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학교 3학년때 토탈워 삼국지가 출시되었습니다.
졸업 작품으로 한창 바쁠 때여서 차마 건드리진 못하고 어느정도 소강이 되자 구매해서 플레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점만 말해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토탈워 시리즈는 개개인의 전투 보다는 다대다 전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부대를 컨트롤하며 적과 전투를 벌이는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하며
자유 시점으로서 플레이되는 전략 전술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비슷하면서 색다른 방법으로 전쟁을 구현한 게임으로는 캐릭터 시점으로 플레이되는 마운트 앤 블레이드가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을 배경으로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말해서
동양에서 만든 게임보다 훨씬 동양스러운 분위기를 잘 잡아냈습니다.
그래픽은 두말할것도 없고 특히 트레일러가 진짜 지렸습니다.
-구매 요인 중 하나-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그들이 보는 시선이야말로
어쩌면 동양의 특징을 잡아낸 본질적인 이미지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삼국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렇게 떠오른 장수들의 접전이 떠오릅니다.
유비, 관우, 장비는 삼국지를 모르는 이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며
천하무쌍이라 불리는 여포는 그들보다 훨씬 더 유명합니다.
특히 그러한 장수들이 일당백으로 적진에 돌격하는 모습은
볼링으로 스트라이크를 치는 것마냥 시원할 때도 있습니다.
삼국지는 실제 역사와 연의라 불리는 야사가 존재합니다.
토탈워 삼국지에서는 각각의 모드가 나뉘어져 있어 유저의 취향에 맞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수들이 무쌍을 찍을 수 있는 연의가 더 재미있습니다.
아무튼 친한 형의 권유로 이러한 게임의 모딩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이 나온지 얼마 안되었고 재미있게 하고 있던 게임이기에 ok 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모델러, 아트, 저 이렇게 3명이 결성되었습니다.
먼저 이 게임은 아트 표현이 현실적입니다.
판타지 분위기의 선남선녀가 나오는 코에이 스타일이 아니라
캐릭터의 특징과 고증을 균형있게 살린 '동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트 스타일을 지녔습니다.
-개인적으로 간지도 쩔고 몰입감도 겁나 좋았습니다.-
암튼 요점으로 돌아가서.
당시 삼탈워에는 여자 장수가 많지 않습니다. 장강, 손인 등 주력으로 쓸 법한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싶은 이들이 없으며 일러스트 또한 거칠고 리얼리티한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손인은 예뻤습니다.-
그래서 장수 추가 모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예쁜 여자 장수를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사심이 가득 들어있지만 당시 유저들의 니즈 또한 그랬습니다.
-참고로 모드를 만들던 우리도 유저입니다. 우리의 니즈가 곧 유저의 니즈입니다.-
결과만 말하면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꽤 자주 벌어지는 CA의 버그픽스 패치가 문제였습니다.
패치를 한번 하고나면 데이터값이 꼬여서 모드가 망가지기 마련이었고 그렇다고
깨작깨작 올라가는 패치 반영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삼탈워는 모딩을 하기에 그렇게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게임이라 관련 자료도 없었고 R&D를 빡시게 돌려야 하는건 그려려니 합니다.
디컴파일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음... 메인 DB를 수정하면 다른 모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말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모딩이 불편했습니다.
RPFM이라는 툴을 사용해서 엑셀 데이터값을 추가하는 것으로 모딩 작업을 진행했는데
어느 특정한 아이템이나 요소들은 메인 DB와 결속되어 있어 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정은 가능한데 다른 모드들의 메인 DB와 중첩되면 타 모드와 호환이 안 됩니다.
데이터값은 키값만 겹치지 않게 추가해 주면 그만인데 이쪽은 호환성 문제로 어떻게 건드릴 엄두가 안났습니다.
다른 모드랑 호환이 안되면 그만한 패널티를 감수할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저희 모드는 아니었으니까요.
원래 목표는 자체 제작한 모델링과 일러스트를 넣고 장수와 병종을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뭐, 기능적으로는 다 구현을 했는데 저희 모드팀의 개발력이 계속 튀어나온 CA의 패치를 따라가지 못한 점도 있고
호환성 문제도 있어서 결국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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