을 탐색하는 임무를 받고 몬드성을 나서게 됩니다.

 

몬드성 입구부터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레벨 디자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플레이어의 목적지인 3곳의 비경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광선이 짙은 안갯속에서도 밝게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붉은 광선(워프용 비석) 또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강제적인 일직선 루트나 지도에 찍힌 맵 마커가 아닌, 유저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각적인 레벨 디자인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굉장히 세련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비경은 앰버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인던입니다.

 

가시 덩굴은 다른 캐릭터를 사용해도 제거할 수도 있지만 불 속성의 앰버를 사용하여 태워버리면 더욱 손쉽게 제거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속성 공격은 원신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이기에 이처럼 UI를 띄워 유저에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재미있게도 많은 유저들은 이미 비경으로 오는 길에서 앰버를 사용해 보았기에 새로운 기능 학습에 대한 피로를 덜 느끼게 됩니다.

 

비경은 레벨 디자인 기법이 이곳저곳 사용되어 있습니다.

 

장애물 너머에 숨겨진 보상은 레벨 디자인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인데 앰버 비경의 첫 번째 스크린샷에도 해당 요소가 숨겨져 있습니다.

 

유저의 첫 비경이기에 의도적으로 찾기 쉬운 자리에 보상을 숨겨 두었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큰 난이도 변동 없이 유지됩니다.

 

에이, 이게 숨겨진 거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모두 개발자의 의도입니다. 원신의 숨겨진 요소들의 난이도는 수평곡선으로 구성되어 있고 앰버 비경은 첫걸음입니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원신을 즐기면서 유심히 살펴보세요,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난이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앰버 던전에서는 원거리 투사체로 상호작용이 용이한 기믹들의 학습도 진행됩니다. 두 번째 사진의 폭약통은 앞서 나온 숨겨진 보상보다 약간의 난이도가 상승된 버전이라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사용되는 원소 시야는 게임의 아쉬운 기능 중 하나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의 직관성, 주변 기믹들의 직관성 때문에 그다지 쓰일 일이 없고 특별한 퀘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앰버 던전은 불꽃을 사용한 스위치 기믹과 상승 기류를 끝으로 종료됩니다. 이후 비행 튜토리얼은 종료되었지만 앰버 퀘스트를 통해 심화 과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인던이 끝나고 오픈 월드로 나오면 시각적인 요소를 고려한 레벨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원신 튜토리얼의 재미있는 점은 각 단계가 종료될 때마다 시각적으로 유저에게 암시적인 학습을 제안한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밖으로 나왔을 뿐인데 보이는 시야 안에 의미심장한 요소가 3개나 드러나 있습니다.

-파란 선령, 붉은 비석, 세계수 큰 나무...-

 

커다란 나무와 붉은 광선으로 어필하는 비석은 호기심을 유발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물론 해당 지역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이후 퀘스트를 통해 복습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인 레벨 디자인과 카메라 구도 때문에 첫 비경을 클리어한 유저가 방문할 확률이 높은 유력한 장소입니다. 그 중간 지점에서 유저는 선령이라 불리는 원신의 숨겨진 보상 기믹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선령이라 불리는 파란 도깨비불은 유저가 접근하면 다른 장소로 도망치는데 마지막 장소에 도달하면 사진과 같이 보물 상자를 유저에게 드랍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원신의 숨겨진 요소들의 난이도는 수평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해당 선령은 기본적인 튜토리얼 수준의 난이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곱 신상은 관제된 맵 지역을 확장시켜주는 중요한 워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일곱 신상의 사용 방법 역시 원신에서 중요한 요소이기에 학습을 통해 진행됩니다.


점점 상자들이 깊숙한 곳에 숨는게 보입니다. 

케이아를 사용하는 인던 역시 앞서 플레이한 앰버 던전처럼 속성에 초점을 맞춰 빙결 스킬의 캐릭터를 사용하기 용이한 구조로 레벨 디자인이 되어 있습니다.

 

많은 적들은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고 수분에 젖어있는 적에게 케이아가 스킬을 사용하면 추가적인 데미지를 가할 수 있습니다.

 

케이아 던전은 빙결 스킬을 활용하여 파훼 가능한 기믹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레벨 디자인에서 교과서나 다름없는 장애물-보상 기조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마다 유저는 가벼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케이아 던전이 종료되면 유저는 빙결 스킬을 사용 가능한 케이아를 영구 획득하게 됩니다.

 

던전 밖으로 나오면 주변에 타오르는 꽃이 있습니다. 이러한 속성 꽃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채집이 불가능합니다. 속성에 대한 이해가 완성된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케이아의 스킬을 사용하여 불을 끄고 채집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얼음꽃(불), 바람꽃(바람) 같이 속성 공격으로 채집 가능한 요소들이 원신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리사 던전입니다.

 

던전에 진입하면 카메라 기믹을 사용해 유저가 가야 하는 목적지를 줌인하여 보여줍니다.

-공수가 낮으면서 유저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스테이지 역시 상자가 잘 숨겨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철창 너머에 상자가 배치되어 있는데 해당 위치로 가기 위해서는 맵을 살짝 돌아가야 합니다.

-튜토리얼에 포함되는 던전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던전 또한 앞선 앰버 던전, 케이아 던전처럼 리사를 사용하기 좋은 환경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적들은 전기가 추가적인 데미지를 가할 수 있도록 물에 발을 담가 습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항상 전투가 끝나면 장애물-보상 기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새로운 요소로 움직이는 플랫폼 기믹이 등장합니다. 해당 기믹은 케이아 던전에서 가볍게 등장했기에 유저는 알게 모르게 선행 학습을 해 왔습니다.

 

비경에서 아쉬운 점은 위 사진처럼 올라갈 수 있을법한 장소를 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벽 자체를 타고 오르는 것을 기능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법 한 장소에도 불구하고 올라갈 수 없었고 이는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굉장히 아쉬운 구성이었습니다.

 

해당 던전이 마무리되면 리사를 획득하게 되며 1장이 종료됩니다.


원신은 메인스토리 1장을 통째로 사용하여 여타 게임들과는 달리 튜토리얼을 굉장히 길게 늘어트림으로써 유저가 받는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스트레스가 축적됩니다.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는 지속적인 몰입 상태를 유지하고 플레이타임을 증가시킵니다.

 

원신은 정보 관제를 통한 변수를 조율하고 제한된 선택지를 통해 튜토리얼을 암시적으로 유도함으로서 개발자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유저 스스로의 합리적인 선택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유저는 '1장'을 플레이하며 알게 모르게 개발자들이 제안하는 암시적인 학습과 복습을 통해 자발적으로 게임 플레이 방법을 익혀 나갔습니다.

 

이런 점에 근거하여 원신의 튜토리얼은 굉장히 잘 만들었고 세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유저를 움직이면서 유저는 그 행동이 자신의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